연작산문

플라멩코이야기 2-16

jhkmsn 2014. 8. 3. 12:42

             제 4 장  

            춤추며 돌아온 바다

                 1.​

몇 해전 한 번 소년의 바다가 깊은 춤과 소리로 인문에게

돌아 온 적이 있었다. 플라멩코 춤의 공연이 세번 해마다

그 바다가 있었던 고장에서 열렸었다. 아침이면 은빛 농어들을

몰고 다가오는 밀물의 해안이 되고. 오후에는 무수한 밀게들의

하얀 게다리 군무로 장관을 이루는 갯벌의 해안이 되었던,

그리고 그 반대의 모습으로 하루에 두번 소년에게 다가왔었던

그 바다가 노년기의 인문에게 홀련히 춤추며 나타났었다.

아름다움과 불행을 느끼게 하였던 해안, 소년의 새벽 잠을

깨우던 어둠속의 새벽송가, 소년들을 몰고 다니는 엿장수의

수레, 그리고 뭉크의 병든 아이의 표정 같았던 막내 이모의

절망한 눈빛 등과 함께 흔적없이 사라진 그 바다가 꼭 한번

깊은 춤이 되어, 기타의 선율과 목쉰 소리군의 노래가 가 되어, 

그의 곁으로 춤추며 돌아왔었던 것이다.

Lau가 마산에 와 소년의 바다가 있었던 곳에서 멀지않는 곳에서

펼쳐진 '스페인 음악과 플라멩코의 밤' 무대에서 춤 춘 독무

'깊은 춤'은 인문의 눈에는 전혀 뜻밖에 그 바다의 형상이 되어

아른거렸다. 그의 눈에는 집 마당 앞 축담 아래에까지 가득한 밀물과,

 날카로운 집게들의 꽃게들이 숨은 굴밭의 갯벌이 드러난

 갯벌이 서로 하루에 두번이나 교차하는 그 바다의 형상이었다. 

그녀가 춤추던 전날 밤 인문은 꿈속에서 그 바다를 보았다.

 해안이 밀물로 가득해져 소년의 집 마당의 땅과 그 바닷불이가 

축담을 사이에 두고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는 꿈이었다. 그 꿈속에

축담에 선 소년은  물위에서 은빛을 튀기며 유영하는 학꽁치들을

잡으려고  몸을 굽혀 팔을 아래로 내려 물에 닿으려고 하였고,

소년의 뒤쪽에서는 물동이를 머리에 인 하얀 치마 저고리 차림의,

소년의 어머니가 바둑이를 데리고 집 대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Lau가 마크의 기타반주로 '솔레아' 춤춘 전날 밤 인문은 

그 바다를 그렇게 꿈속에서 다시 만났던 것이다.​

 

아래는 '플라멩코의 밤'의 막이 오르던 날의 무대에서 먼 땅의

낯선 춤에 대한 호기심아래 무대쪽으로 시선을 모은 관객에게

인문이 행한 인사말이다.

'아래​'

관객 여러분 만나 반갑습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들의 전통문화인 플라멩코

의 춤과 노래 그리고 기타 연주가 여러분의 마음에 달콤하고

아프게 스며들 것입니다.

플픔에 찬 무희들의 표정.

이어짐과 끊어짐의 기품있는 몸짓.

출렁이는 스커트 자락의 눈부신 통풍적 선회.

그리고 혼을 빼는 듯한 기타선율이 보고 여러분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춤과 노래, 그리고 기타연주- 이렇게 세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 플라멩코는 지난 날 사회적 하층민으로 소외받고 학대받았던

스페인 집시들에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상징이었습니다.

플라멩코 춤은 우리의 전통 분화인 살풀이 춤과 ,그 기원이나​

정신성에서 여간 유사하지 않습니다.

둘 다 의지할 곳 없었던 민초들의 서러움과 한이 아름다운 춤과 노래로

승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풀라멩코는​ 첫 흐느낌과 첫 입맞춤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스페인의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가 말했습니다.

그 시인의 가슴찌르는 이 말은 바일라오라(무희)의 내면의 열정과

기타 반주자의 회상이 담긴 선율의 물결에서 순간 순간 느껴질

것입니다.

이번 우리 지역에서의 첫 플라멩코 무대에서 그 시인의 말이

관객 여러분에게 공감되기를 기대합니다.

2005년 12월 한겨울의 어느날

인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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