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1-7-1

jhkmsn 2014. 9. 12. 08:21

          7. 천상병의 '귀천'을 떠올리며

         -그대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1.

 

4월 0일

Dear L​au!

Hola.

Lau에게 전할 만이 있어 컴푸터를 일었더니 반갑게도 그대의

메일이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군요, 머리와 가슴이 온통

lau로 가득헤 있던 바로 이 순간에! 오늘 오전 내내  헤레스의

도심 이 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pc 방을 한 참이나 찾아 다닌 후

겨우 이렇게 매일을 열게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허름한 호텔에는 손님용 인터넷이 설치되어있지않거든요.

Lau의 메일에 대한 회신의 글부터 먼저 보냅니다. 안타깝게도

올 10월 라우 그룹의 시애틀 공연에 내가 참석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해 미영주권 자격을 포기한

이래 아직 미국 비자를 갖지못한 처지이거든요. 비자 신청을

당장이라도 하고싶지만, 영주권 반납자는 비자를 재발급받기가

쉽지않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Lau의 집으로 오게되었다는 과테말라 입양아가 아직 

오지않았다구요? Lau가 언제부터 기다리던 아이인데. 혹시

아이의 어머니 측에서 갑자기 자신의 그 딸을 미국으로 보내고

싶지않아, 이런 저런 핑계로  그 일을 미적거리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면, 입양절차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가요?

나의  이 스페인 여행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니 어쩐지 마음이 자주

고향쪽으로 향합니다. 마음과 몸이 근 20여일 간의 여독에 지친

탓인가 봅니다. 그저께 사샤 덕분에  헤레스의 한 플라멩코 페냐 에서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몸은 비록 지쳐있었지만, 사샤의 남편친척들,

집시 지인들 그리고  그녀의 동료들이 어울려 펼치는 춤과 노래 그리고

그 도시의 특산물인 세리 포도주에 마음은 그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샤가 영어로 나를 그들과 소통하게 해 주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 juerga(플라멩코 파티)에서는 십 여명의 남녀

청장년들이 돌아가며 한 사람씩 소리하면, 다른 이들은 그 소리에 맞추어

한 사람씩 춤을 추는데, 그 소도시의 평범한 이들 중 소리 못하고 춤 못추는

이가 없더군요. 사샤의 남편은 기타로, 그리고 어떤 한 노인은 스틱으로,

이 파티의 분위기의 콤파스( 리듬)을 이끌어 갔었구요. 더욱어 더욱

 

지금 불현듯 깨닫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이 플라멩코 소리와 춤이 내게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데에는 특별한 요소가 하나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영어라는 소통의 수단이 그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내가 lau와

이 언어로 서로 긴 시간을 소통할 수  없었다면, 지금처럼 내가 이런 

여행자가 되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추신:

한가지 덧붙입니다. 그 전날엔 사샤의 집에 들려, 뜻밖에도

그녀의 시아버지와 함께 한국의 판소리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abrazos

mn​

4월 0일​

Lau​

부에노스 디아스!

오늘은 전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의 이 들뜬 마음을

Lau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이 마음 들뜸은 한국의 한 시인의 

'귀천'(Back to Heaven)이라는 시 한편과 관련된 것입니다.

'귀천'은​ 그 티없이 맑은 서정의 이슬 반짝임으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시 입니다.

이 시를 Lau가 플라멩코의 솔레아로 춤 출 수 있다면! 이슬람 예술의

 추상성을 연상케하는 그 깊은 춤으로,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아래의

그 시를,​ 하늘로 향한 한 시인의 서정을  집시들의 염혼의 염원이 담긴

솔레아으로, Lau의 기품있는 율동의 몸짓으로,표현해 낼 수 있다면!

이 시를 Lau의 공연에 올릴 수 있다면! 어제 밤 내내 잠들지 못하고 

그런 몽상을 했습니다.​

​         '아래'

I shall return to heaven

​hand in hand with dews

​evaporated at the touch of the dawn light

I shall return to heaven

together with the evening glow light

When clouds beckon me 

at play out at the hill foot

I shall return to heaven

when the excursion is over

and go there to say

it was beautiful

 

0월 0일

Dear Lau!

놀라운 소식인데요.

'아침이슬'을​ 녹취하여 시애틀로 가져가겠다니!

시애틀의 칸타오라(여자 소리꾼) 루비나 마르코스가 들어보고싶어

한다구요? 이 '아침이슬'을​ 루비나와 의논하여 이번 9월 플라멩코 '

아이레' 공연의 한 곡목으로 올리고 싶다고요! 가슴 두근거리는

소식​인데요.... 그럼  목요일 7시에 스튜디오에서."

'귀천'을 플라멩코로 춤추는 Lau를 상상하며,

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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