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페인으로 비행하면서
2.
마음의 시선은 돌연히 과거 속으로 향한다. 잠보 비행체의
창 커튼 사이오 강한 빛 줄기가 감은 눈에 감지되는가 싶더니
화가의 길에서 방황하는 '그녀'의 춤추는 모습이 나타난다.
그리고 술취해 흔들리는 '그녀'의 실루엣 이미지 위로 창동의
한 추상화가 화가 K의 색채 콜라쥬,' 영혼의 뜰'이 겹쳐 아른거른다,
플라멩코 공연을 위해 한국의 마산에 왔었던 Lau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하던그 꼴라쥬 색채화!
지금은 중년의 화가가 된 한 소녀의 손이 자신의 그 '영혼의 뜰'에
담아 티없이 표현해낸 색채의 자율성에, 문은 불현듯 '색채가
형태보다 더 깊은 영적 울림을 준다'는 깨달음을 얻었던 한 순간이
있었다. K의 그 추상의 색채화가, 뜻밖의 순간에 비행체 속의 문의
심안에서 '그녀'의 춤추는 이미지위로 오버랩되는 것이었다.
아, '그녀'가 다시 붓을 들면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을텐데.
빛에 대한 그녀의 갈망과 두려움을 화폭에 담을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녀가 꿈꾸는 '아버지의 성'에 이르는 길을 찾을 수
있다면! 문은 감은 눈으로 앉은 자세를 바꾸며 입속의 혼자말을
계속 이어간다.
저 춤추는 여인을
영혼의 뜰,
사르트르 성당의 채색 천정 너머
그 티없는 하늘의 끛밭으로
인도할 수 잇다면.
노울데의 취한 촛불 같은
바람 드센 능선위의 억새풀 흔들림 같은,
그녀의 독무를 그만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방긋 웃는 아기의 눈동자 같은,
순백의 조각 베위에 놓인 꽃잎들과
그녀가 맑은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재즈의 선율을 타고
수직으로 타오르는 저 불길이
중단을 모르는 저 무정부주의적 몸짓이,
가야금 현을 타고 정교히 흐르는
살풀이 춤이라면,
기타 선율의 미술이 빚어내는
플라멩코의 솔레아 춤이라면,
단순한 충만감으로
객석을 떠날 수 있으련만.
'내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가면, 이번엔 꼭 그녀에게 그녀가
그린 여명 빛의 '새벽바다'를 좋아한다고 솔직히 말해주어야지.
아,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이윽고 흔들리는 기체의
창을 통해 다가오는 저 아래 마드리드 공항 활주로의
유도불빛, 그리고 눈 앞을 스치는 누군가의 싯귀 한구절:
우리 곧 싸늘한 어둠에 잠기리,
잘 가거라
너무나 짧은 여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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