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미인도화가 교당 8

jhkmsn 2014. 9. 30. 09:01

2. 교당의 그림들  

 

3.영모화

 

교당의 영모화작품 중에 필자의 눈이 자연스럽게 멈춘 그림은

소품의 두 부엉이 그림이었다. 상상의 즐거움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부엉이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앙징스러움, 호기심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겁없음에 미소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한 그림속에

연한  담묵의 선으로그린 둥근 달이 다 그려지지않고 한 부분은

여백으로 남겨 두었다. 미완의 형상이 더 자연스럽다. 그 달이

보름달임을 금방 느껴진다. 작가는 그려져있지 않는 부분은 보는

이 스스로 상상으로 채우라는 뜻을 담은 듯 하다. 그림속의 부엉이

또한 그 시점이 한밤임을, 그리고 단 한 그루 역시 그 곳에 숲속임을

짐작케 한다. 나무위에 앉은 부엉이의 두 눈이 먹이감을 감지한 듯

초롱 초롱한 것으로 보아 한 밤일 것이고, 숲속의 깊은 은신처가

아니고서야 저렇게 겁없고 당돌한 자세를 지닐 수 있겠는가?

달의 형체가 보이지않음에도 먹물의 색이나 여백으로 그 싯점이

휘영청한 달밤임이 더 잘 느끼게 됨은 화면의 여백과 먹의 오묘한

색채감으로 인해서이다 두 부엉이 그림은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은

 다음의  일화를 연상케 하였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나귀를 끌고 다리를 건너는 그림을 그렸는데 

나귀가 다리 어귀에 서서 다리 아래 물을 보고 물결소리를 듣고

놀라서 물을 건너려고 하지않았다. 나귀를 끌던 사람은 나귀를

강제로 끌었는데 그 사람과 나귀 사이에 고삐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사람과 나귀의 자세와 모습으로 그 본질을 그려냈다. 

가게에 걸린 이 그림을 한 그림애호가가 비싼 값으로 주문하고는

며칠 뒤에 찾아가겠다고 하였다. 그림가게 주인은 기쁜 와중에도

그림속에 고삐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 나중에 그 점을 발견하고는

그림을 사지않을까 걱정스러워 주문한 사람이 오기넌에 나귀와

사람사이에 고삐를 그려넣었다. 그 주문자가 와서 고삐가 생긴 것을

보고 매우 애석해 하면서 말하엿다. 내가 이 그림을 좋아했던 것은

고삐를 그리지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옛 화가는 감상자로 하여금

여백이 제공한 실마리를 따라 자신의 연상과 상상을 발휘케 하라는

것이었다.

 

 

 4. 모란과 산수화

 

그는 그림애호가들이 마음에 들어하는 그림들을 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지난 날 극장 간판을 그리던 시절 이래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잘 감지하는 화가이다.  그가 모란을 자주 그린 것도 대중적 취향이

자신의 그림그리기에 중요한 요소임을 나타낸 것이다. 도시민이나 시장

상인들이 집이나 사업장에 모란 그림을 걸어두고 싶어함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모란은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귀와 영화를 상징하고있는 

꽃인 것이다. 두척마을에 기거하면서 그림작업에만 몰입하던 시절

집뜰에 가꾸던 모란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교당의 두 수묵 산수화의 경우, 그는 하나의 먹색에 五色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완전색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필법을 응용하여 먹색에

명암의 단계를 잡아내고 흰 종이위에 흑과 백의 두 색 만으로 깊은 산과

고요한 강을 그려낸다. 두 색 만으로 시선이 화면 깊은 곳까지 이르게

하는 원근감이 자연스럽고, 선염으로 그려진 먼 산은  안개가 자욱하여

계곡의 깊이를 더한다. 흰색의 화선지위에 상이한 먹색을, 간격을 둔다든지

중첩시키면서 여러 단계의 먹색을 형성시켜 교당 화풍의 소박한 산수를

표현해낸다. 교당의 산수화 중 한점은 얼른 보기에 마산근교의 산기슭

마을인 두척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그가 그림에만 전념하며 살았던

그 두척 마을이다. 개울가의 논밭 길에서 골짜기로 시선을 던지면

계곡 깊은 곳 위로 그의 수묵화의 산세와 흡사한 산등성이와 봉우리들이

마산의 무학산(원래 이름은 두척산이라고 한다.)의 한 갈래인 산과

계곡이다. 안개낀 날 바라보면 영판 그 그림의 산세이다. 아니면 우리 눈에 

친숙한 지리산 골짜기를 연상할 수 잇다. 뱀사골 입구에서 위로 멀리 바라

본 안개낀 지리산일 수 있다. 또는 창원의 달천 계곡으로 들어설 때 눈에

들어오는  천주산을 마주하는 느낌일 수도 있고. 

 

이 두 산수화에는 운필의 선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면의 짙은 먹색으로

표현해 낸 눈 앞의 수목의 뼈대만 필선으로 나타내었을뿐 전체적인 화면은

선염으로 그려져 있다.그가 붓을 든 순간 그의 심안에는 가파른 바위절벽이나

웅대한 수직 암석들의 설악산 대신, 숲이 무성한 마산의 무학산의 안개낀

날의 풍경 고요한 새벽 해안이었던가보다. 섬세한 선의 구사대신 선염의

붓놀림으로 먹색의 연함과 진함으로 표현된 원근의 산세와 숲이

안개구름과 더불어 사실적으로 어울리고 있다. 단지 먹색의 변화로만

나타낸 수묵 산수화의 원근감이 서양화에서보다 더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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