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 아이! 아이!
1.
플라멩코 칸타오르 마놀로 카라꼴(Manolo Caracol)이 부르는
깊은 노래 시규리어(syguiriyia)첫 도입부를 들으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거친 소리 아이! 아이! 아이!의 물결속으로 휩쓸리게
될 것이다. 해거름의 낯선 땅에서, 비록 cd를 통해서나마 , 이 소리를
처음 듣게된 여행자, 문에게는, 플라멩코 춤에 홀려 안달루시아로
혼자 들어선 이 여행자에게는, 그 소리의 물결은 생소한 경이로움이었다.
소리꾼 카라꼴은 옆에 앉은 기타 반주자의 손끝에서 반짝이는
선율의 이슬방울로 조용히 목을 축인 뒤 , 푸른 빛 도는 아득한
외침으로 노래를 시작한다. 그는 이 영탄의 구음의 물결을 한
30여초 가량 길게, 그리고 중간에 그 흐름을 한 두번의 짧은
침묵으로 끊으며 이어간 다음에서야 비로소 그 노랫말의 첫 머리
소리 'Cuando yo'...로 넘어간다.
내 죽을 때
네게 간질히 부탁하노니
너의 검은 머리 다발로
내 두 손을 묶어 다오.
..........
..........
카라꼴의 이 시규리어를 듣는 이 중에 혹시 판소리를 좋아하는
이가 있다면, 모르긴해도, 그는 수평선의 끝자락으로 사라지는
이 시규리어의 소리물결 앞에서 문득 안숙선이 뽑아내는 구음
시나위 한 소절이 연상될 것이다. 때로는 높푸르고, 때로는 낮은
잿빛 안개로 번져나오는 그녀의 허허로운 소리의 출렁임이.
소리꾼 카라꼴의 그 긴 아이!아이!아이!의 절규는 일정한 단음으로
이어지지 않고 색과 선이 어울리는 다양한 추상의소리를 그려낸다.
무가사의 이 소리의 긴 물결이 중간 중간 순간적으로 끊어지며 이루는
짧고 예리한 침묵이 주는 퉁증! 그 순간적인 단절의 침묵 앞에서
그라나다의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는 , 자신의 혼이 어떤 고요의 불랙홀
속으로 빨려드는 듯하였다는 말로 표현하였다. 한없이 이어질 것 같은
단음의 긴 탄식 소리가 돌연히 끊어진 한 순간, 그 검은 침묵이 시인의
심안에 순백의 백합꽃 한송이로 형상화되어 그 탄식의 물결을 수평선과
맞닿은 하늘쪽으로 멀리 띄어보내더라는 것이다.
이 여행자에게 한번은 신기하게도 짙은 코발트색 하늘을 향해
뒤틀리며 솟아있는 오베르 교회(반 고호의 표현주의적 유화)를
떠올리게 한 이 깊은 노래 시규리어를 그 시인은 세바스찬
바흐의 첼로곡과 견주며 다음의 싯귀로 표현하였다:
' 굽이치는 그 멜로디의 물결은
그 시작이 꼭 바흐의 첼로 곡과
같다. .......바흐의 끝없는 선율은 둥글다.
그 악음은 원을 반복적으로 그리며 끝없이 이어진다.
플라멩코의 시규리어는, 그 깊은 선율은,
수평선 쪽으로 사라져 버린다
우리들의 영혼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끝점으로.'
플라멩코의 칸테 혼도(깊은 노래)를 처음으로 들은 것은 이보다
7년전 여름 미서북부 포틀란드의 한 공원내 옥외공연장에서였다.
무대위의 한 남자 소리꾼의 목소리를 통해서였다. 이태리 가곡이나
오페라의 아리아의 아름다운 음색에 익은 여행자의 귀에 그 거친
소리는 멜로디를 무시한 단음의 긴 외침이었다. 그 낯선 소리와
소리꾼의 비통한 표정에 여행자의 귀와 눈이 집중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던 기억이 그의 마음에 선명하다.
아마도 자신의 내면에 오래도록 살아 남아있었던 어떤 깊은 상처의
덩어리가 그 비통한 외침에 순간적으로 녹아내리는 듯하여 그러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옆자리에 앉아 플라멩코 춤을 설명해주던
중년의 한 백인 남자의 사연이 담긴 듯한 시선과 그리고 그 곁에
휠체어에 앉은 그의 딸이자 유일한 식구라는 , 한 지체장애자
노처녀의 어눌한 입놀림으로 그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도 그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날 공연이 끝날 즈음 어둠이 깔리는 객석에 멍하니
그대로 앉은 여행자의 뇌리에 뭉크의 그림'절규'가 떠올랐었다,
생명의 온기가 느껴지지않는 비인간적인 공간에 홀로 버려진 한
인물이 절망의 표정으로 소리지르는 그 핏빛 석양의 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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