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미인도화가 교당 10

jhkmsn 2014. 9. 30. 09:18

              3. 회상의 개울 

 

             

2. 극장간판위의 미인들

 

1950-60년대에 마산에서 사춘기를 보낸 이들이라면 창동극장가의

영화 판위의 미인들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 어떤 이는

강남극장의 간판에서 처음 본 '왕과 나' 의 여배우 데보라카의 얼굴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다른 이는 간판위의 오도리 헵븐을 보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기 위해 하루에 극장에  두번이나

들어갔었다.학생단체로 관람하게 된 그 영화를 낮에는학급 친구들과

교복입고 들어가 보고, 밤에는 몰래 아버지의 양복옷으로 변복하여

낮에 본 그 그 영화를 또 보았다. 필자의 경우, 처음으로 반한 영화속의

미인은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의 잉그릿드 버그만이었다.그리고

그녀와 함프리 보카드가 주연으로 나온 카사블랑카는 지금도 tv로

보기 좋아한다. 이 영화는 바바리 코트를 입은 남자 배우에더끌려서

이지만.이렇게 사춘기의 마음을 홀린  강남극장 간판위의 미인들은

하나 같이 김대환의 손에 의해 그려진 여배우들이었다.

 

 

-강남극장에서 간판그리기 일을 하게된 계기는?

 

-아, 일본에 눈 고치러 갔다 그 한쪽은 눈은 끝내 잃었으나 거기서

대신 목교당에게서 그림공부를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잇으리라 상상이나 했겠소.

그리고 다시 귀국한 후 간판점 성미사에서 간판 그리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때 영남광고사의 최용운씨의 추천으로 강남극장의 홍보택임자가 되엇지요.

당시에 강남극장은 갓 생겼거든요. 그렇게 그 곳에서 상영하는 영화나 창극 등

온갖 흥행물 일체에 대한 홍보는 내가 책임자로 되엇답니다.

6.25 전쟁으로 잠시 극장이 휴관한 기간도 잇엇으나 그 후 다시 문을 열었을 때도

내가 23세의 나이로 다시 홍부책임자로 일하였고 그 곳에서 무려 18년이나 일을 해왔엇지요,

 

-그 때 이미 사람들은 김대환의 그림솜씨를 알고 잇었군요

 

 - 그림이라면 내 눈 다치기 전에 이미 사람들이 다 알아 주었거든

 참, 6.25 시절 내가 군에 징집되지않았다는 말 했던가. 하여간

다친 눈은  그림스승을 만나게 해 주었지. 게다가,

귀국 후 6.25 전쟁중 군 면제까지 받게해주엇으니, 이런 걸  새옹지마라고 하겠지.

 

-그리고 거제 포로수용수에서 미군들 초상화 그리는 일도 하셨다면서요?.

화가 박수근도 미군들 625시절 미군들 초상화 그리는 일로 생계를 꾸려갓다더군요.

 

- 아. 강남극장이 전쟁중 잠시 휴관하고 있을 때 그 일을 좀 했지.

수입이 여간 아니었어요. 미군들 윗옷에 미군 성조기, 유엔기 그리고 자기 부대 마크 도 그려지고. ... 

 

- 그건 어떤 계기로?

 

- 이웃에  '혹보'라 불리는 정씨 어저씨가  내게 미군의 초상화 그리라고 권했지

그는 내가 그림을 잘 그리는 걸 알고있었거든. 그가 아마 거제 포로 수용소에

아는 미군이 있었던가봐. 그는 상하이에서 살다 왔다는데 영어를 잘 하는 사람으로

통했어.

처음에는  마산에서 틈틈이 미군 사진을 가져와 주문하더니

나중에는 아예 거제 포로 수용소로 들락거리며 미군인들 초상화 그리는 일을

하루에도 여러 번이나 햇어요. 그 혹보가  미군들 데리고 내게 통역을 해주었어요.

초상화 값은 혹보가 받아 둘이 나누어 가졌으요. 그 수입이 지금 생각하니

여간 아니엇다니까.

 

_ 그 어려웠던 시절에 한 동안 그런 특수를 누린 전문가였으니 여간 신통한 행운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다시 문을 연 극장으로 돌아와 홍보 담당 책임자가 되고. 지금 말로 잘 나간 

시절이었겠어요.

 

-  그랬다니까. 돌이켜 보면,18년간의 간판쟁이 일로 딸 아들 넷을 키우고 공부시키고 했으니,

그리고 문신, 최운 등 마산의 화가들과 형 아우로 지내던 세월이었으니,

그 시절이 좋았지. 간판그리는 일은 흥행이 잘되게 하는 데는 주인공 얼굴이 중요하지. 

마음이 틀이 정해지면 선으로 형태를 잡고 색채를 입히고 인물의 표정도 그려넣고.....

