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미인도 화가 교당 7

jhkmsn 2014. 9. 30. 08:53

                  2. 교당의 그림들

 

 

1. 미인도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어떤 이에겐 아름다움은 '번개처럼 번쩍이는

것'이고, 또 다른 이에겐 '치유, 서러움, 번뇌, 숨구멍' 같은 것이었다.

또 어떤 다른  이에겐 '넋을 놓게 만드는 것, 침묵하게 하는 것, 정확한

것 ' 이기도 하었다. 교당에게는? 그리고 신윤복의 미인도의 여인들은 ?

그 미인들의 춘의적 교태는 어떠했을까? 그에게는 예술과 아름다움의

관계는 어떠할까? 그가 전에 화가로서의 여정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50여년에 걸친 내 화폭위의 여정은 결국 그 아름다움의 추구로 귀결된다.....

하물며 고운 미인의 자태는 달리 말해 무얼하겠는가?...나는 나의 극세필의 선을 따라

눈에 비친 대상과 그 속에 담긴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감없이 그려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교당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그의 미인도를 통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한복을 차려입은 한국 여인의 모습에서

미의 진수를 찾는 화가이다. 교당이 마음에 담아 둔 한복의 미인은

순수함과 진실됨, 단아, 고운 살결, 완벽한 비례의 자태를 지닌다.

현실속의 어느 한 여성이 마음에 들어와 그렇게 한복의 미인으로

숙성되어 그림 위에 나타난 것이다. 필자는 화가 천경자가 쓴

아프리카 여행수첩에서 스케치한  검은 처녀의 얼굴에 반한  적이

있었다.그림을 바라보며 그 모델이었을 실제 인물은 이국적인

매혹의 눈을 가졌을 것이라고 상상하였던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뻐져들게하는 고혹적인 여인의 자태에서 아름답다는 표현을 쓰고,

 다른 경우, 교당의 표현처럼  티없이 곱고 단정하고 선한 얼굴의

아름다움에 더 감동을 받는 이도 있을 것이다. 교당은 아마도

고대 그리스 미술사속의 완벽한 미의 누드여인상이나 또는 오페라

'호세와 칼멘'의 여 주인공인 카르멘같은 팜므파탈형의 여인에게서

아름답다는 느낌을 의식적으로 지울 것이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거부할 수 없을 그런 느낌이 들 수는 있겠으나 의식적으로 그 느낌을

스스로 인정치 못할 것이다. 습관적으로 그에게는 벗은 몸이 아니라

옷 입은 몸이, 그리고 요부형의 얼굴이이 아니라, 정숙한 얼굴이

아름다움의 대상이었다. 미인도를 그렇게나 오래도록 그려 온 그가

그런 점에서, 게 그림을 잘 그린 어느 화가처럼 다른 여인의 마음을

얻고자 부인 몰래 옥가락지를  사준 적이 있었으리라고는 여겨지지

않는다.

 

 

짙은 속눈섭 아래의 고요함이 담긴 눈동자,

열린 듯 만듯한 입매무새,

참빗질로 가르마 진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과 옥비녀,

미소띤 눈매와 버들잎 눈섭의 티없이 고운 얼굴,

칼날 선 동정에 속살이 은근히 비치는 미색 저고리와

늘씬한 몸을 가린 긴 다홍 치마, 

그 아래 살짝 내면 하얀 버선코 등이 흠잡을 데 없이 완숙한

묘법과 짜임새있는 구도아래 그려져있는

교당의 미인도!  치마 저고리 차림 고전적 여인이 

산수나 꽃을 배경으로 삼아 화면의 중심에 서 있는  미인도를 보면

사람들의 이런 감탄의 표현들이 빈 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미인도에는 늘 간직해 온 내면의 심상을 그려내기 위해

화가가 마음을  바닥의 화면 앞에 무릅을 끓고 

한 곳에 집중한 화가의 자세가 떠오른다.

 

한국 고전의 미인도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조선 중기 이후의 풍속화에서

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고들 말한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김홍도,신윤복,

채용신(蔡龍臣) 등을 들 수 있다. 단원 김홍도는 풍속적이거나 자태를

보여주는 미인도를, 혜원 신윤복은 해학적이고 춘의적인 미인도를 ,

그리고 채용신은 초상화로서의 미인도를 주로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신윤복의 <미인도>(간송미술관 소장)를 보면,단아한

모습과 맑고 고운 눈, 붉고 매혹적인 입술, 때로는 약간 비껴선 아름다운

자태 등에서 그 시대의 당시의 살아 있는 미인을 직접 대하는 듯하다.

혜원의 미인도는 대표적으로 우리들의 눈에 친숙하다. 여인의 아름다움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않는다. 감춤과 절제의 미학이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이당 김은호가 섬세한 미인도를 남기고 있다. 

머리의 장식없이 단아한 평상복 차림의 여인으로 사실주의적이다.

