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1-2-1

jhkmsn 2014. 9. 9. 08:47

         

       2. <아침이슬>을 플라멩코로 춤추다.

                    1.​

지난 겨울​ 경남의 함안에서  펼쳐진 플라멩코 공연 때의

일이다. 이 무대를 마련한 마련한 이 여행자는 막 올릴 시간이

되었는데도 객석이 차지않아  속으로 저으기 애를 태우고 있던 중

그 공연의 후원자이자 전통 무용가 P씨가 그에게 무대위로 올라

시간을 좀 끌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썰렁한 객석의 분위기부터

먼저 바꿔 놓으라는 것이었다.

'공연 시작전에 내가 무대에 나서서 20여분을 벌지않았다면.....'

그 당황스런 상황을 그 무용가의 재치있는 권고로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문은 지금도 P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않고있다.

​아닌게 아니라, 그녀의 충고대로 그가 급히 무대에 올라

안달루시아 집시들의 플라멩코와 이날의 주요한 등장인물

Lau의 춤에 대한 그의 즉흥적인 해설로 그 20분을 메울 즈음

신통하게도 객석이 알맞게 차게되었​던 것이다. 그날 따라 한겨울의

바깥 칼바람이 얼마나 매웠던지! 아래의 글은  문이 막 올리기를

늦추기까지하며 시간을 벌기위한 그의 해설의 요지이다.

.......

관객 여러분 만나 반갑습니다.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문화인 플라멩코 춤과 노래,

그리고 기타 연주가 오늘 여러분의 마음에 약간은 달콤하게, 그리고

약간은 아프게 파고들 것입니다. 객석의 호흡을 멎게할  무희의

역동적인 자빠테아도(발동작)과 검은 시선의 표정, 출렁이는 긴 스커트

자락의 눈부신 돌풍적 선회, 그리고 기타리스트의 손가락이 빚어내는

마법적인 라스구아르도의 선과 색채 등등...

막이 오르면 여러분들은 이제 처음 대하게 될 이런 플라멩코 무대가

불러일으킬 특유의 영적 취기를 느길 것입니다. 스페인의 고도이자,

플라멩코의 발생지인 헤레스(Jerez)에서 춤을 전수한 댄서 Lau와

기타 반주자 마크 퍼그슨이 오늘 이 무대에서 안달루시아 집시들의

춤과 콤파스(리듬)에 취하게 유도할 것입니다.​

칸타오르 카라콜의 거친 목소리가 칸타 혼도에 어울리듯, 이 무대의

바일라오라 Lau의  긴 팔의 율동은 '깊은 춤'의 하나인 솔레아 독무에

잘 어울리 것입니다.​ 특히 한국 민중의 노래 '아침이슬'이 그녀의

솔레아 춤으로 표현될 때 더욱 그럴 것입니다. 

Lau는 우아한 손길로 펄럭이는 긴 치마 끝자락을 다독이면서 점점

빨라지는 자파테아도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집중해나갈 것입니다.​

그녀는 깊은 춤 솔레아​를 즉흥적으로 춤추기 시작할 것입니다,

화려하지 않으나 열정적인 단순성으로 ,그리고 영적 충만감의

표정으로 !​ 그 때 그녀는 때로는 신들린 무당처럼 자신의 춤에

스스로 몰입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절제된 몸짓이 ​이루어

내는 선과 색채의 율동이 우리 모두의 내면에 담긴 개인적인

어떤 억누를 수없는 열망과 아픔을 건드려 놓을 것입니다.

우선 플라멩코 춤의 특성에 관해서 한마디 피력하는 게 좋겠군요.

플라멩코 춤은 고전적인 발레(ballet)와는 대조직입니다.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외향적인 율동의 몸짓이 기본요소인 발레가 충분한

무대공간​을 필요로 하는 군무인데 비해, 플라멩코 춤은 표현성이

강한 내향적인 독무가 기본입니다. 더우기 플라멩코 댄서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무대 공간의 넓이에 관한한,

플라멩코 춤은 발레와는 대조적입니다. 어떤 집시 댄서는

식탁크기 만한 좁은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춤 출 수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발레 무대에서는 대부분의 발레리나는 대부분 청년의 나이에

춤의​ 절정기​를 이룬다고 하지만, 플라멩코 춤에서는 바일라오라들은

나이가 들면서 춤의 완성도가 점점 더 깊어진다고 하더군요. 60세에

절정을 이루는 바일라오라가 있는가 하면, 80의 나이를 넘어서까지

무대위에서 춤을 춘 댄서도 있었습니다. '플라멩코 춤의 여왕'으로

불린 라 마카로나(La Macarrona)가 바로 그 댄서였습니다.

발레리나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몸짓으로 새처럼 위로 날고싶어합니다.

발레댄서의 젊은 몸과 마음은 그리고 시선까지도 언제나 위로 향합니다.

님프들이 노니는 무중력의 상태를 동경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발레춤은 에로티시즘과는 무관합니다.

반면에, 플라멩코 춤은 그 본질​에 있어서 에로티시즘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은 건강한 후손으로 대를 이어 그들 집시들이 처한 숙명적인 척박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종족보존의 한 방책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춤은

천박한 성적 희롤이나 퇴폐적인 섹스를 경계하는 뜻을 담고있습니다.

집시들의 '깊은 춤'은 땅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시킵니다. 이 춤은

춤꾼의 몸과 땅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동경합니다.

'플라멩코는 우리들 세속의 인간들이 성자나 천사의 인도없이 하늘에

이를 수 있는 길이다'라고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는 말했습니다. 그

시인의 이 말이 곧 이어 무대에 등장할 Lau의 열망이 담긴 독무에서

,그리고 기타리스트 마크 퍼거슨의 사색적 연주에서 순간 순간 감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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