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1-3-1

jhkmsn 2014. 9. 9. 18:49

         3. 스페인으로 비행하면서

                    1.

여행은 몸이 아니라 마음의 이동이다. 마음이 누리는 시공간적

자유로움이다.​ 낯선 여행지의 남과 밤을, 약간은 두려움으로,

때로는 달콤함으로 맞이하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인 것이다.

몸은 대개 긴 이동중에 무력해지고 두 눈과 귀는 총기를 잃는다.

그 때 시각적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것은 마음의 눈이지, 육신의

눈이 아니다. 긴 비행중에 특히 마음의 눈이 반짝인다.​

구름위로 내닫는 몸은  실상은 좁은 공간 속에 놓여있을 뿐

갈망하는 자유의 미풍은 맛볼 수 없다. 그 때 육신은 우리속에

갇힌 무력한 동물의 몸과 다를 게 없다. 더우기 새벽 별 내리는

광활한 땅을 내닫는 그레이하운드 속에서 밧보는 차체 흔들림의

율동감이나 부드러운 엔진음을 답답한 비행체에서는 기대할 수

없다. 구름위로 뜬 채로 그저 한 대륙에서 먼 다른 땅으로

운반되고있는 우리의 몸뚱이는 비유컨대, 활어차속의 살아있는

물고기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런 갇힌 공간 속에서 불현듯 먼 목적지 쪽 낯선 땅의

올리브 나무의 끝가지를 흔드는 지중해의 해풍이 구름위에서

상상으로 감지되고 ,과거의 빛과 그림자가 되살아나 심이에

고통스런 달콤함과 고통스런 마찰음을 일으키는 게 비행이

주는 드문 선물이리라.  그때 자유로운 마음은 닫힌 공간의

어둠에 묻힌 육신과 드물지않게 그렇게 조화를 이룬다.

꿈꾸는 대상이 존재하는 곳에 마음이 가 머무는 것. 그것이 여행인

것 같다. 마음은 시공간의 벽 위로 과거쪽으로 기웃거리며 해조음

가득한 유년기 바다의 꽃게들과 눈씨름하는 가슴 설레임을 맛보기도

하고 ,이와는 반대로 미래쪽으로 먼저 날아가서는 ,육신이 아직 이르지

못한 그 곳 밤하늘의 별빛 반짝임에 시각적 충만감을 누리는 상상의

무한이동인 것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여행은 그런 것이​다.

여행자의 심안은 지금 구름위로 달리는 기체속의 어둠속에서

검은 자갈과 야생 선인장의 메마르고 척박한 안달루시의 산악을

넘어 ​벌써 무어인들의 고도 그라나다에 가 있다. 산 크리스토발에

올라 검은 산을 베경으로 선 하얀 집들과​ 가파른 황토빛 알람브라

성벽과 마주하고 있다. 사크레몬테 집시미을의 동굴 따블로가

눈 앞에 어른거리고 , 집시여인의 가슴찌르는 솔레아 소리가

심이에 들린다. 헤레스의 댄서 사샤와 함께 그 도시의 사이테

축제의 긴 행렬 속에 끼어 걷는다. 그리고 다시 마드리드로 돌아와

솔(sol)광장의 한 카페에 앉아 파코 데 루시아의 기타연주를 듣는다.

여행자는 그런 몽상속의 긴 비행 후  이제 몸이 스페인의 영공으로

들어섬을 감지하고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혼자 중얼거린다

 

그라나다에

큰 달이 오르는

밤이면

알바이신 언덕에 올로

아라비아산 진한 허브향과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와

플라멩코 콤파스에

취한 눈으로

핏빛 전설의 ​ 알람브라성과 마주하자.

집시들의 마을의,

나귀 노새들이 터 놓은 골목길마다

포도주 향이

나그네의 마음을 붙든다는

헤레스에서는

칸테 혼도의 그 깊은 맛​을

세리주 잔에 채워 마시고.

그리고 빛의 도시

카디스에 이르러

이 침침한 육신의 눈을

순수한​ 바다 빛으로 씻으리라.

마드리드는 팔라도 미술관의 그림보다

발라스케스의 동상보다​

그 아래 길바닥에 앉은 거리의 악사로 인해

당신에게 더 오래 기억되리라는 누군가의 귀뜸.

그 기타리스트를 먼저 찾아 나서리라.

바로셀로나는 단념하자.

이태리 여행에서

모네는 플로렌스에도 나폴리에도 가지않았다.

시각적 상상과 회화적 열망,그리고 회상의 정서가

지리적 명소보다​ 더 소중하다는 모네를 따르자.

플라멩코에만,

춤과 소리와 가타선율에만

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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