현대의 박연옥의 미인도는 화려한 채색화이다.한복차림이지만

현대적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채색화이다. 박연옥은 헤원에게

매료되어 자신도 미인도에 집중하게되었다고 피력한 바 있다.

혜원의 미인도에는 절묘한 구도, 여인들의 심리적 묘사, 단아한 선의

기법 그리고 은은한 색감이 담겨있다고 하였다.

 

교당의 미인도는 현대이전의 여인들이다.아름다운 얼굴이

한결같이 반듯하고 정숙한 부인의 얼굴이다. 조선후기시대와

현대의 중간 쯤의 여인상으로 여겨져,우리의 전통적 분위기와 ,

좀은 다른 듯 하다. 그의 몇몇 여인상에서는 1930 전후 일본의

지배아래 있었을 당시의 보편적인 여인의 한옷차림이 연상된다. 

그런데 그의 미인도의 특징적인 요소로서, 그의 여인은  머리와

몸체의 비례가  완벽한 것이 ,개인적으로  그리스의 완벽한 여성

누드를 연상시킨다. 한옷 속에 감춰진 몸매가 현대적이라는 의미

이다. 사실성에 바탕을 둔  조선후기의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비교적 작은 키의 몸매를 가진 것으로 보아 그 그림의 기녀는

실제인물을 모델로 삼았을 법한 느낌을 받는다. 혜원의 여인은,

필자가 보기에는, 그리스의 이상형의 신체적 비례에 미치지 못한다.

 

 

  ㄱ. 한옷의 여인들(교당70기념 54페이지)

 

색상이 서로 다른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6인의 여인들이 부드럽고

밝은 한옷의 한 노부인을 중심으로 정원의 잔디 위에 앉아 둘러앉아

노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어느 특별한 날에 큰 댁에서 여러

동서들과 며느리, 조카 며느리들이 한 자리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 말의 내용은, 모르긴 해도, 집안을 화목하게하려면 안사람들이

서로  잘 지내야한다는 것일 것이다.   6인의 여인을 극세필의 화가로서

정성과 공을 드려그려낸 화목 상징의 역작이다.

배경은 넓은 호수와 안개낀 먼 산이 배경으로 그려져있고 여인들의

뒷편에는 물오른 버들이 신록의 잎이 무성한 가지를 하고 휘어져 있다.

경주 어느 김씨댁를 방문한 그가 그 댁 정원의 연못가에서 불현듯 이런

이미지를 얻었다고 하였다.

 

ㄴ. 장구춤(-25p)

 

종이에 수묵 채색화로 기녀의 춤 동작의 한 순간을 그린 그림.

 이미지가 배경에 없는 단순한 미모의 얼굴과 몸이 두드러진

1인 그녀의 장구춤 모습 만이 그려져있다. 티없이 깨끗한 얼굴위에

눈섭과 눈매 그리고 입술이 차가운 듯 매혹적이다. 마음에 담아 둔

 미인의 얼굴이 세련되게 그려져있음은 여인의 미모에 대한 화가의

오랜 관찰과 끊임없는 습작의 산물일 것이다.

연한 물색에 가까운 수묵의 바탕색이 ,윗 부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갈색빛으로  조금씩 두터워지고, 홀로 춤추는 기녀의 시선이 약간 아래로

향해있어 화면 바깥의  뭇 남정네의 시선들을 의식한 듯한 다소 도도한

표정을 이룬다.  장구 촘체는 두 글자 禧가 뚜렿히 새겨져 있고

오른 손의 북채가 닿인 면은 사실에 가깝도록 팽팽하다. 머리위쪽으로

또 하나의 북채를 든 왼손은  얼굴을 중심으로 s형의 율동적인 미색 물결을

 청색 처마와  미색 저고리, 그리고 그 두 대비적인 색감 사이 오른 손 근처

치마 자락 한 모퉁이에  새로로 길게 세모로 된 안감의 연한 청색이 어울려

미려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ㄷ, 개울가 처녀 (4p)

산천을 배경에 둔 개울가의 여인의  그림은 다소곳한 자태와 그가 추구한

이상적인 미인형의 얼굴이 두드러진다. 개울가의 여인의 상은 평범한 한옷

차림의 젊은 아낙으로 얼굴 자체가 한국의 고전적인 미인형에, 그 몸체의 

균형적 조화의 비례마져 탁월하다. 그가 오래전 청년기에 부모님의 고향인

함안에서 본 이웃집 처녀를 연상하여 한복입은 아낙으로 그리게 되었다고

하였다.

 

  ㄹ, 난초와 여인( p15)

종이에 연한 채색..

무릎 위 상체의 인물화로  얼굴을 그림 한 가운데에

위치시켜보는 이의 시선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 있다.

그 단아한 모습이 얼핏 배우 이영애의 한복입은 모습이

연상된다.엷은 푸르름의 배탕색에 여인이 손에 든 난초꽃의

분홍과 치마의  분홍빛 하늘색이 그림한 점없는 높은 하늘처럼

맑고 푸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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