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팔라멩코이야기 2-14

jhkmsn 2014. 8. 3. 12:37

                  깊은 노래와 순수한 춤

                             4.

'발레는 up; 플라멩코는 down': 이 한마디가 의미하는 것처럼,

플라멩코 춤은 발레와 그 이미지에서 대립적이다. 발레가 위로

향하는 몸짓인 비해, 플라멩코는 아래로 향한다. 상승지향성의

발레는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오르려 하고 무중력을 동경한다.

이와 반대로 플라멩코는 땅으로 그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플라멩코 춤 중 발의 동작인 자파테아토는 이를 상징한다.

바일라오르, 즉 남자 춤꾼은 몸을 뒤로 약간 젖히듯 굳건한

수직의 자세를 취한다. 우리의 전통무인 살풀이나 승무를 추는

춤꾼이 몸을 앞으로 다소곳하게 굽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춤 동작에서 다리의 움직임에 힘을 집중한다. 남자춤꾼의 발동작은

강열하며, 이 동작의 전체적인 효과는 남성의 힘과 위엄을

표현하고 춤 자체의 열정을 드러나게 하는 데 있다.

바일라오라, 즉 여성춤꾼의 경우, 남성과는 달리, 상체, 두 팔,

그리고 손목의 유연한 움직임​을 중요시한다. 위로 올려진 두 팔이

우아한​ 곡선을 이루고 손과 손목으로 아름다운 원의 형태를

끊임없이 그려나간다. 몸은 허리를 중심으로 ​약간 뒤로 젖혀 아치를

이루고 둔부는 유혹적으로 그러나 과장되지않게 움직인다.

플라멩코 춤에서 춤꾼의 얼굴 표정은 너무나 중요한다. 

실존주의적 삶의 고뇌를 담은 심각한 표정은 발레 댄서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표정과는 거리가 멀다. 반 고호의

초상화나 루오의 표현주의 작품속의 비통한 분위기에 비유될

수 있다.

순수한 형태의 플라멩코​ 춤은 원래 독무이다. 어떤 정제된

춤의 형식에 따라 춤꾼의 독창적인 즉흥적 감성이 그대로

표현되는 독무가 플라멩코 춤의 진수이다. 피할 수 없는 삶의

숙명적 고통을 표현하는 몸짓이다.짝을 이루어 탱고 춤과는

그런 점에서 차이가 있고,​ 한국의 전통춤 살풀이와는 서로가

독무라는 점에서 서로 상통한다..

인문은 자신이 매혹되었던 두 바일라오라, 미국 포틀란드의

백인계  춤꾼 라우와 스페인 그라나다 출신의 남미계 후아나(Juana)

의 춤들을 가끔 속으로 비교하기를 즐겼다. 후자는 전자에 비해

둔부가 좀 빈약하였다. 건강한 에로티시즘의 발산이 플라멩코 춤의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에서 둔부가 잘 발달된 전자가 후자보다

육체적으로 더 좋은 요건을 갖춘 셈이다. 게다가 전자의 육체는

상하체 길이에 있어서 조화로운 비례를 이루고 있을뿐만 아니리

풍성한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다.

한편 전자의 춤은 후자에 비해 감성적 표현이 제한적이다. 몰아적

열정이 후자에 비해 덜하다는 뜻이다. 대신에 고전적 우아함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춤이다. 포틀란드 공연에서 바일라오르(

남자 무용수) 오스카 니에토와의 듀엣 춤에서 그녀는 탐미적

추구의 열망을 보여주었었다. 이에 비해 후자는  춤을 출 때

자신을 잊는 것 같았다. 후자의 춤은 굿판의 신들린 무당의

몸떨림같은 내적 충만감이 가득한 춤이었다. 그라나다에서 인문이 

플라멩코 애호가들 만이 모이는 소규모 공간에서 후자의 춤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의 표현주의적 얼굴은 땀 범벅이었다.​ 

한편, 동영상을 통해 본 Eva Yervabuen (에바 예르바부에나)의 춤

만큼 인문을 강하게 홀린 춤은 드물다. 그녀의 시규리어 춤은 압권

이었고 알레그리아스 춤 또한 관객의 혼을 빼았기에 충분하였다.

Eva는 Lau와 juana 두 춤꾼의 개별적인 매력점을 합쳐놓은 듯한

춤꾼- 현대적 미모의 자태와 플라멩코 바일레 특유의 매혹성을

다 지닌 춤군으로서.  검은 의상의 시규리어 춤의 비극성,

출렁이는 집시풍 차림에서 품어져 나오는 충만감의 알레그리아스!

플라멩코 춤이라면 인문에게는 아래에 그 자신이 표현한 에바의

시규리어 SigyuIRya춤이 제일 으뜸이다.

              ' 아래' ​

'......

춤꾼은​ 팔을 아래로 반원을 그리며 내려놓은 뒤

가슴 위에까지 다시 올려 공중으로 펼친다.

손목의 부드러운 회전은 두 팔의 자유로운 율동을 돕는다.

춤꾼의 시선은 객석을 넘어

그녀 자신의 영혼과 마주하는 듯하다.

예각의 몸동작은 그 강도를 더하고

두 발의 자페테아토는 지맛자락을 휘몬다.

춤꾼은 춤에 점점 더 깊게 몰입한다.

춤꾼의 열동적인 율동의 몸짓은 ,

그리고 그녀의 검은 시선은

자신의 영혼을 하늘이 아니라 땅으로 집중시킨다.

집시들에게는 땅이 하늘보다 더 소중하다고 말하려는 듯.​

(*필자의 창동인블루​ 2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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