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천상병의 '귀천'을 떠올리며
-그대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1.
4월 0일
Dear Lau!
Hola.
Lau에게 전할 만이 있어 컴푸터를 일었더니 반갑게도 그대의
메일이 먼저 와 나를 기다리고 있군요, 머리와 가슴이 온통
lau로 가득헤 있던 바로 이 순간에! 오늘 오전 내내 헤레스의
도심 이 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pc 방을 한 참이나 찾아 다닌 후
겨우 이렇게 매일을 열게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머물고 있는
허름한 호텔에는 손님용 인터넷이 설치되어있지않거든요.
Lau의 메일에 대한 회신의 글부터 먼저 보냅니다. 안타깝게도
올 10월 라우 그룹의 시애틀 공연에 내가 참석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지난해 미영주권 자격을 포기한
이래 아직 미국 비자를 갖지못한 처지이거든요. 비자 신청을
당장이라도 하고싶지만, 영주권 반납자는 비자를 재발급받기가
쉽지않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Lau의 집으로 오게되었다는 과테말라 입양아가 아직
오지않았다구요? Lau가 언제부터 기다리던 아이인데. 혹시 그
아이의 어머니 측에서 갑자기 자신의 그 딸을 미국으로 보내고
싶지않아, 이런 저런 핑계로 그 일을 미적거리는 것은 아닌지요?
아니면, 입양절차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 아닌가요?
나의 이 스페인 여행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니 어쩐지 마음이 자주
고향쪽으로 향합니다. 마음과 몸이 근 20여일 간의 여독에 지친
탓인가 봅니다. 그저께 사샤 덕분에 헤레스의 한 플라멩코 페냐 에서
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몸은 비록 지쳐있었지만, 사샤의 남편친척들,
집시 지인들 그리고 그녀의 동료들이 어울려 펼치는 춤과 노래 그리고
그 도시의 특산물인 세리 포도주에 마음은 그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샤가 영어로 나를 그들과 소통하게 해 주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 juerga(플라멩코 파티)에서는 십 여명의 남녀
청장년들이 돌아가며 한 사람씩 소리하면, 다른 이들은 그 소리에 맞추어
한 사람씩 춤을 추는데, 그 소도시의 평범한 이들 중 소리 못하고 춤 못추는
이가 없더군요. 사샤의 남편은 기타로, 그리고 어떤 한 노인은 스틱으로,
이 파티의 분위기의 콤파스( 리듬)을 이끌어 갔었구요. 더욱어 더욱
지금 불현듯 깨닫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이 플라멩코 소리와 춤이 내게
자연스럽게 친숙해진 데에는 특별한 요소가 하나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영어라는 소통의 수단이 그것입니다. 모르긴 해도 내가 lau와
이 언어로 서로 긴 시간을 소통할 수 없었다면, 지금처럼 내가 이런
여행자가 되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추신:
한가지 덧붙입니다. 그 전날엔 사샤의 집에 들려, 뜻밖에도
그녀의 시아버지와 함께 한국의 판소리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abrazos
mn
4월 0일
Lau
부에노스 디아스!
오늘은 전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의 이 들뜬 마음을
Lau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이 마음 들뜸은 한국의 한 시인의
'귀천'(Back to Heaven)이라는 시 한편과 관련된 것입니다.
'귀천'은 그 티없이 맑은 서정의 이슬 반짝임으로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시 입니다.
이 시를 Lau가 플라멩코의 솔레아로 춤 출 수 있다면! 이슬람 예술의
추상성을 연상케하는 그 깊은 춤으로,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아래의
그 시를, 하늘로 향한 한 시인의 서정을 집시들의 염혼의 염원이 담긴
솔레아춤으로, Lau의 기품있는 율동의 몸짓으로,표현해 낼 수 있다면!
이 시를 Lau의 공연에 올릴 수 있다면! 어제 밤 내내 잠들지 못하고
그런 몽상을 했습니다.
'아래'
I shall return to heaven
hand in hand with dews
evaporated at the touch of the dawn light
I shall return to heaven
together with the evening glow light
When clouds beckon me
at play out at the hill foot
I shall return to heaven
when the excursion is over
and go there to say
it was beautiful
0월 0일
Dear Lau!놀라운 소식인데요.
'아침이슬'을 녹취하여 시애틀로 가져가겠다니!
시애틀의 칸타오라(여자 소리꾼) 루비나 마르코스가 들어보고싶어
한다구요? 이 '아침이슬'을 루비나와 의논하여 이번 9월 플라멩코 '
아이레' 공연의 한 곡목으로 올리고 싶다고요! 가슴 두근거리는
소식인데요.... 그럼 목요일 7시에 스튜디오에서."
'귀천'을 플라멩코로 춤추는 Lau를 상상하며,
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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