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플라멩코이야기 2-12

jhkmsn 2014. 8. 3. 12:28

                         

                  깊은 노래와 순수한 춤

 

                                2.​

cante(플라멩코 노래)를 말할 것 같으면. 이는 플라멩코의 중심을

점한다.​  스페인 사람들 중 대부분의 플라멩코 열성팬들에게는

칸테가  춤과 기타연주에 비해 우선적인 표현방식으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이 말은 비 스페인계 팬들에게는 해당되지않는다, 왜냐하면

이 애호가들은 보편적으로 칸테 보다 춤과 기타연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때문이다. 인문도 이에 공감했었다. 칸테의 원래의 그

낯선 소리 스타일에다 그 싯적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칸테 플라멩코를 충분히 느끼기 위해서는, 홍어회의 맛에 혀가

점점 중독성의 반응을 보이듯이 귀가 그 소리맛에 점점 취해야 한다.

그 노래가 불리어지는 그 독특한 스타일을 즐기는 것이 그  노래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이를테면, 가사내용을

알아들아듣기보다 ,그 소리의 독특한 박자(콤파스), 소리꾼의 얼굴의

일그러진 표정, 팔마레나(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자)와 청중들의 탄성-

ole!(올레),  그리고 마침내 그 한 마당은 신흥종교의 집회에서의

통성 기도를 연상케 하는  그  듀엔데의 열광, 흐느낌, 탄식의 열기로

채워질 때의 그 독특한 소리의 맛에 중독되어야 한다.

이런 플라멩코의 소리마당을 그들은 juerga(후에르가)라 하고 ,그

모임에서 구성원들-소리꾼들, 춤꾼들 그리고 그들의 친구나 혈족 등-

모두가 온 몸으로 나타내는 반 이성적 열광의 상태 duende(듀엔데)라고

한다. 이 듀엔데를 D. E  Pohren은 다음과 표현하였다.

...the duende is the expression of one's soul, its misery, and suffering,

love and hate, offered without embarrassment or resentment. It is

a cry of despair, a release of tortured emotions, to be found i ts

profundity in real life situations, not in the make-believe world of

theatres and night club and commercial caves.

can be bought and ​

플라멩코와 투우를 열렬히 사랑한 스페인의 시인 가르시아

페데리코 로르카 듀엔데를 아래와 같이 그의 특별한 감성의 시어로 

표현하였다:

 스페인 남부지역의 위대한 예술가나 플라멩코 예인들은 그들이

노래를 할 때나 춤을 출 때나 기타를 칠 때 듀엔데가 내리지않고는

아무런 감흥도 일으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검은 고통의 소리를

갖고있는 나라만이 듀엔데를 갖고있다......듀엔데는 그리스의

비극에서, 세익스피어의 비극에서 주인공들을 숙명적으로 죽음으로

끌어갔던 것과 같은 안달루시아 대지의 미술적인 힘이다......인간에게

있을 수 있는 가장 큰 분노와 쓰라림, 통곡을 아는 민족에게만 있다.

 (*가르시아 로르카, 안영옥 역서 p 44)

인문이 플라멩코에 빠져든 이래 그 특별한 소리마당 juerga나

그 마당에서 일어나는 소집단적 절규의 몸부림을 직접 체험한

경우에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른바 '검은 고통'이라는

표현을​ 몸으로 이해한다. 이 <플라멩코 이야기>가 시작된 첫 머리에

인용된 장 그러니에의 그  한 마디 외침-아이! 아이!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한 말이라고 때때로 여긴 적이 있었던 터라

, 그에게는,'검은 고통'은 장그러니에의 말-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말도 행동도 이미지도 꿈도......-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인 댄서 라우와의 첫 만남을 계기로  인문에게는 상당한 기간 동안

안달루시아의 집시 댄서가 아닌, 그녀의 춤이 곧 플라멩코 춤이었다.

그녀의 긴 팔이 그려내는 아치형의 동작, 우아한 허리의 동선,

강한 탄력성의 자파테아토(발동작), 당당한 시선 등, 그녀의 이 모든

춤동작이 곧 플라멩코 춤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믿게되었을 정도

였엇다. 그녀의 춤을 통해 플라멩코를 느끼게  되었고, 그녀로 하여

'플라멩코는 , 바다보다 넓고 우물보다 깊은, 플라멩코는 첫 흐느낌과

첫 키스로부터 나온다'는 말에  가슴 뜨겁게 매료되었던 인문이었다.

'플라멩코는 천사나 목사의 도움없이 하늘에 이르는 통로이다'는

누군가의 이 말에는 강한 중독성을 느끼기까지 했었다.

 인문에게 처음 한 동안 플라멩코 춤 그 자체였던 라우가 이제는

그의 의식에서도 멀어져 아련하다. 그녀로부터 소식이 끊긴지

벌써 몇 년이나 흘렀다. 풍문에 의하면, 사십중반에 들어선 그녀가

이제는 더 이상 춤추지않는다고도 하고.....

아래는 지금으로부터 수년전인 2001년 가을 어느 날 인문이

그녀에게 보낸 이메일이다:

Dear Lau.

부에노스 디아스!

라우의 이메일 반갑게 읽고있습니다.

숨이 멎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그렇잖아도 다니엘라로부터 라우가 감기로 몸져 누워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걱정하던 중이었으니까요.

내일까지만 쉬면 나을 수 있을 거라니

저으기 안심이 됩니다.

그래도 머리가 아직은​ 무겁고 미열이라구요?

회복기의 몸을 특히, 그 귀한 두 팔을 더욱 아끼십시오.

-바일라오라의 두 팔의 동작은 너무나 중용하다.

두 팔은 땅에 서 있는 자신의 몸을 필사사적으로

하늘 위로 솟구치게 하는 양날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우연히 이런 글귀를 읽었습니다.​

아디오스,

인문​

(* 필자의 <여행 그리고 깊은 노래> p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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