무엇보다 주당 한 편 꼴로 내가 영화를 관객들 먼저 보았으니,내 머리속은 온통 영화세계로

가득했었다오. 서부영화에 홀렸었지.이국적인 광야를  말타고 달리는 주인공들의 멋진 폼이며

그리고 여주인공의 바다빛 눈빛이며.....! 

 

-열흘에 한 판씩 그릴려면 손과 붓이 서로 떨어질 새가 없었겠군요.

 

- 당시 창동 시내로 나들이 나온 젊은 이들 치고 내 손으로 그려진 오도리 헵븐이나 ,

잉그릿드 버그만 , 에리자베스 테일러 등 여배우들의 얼굴을 못보고 지나는 이들이,

 모르긴 해도 없었을 거요.  '7년만의 외출'의 마리린 몬로와 '워털루 브릿지'의

비비안리는 그 때 뭇 젊은이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었지. 내게는 그런 이국의 미인들

얼굴이 이미 손에 익었다구요. 춘향전의 최은회와 김지미의 얼굴은 그 다음이구요.

아. 마부의 김승호의 인기는 대단했었지. 사나이로는 존 웨인 아니 케리쿠퍼도

당시의 학생들에겐 인기 최고엿지만, 돌아오지않는 해병대의 키 작은 황해도

대단했었지.그런 인물들을 관객들의 마음에 들게 그리는게 내 일이었으니까.

 

 

                                       

 

 

-극장의 영화 간판이라면 그 크기가 여간 아니었을 텐데 ?

 

- 대형 간판이니  간판 붓을 긴 막대기 끝에 고정시켜 물 결레질 하듯 쓱쓱 ㄱ어대면서

그려댔지. 윤곽 선을 제대로 잡아야 그려진 주인공들의 얼굴이 행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센의 주인공 아란낫드이 제일 머리속에 남아. 그 남자 키는 좀 작았지만

 권총 빼드는 솜씨는 매우 인상적이었지. 그 주인공 얼굴과 그 영화속의 꼬마 얼굴을

나란히 그렸는데 지금 생각해도 만족스러었어요. 관객들도 많아

사업부에서 술 한 잔 크게 삿지. 

 

- 그 때의 극장 간판의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 아쉽습니다.  저 낡은 사진은

영화 홍보물이 아닌 것 같은 데요.극장 파사드를 장식한 간판물 사진이군요.

저렇게 큰 걸 작업하시려면 때로는 사다리도 잇어야 겠네요.

그런데 사진속의 남녀 두 얼굴들이 정말 잘생겼네요.

 

-아, 저건  김소희 창극단이 공연왔을 때의 남여 주인공 얼굴들이지.

그 때 그   공연이 뭐 엿더라? 춘향전었던가. 하여간 그때의 주인공 둘을

그렇게 그렸지.

 

-김소희라면 유명한 판소리명창 아닙니까?

 

-와 아닐까? 그 분의 극단이지. 그 당시 김소희는 임춘앵 창극단과 서로 경쟁이 대단했었는데.

이 지방에서는 임춘행이 한테 밀렷지. 마산에서는 임춘앵이 대단히 인기가 높았지요.

임춘앵 창극단 맴버는 모두 여성들인데 임춘앵이 남주 주인공 역을 맡은 햇님 달님이

아주 인기가 있엇지.

 

 

-창극단이라면 한국판 오페라를 말하는 거지요?

연극의 대사를 판소리 형식으로 하는. 노래의 연극 말입니다.

 

-그렇지. 그때 영화보다 소리꾼들의 판소리 대목이나 익살로 된 창극이 인기 있엇지.

그 후 영화 시네마스코프 영화가 등장하면서 창극보다 영화에 더

관객이 쏠렸구. 

 

 

- 그  시절의 일화들 중 특별히 귀가 솔깃할 만한 것좀 들려주세요.

 

-극장의 흥행이 잘된 날은 사업부에서 술을 크게 내기도했는데

그런 때마다  춤꾼 김해란와 오동동 요정에서 술판을 벌이는데,

나는 기생들로부터 오히려 팁을 받는 사람으로 대접받앗다니까.

나의 춤과 노래에 기생들이 반한 거지. 무용가 김해랑은

내가 일본 대본에서 어릴때 보았던 최승희의 제자였었지.

 

- 그때 문신과 최운과도 자주 어울렸다면서요.

 

-문신이 프랑스가기 전 추산동에서 미니골프장을 만들고 하던 시절 말이군.

술자리에서 문신은 젊잖은 분이엇어, 옆자리 여자들을 찝쩍거리는 사람이 아니엇어.

최운은 바람끼가 제법 있엇던 화가엿지. 중국에서 곡마단의 아마추어 곡예사를

하기도 했다는 그는 한량끼도 있었지. 한번은 어느 기생에게 반해 집 안방의

소중한 비단옷을 부인 몰래 들고나가 그녀에게 선물로 주었다 들켜 소동이 난 적도 있었고.

 

-문신 선생의 그런 면모는 예상 밖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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