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1-8-1

jhkmsn 2014. 9. 12. 08:34

         8. 타리파와 탕헤르 사이에서

​                        1.​

4월 0일​

이번 여행길에 머릿속에 자주 맴도는 호세 메네레온의 짧은

, 그리고 답답하게도 그 뜻이 좀처럼 잡히지않는, 이 영문

한 구절​: Flamenco is a tragedy in the first person!  ,

나, 혹은 우리?​

개인적인 너무나 개인적인 비극의

표현이라는 이 말은 무슨 뜻일까?

 

혼자 떠나는 먼 길 나들이는 누군가의 말처럼, 스스로 헐벗고

싶어서 일까? 열렬히 고백하고 싶은 게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어서 인가?​

 

아마도, 인상파 화가 피사로가 고백했듯이 ,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먼 길 나들이에 나선 것인지 모른다. 

 

0일​ 

'플라멩코는 너무나 개인적인 비극인지라 나 아닌 타자에게는

그 비극적 체험이 그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도 전달되지

않는다.'

이 표현은 나의 그 물음에 대한 lau의 해석이다. 헤레스에서

지브랄탈 해협쪽의 타리파로 떠나기 전날,  메일로 물었더니

그렇게 회신에 담아 보냈다.

0일

혼자 걷는 도심의 직선길 위에서의 긴 사색:

플라멩코 독무는 그것이 어떤 춤이건 간에, 본질적으로

내향적이다. 그 순간의 몸짓은 자신의 내면으로 향한 것이지

다른 누구에게로 향한 것이 아니다. ​

0일

슈라이너의 저서,Flamenco 를 항상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함께 하는 벗,그러나 플라멩코에 대한 이 덧없는 탐닉이여!​

0일

혼자 배회하는 도심의 골목길.

싸구려 노점의 왁자지껄한 분위기.

피곤한 몸이 새우처럼 웅크린 채 묻히는 썰렁한 침상.

드물게 얻는 바다빛 그리고 그 충만감

이것들은 예나 지금이나

나의 여행길에 언제나 친숙하다.​

0일

달리는 버스속에서의 중얼거림:

플라멩코는, 새벽의 동터오름처럼,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외침의

충동을 억누를 수 없는 자들의 마음 속에 존재한다.

0일

바람 드센 타리파의 해안에 서서 지브랄타르 해협을 바라보다. 

마음의 살갖에 와 닿는 바람이 예리한 칼끝 같다. 차가와서

그런 게 아니다. 귀를 울리는 바람소리가 고향 근처 천주산의 

진달래 계곡에 잠든 어머니의 탄식소리 같아 그런가보다.

그렇지만, 육신의 눈은 출항직전의 모로코행 페리호가

정박해 있는 부두쪽으로 향한다. 거기에 승선을 기다리는

아랍인 복장의 두 여인이 있다. 조금전 바다로 향한 길에서

그녀 둘이 내 곁을 스쳐 지날 때 남긴 이국적인 향기가 코 끝에

아직 남아있다.

0일

 햇빛 내림.

이름없는 광장의 돌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세비야 행 버스 기다림 중 눈 앞에 아른거린 것들:

 두 도시, 스페인의 타리파와 모로코의 탕헤르 사이의

좁은 지브랄탈 해협.

경계심 가득한 모로코 세관원의 눈빛.

탕헤르의 햇살 두터운, 삭막한 자연 풍경.

그리고 한가한 사색:

살풀이 춤은  희망이 보이지않는  깊은 슬픔의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 그 침묵의 몸짓은 어둠의 비탈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시적 환희의  끝점에 이른다.

플라멩코의 몸짓은  그 끝이 보이지않은 애통의 검은

수평선쪽으로  향한다  원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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