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회상의 개울
3.두척마을의 10년
마산미협의 한국화가로, 사진작가로서 활동하는 김병규 선생은 교당이
도심에서 벗어나 10년을 넘게 자연을 벗하며 오로지 그림그리기에
전념하며 살았던 두척 산기슭 마을의 풍경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화가의
마당 넓은 초옥, 꽃과 채소들이 가꾸어진 뒷뜰 , 그리고 사리문 밖의
야트막한 야산과 계곡이 한가한 시골의 정취를 돋우는. 화가라면 누구라도
화폭에 담고 싶을, 소담한 산수의 풍경이었다. 김병규씨의 말을 들으면
교당이 마당의 뜰에 손수 가꾸며 관찰하였다는 모란꽃이 떠 오른다.
교당은 모란을 유난히 사실적으로 자주 그렸다. 그에게서 모란꽃 그림을
선물로 받은 이들이 적지않다. 필자도 그에게서 얻은 모란화 한점을 친구에게
선물한 적이 있다. 교당이 직업적인 간판화가로서의 일손에서 벗어나 벗어나
자유로운 몸과 마음으로 자신의 화풍아래 미인도, 영모화 등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의 10년의 두척시대때부터였다.1995년 7월 자 한 일간지에
문보근 기자가 그림평으로 올려놓은 교당의 미인들:
"투명하리만치 맑은 얼굴에 가운데 오똑 솟아있는 콧날이
어느 양반네의 안방마님 같은 기품을 느끼게 하는 여인.
삼단같은 머리를 한 올의 흐트러짐 없이
빗어넘긴 정갈한 모습의 여인.
이마에서 흘러내린 곡선이 막힘이 없이 옷고름까지
이어진 다소곳한 모습의 여인....
그 미인도가 그의 손으로 통해 나타나게 된 것이 미모의 연극배우들과
어울리면서, 혹은 안윤봉, 최운 등 지역 선배 예인들과 더불어 도심의
기녀집에 드나들던 시절이아니라 ,야산아래 개울물가의 초옥에서
자유인으로 살던 시절이었다. 싸리문밖의 억새와 터밭의 모란이나
매화를 보다 문득 화제 떠오르면 골방으로 들어가 얼른 화필을
들던 시절이었다.
핀 마당 넓은 농촌집의 골방에서였다
시인 애니 달리드는 글쓰기와 관련하여 아래의 한 마디를
권고한 적이 있었다:
뉴욕에 관해서는 빠리에서 쓰고,
겨울 이야기는 여름에 쓰라고.
모른 긴해도 그림그리기와 관해서라면 그녀는 아래와 같이
추가할 것도 같다.
미인은 산수의 자연속에서 그리는 게 좋고,
산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엔
도심의 카페가 더 적합하다.
교당이 도심의 극장가의 홍보부장으로 간판화를 그리던 시절을 접고
마산 교외 두척 농촌 마을의 시냇가를 삶의 근거지로 삼은 10여년은
몸과 마음이 자연속의 산수와 혼연일체가 되어 붓과 화선지와 씨름하며
지낸 세월로 이른바 교당의 두척시대였다. 그의 새책화 미인도,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도석인물화, 세필의 연한 채색 모란도, 그리고 갈대밭의
기러기가 그려진 노안도 등이 교당 화풍으로 양식화된 것이
이 시대를 거치면서였다. 그의 모란도는 붓놀림이 특히 유려하고
사실성이 두드러지다. 대상에 대한 평소의 관찰력이 수반되지않고서는
그렇게 유려한 필체로 사실성을 단숨에 잡아내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현실의 실물을 보기에 그저 평범한 꽃인데, 그의 그림속의 꽃은 실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꼭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의 모란은 아름답다는
것이다. 집뜰의 모란보다 그림속의 꽃이 더 아름답다는 의미를
사람들은 꼭 닮아 아름답고고 말한다. 어잿거나 그는 그 두척시대 이래
순간 순간 혼자 그런 관찰과 탐미적 사색을 반복하는 게 일상화되었을
것임이 틀림없다.그의 모란꽃을 대하면, 어떤 이가 권한 옛중국의 부용도에
관한 감상법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꽃 그림을 공부하는 사람은 한 그루의
꽃을 깊은 구덩이 속에 넣고 그 위에서 그것을 부감법으로 내려다 보라고
권고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게 하면 꽃의 사면을 ,입체를 평면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교당에게는 그 10년의 두척시대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시대를
거침으로 인해 비로소 지금의 교당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도심의
인위적인 네온 조명에서 벗어나 야산의 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시내소리와
산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보내고,들꽃이나 마른 갈대의 흔들림을 보며,
비로소 마음으로 '뜻이 붓보다 앞서있음'을, '...물상의 표면에 얽메이지
않으며...',그리고 ' 형이 아니라 의를 그린다' 등등의 옛 스승들의 말뜻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이다. 산수와 자신의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 그 두척시대를
거치면서 비로소 화가로서의, 귀가 열리고 눈이 새롭게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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