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미인도화가 교당 6

jhkmsn 2014. 9. 30. 08:51

               2. 교당의 그림들

 

 

홀로 창작하는 예인, 예컨대, 시인이나 화가들은 작업에 임할 때

정서적으로 깊고 아득한 몰입상태를 겪는다. 시나 그림들은 그런

몰입상태에서 일어난 창작의  결과물이다. 그런 정서적 몰입

속에 피어난 아이디어나 심상을 마음 안에서 밖으로 표현해내는

작업은 그 창작자의 손이 맡아 한다. 시인이나 화가는 안다, 그들의 

시나 그림은 집중의 산물임을. 즉, 한 주제에 대한 개인적인 시간의

몰입과정 중에 홀연히 심안에 포착되는 영감이 그 작업자인 손의

노역으로 눈 앞에 표현되어 밖으로 드러난 것임을!. 그 작업을 위한 

내면의 그 깊은  몰입과정이 지나면 허탈감의 이완이 뒤따른다. 

그리고 그 풀어진 몸과 마음은 어느 시점에 이르러 다시 몰입의 깊은

고요속으로 빠져든다. 멀리서 보면, 예인들에게서 그림그리는 행위나

시를 짓는 일은 이런 긴장의 상승과 이완의 반복일런지도 모른다.

 

교당의 평소의 천진한 소년티의 표정은 그의 작업을 위한 몰입이후의

이완된 마음 상태의 모습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른바 지역 토속어가

이어지는 그의 자유로운 언행, 흥에 겨운 몸짓, 또는 리듬을 탄 가락은

그의 그런 이완된 마음의 표현들이다. 몰입중의 그의 탐미적 열정이나

손의 흐름을 따라 일어나는 눈매의 진지한 변화는 우리들의 눈에는

감지되지않는다. 그의 그림의 감상자들만이 그의 작품을 통해 단지

이를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모르긴 해도,그의 채색화 '8명의여인들'이나

수묵화 '500인 나한도'의 작업에서는 그런 탐미적 눈매아래 그려졌을

것이다.

 

그 과정후의 풀어진 마음과 그리고 그 일을 다 이루어낸 충만감은 평소

술자리에서의 그의 흥취와 어깨춤에서 무의식중에 드러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고, 그 집중에서 벗어나면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술마시고 노래하며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한다. 교당에게는

두가지의 집중이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나는 수직적 집중.이를 테면

짧은 순간의 깊은 몰입이 그것이고 , 다른 하나는 한 가지 주제에 매달린

긴 시간의 완만한 탐색과 몰입이다. 일필로 휘몰아가듯 그린 수묵화,

'춤추는 여인' 수묵화는 전자에 해당될 것이고, 다른 수묵화  연작,

'500인의 나한도'는후자일 것이다.

 

교당 김대환은 마산이 그의 삶의 터전인 미인도의 화가이다.  

전통적인 한국 여인의 기본복식인 치마 저고리를 입은 다양한 자태의

여인들을 붓과 채색으로 그려낸 마산의 예인이다.  월하미인,

장구춤을 추는 기녀, 목련꽃과 여인, 수국앞의 여인 등등 그는 수많은

미인도를 그린 예인이다. 사군자화나 포대화상이나 달마도같은 신선도,

그리고  노안도(갈대와 기러기) 등 동양화의 보편적인 주제의 그림 역시

그의  손길아래 창작되어왔다. 티없이 정결한 한복차림의 그의 미인들은 

경남해안 지역이나 전통기질이 성한 진주권 사람들의 눈에 더 친숙하다. 

한국의 옛 풍습이 마음에 남아있는 전통성향의 사람들에게 그는 탁월한

솜씨의 미인도 화가로 존경받는다.반면에, 천경자의 서구적 미인이나,

현대 서양화의 인상파 그림들이 눈에 익은 신세대 그림애호가나,

서구 문화에 익숙한 현대의 이성적  교양인들은 교당을 속으로 그저

그런 구태의연한 미인도 화가로 여기는 편이다.

 

그의 그림은 알게 모르게 사의적이다. 마음에 담아 둔 실제 대상이

붓을 통해 이상형의 미인으로 나타난다. 그의 빈틈없는 묘사력이

돋보이는 그의 미인도는 미인의 이상형이다.사실주의적 묘사력이

두드러지지만  세필화로 그려진 그 인물들은 심상의 것이다. 수필가

정목일 선생이 그의 그림 앞에서 느낀 아래의 정서적 표현를 읽어보면

교당의 사실주의적 묘사력이 매우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할 수 있다 :

 

아, 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방바닥엔 놀라웁게도 너무나 곱고 아리따운

미인이 누워있지않는가!....연한 옥색 치마 저고리의 부드러운 선엔 여인의 숨소리가

흐르고, 옷에선 향긋한 체취가 풍기고 있었다. 난향일듯 싶었다.

 

 

요즘 교당의 그림들을 자주 본다.며칠 전에는 창동의 만초집에서 

그의 노작도를 , 그리고 창동의 나삼수 사무실에서는 그의 화첩을

통해 여러 점의 미인도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을 보았다.어제

점심 시간에는 양지집의 포대화상을 몇 번이나 바라보았다.

집서재의 수묵화 한점인 '춤추는 여인'은 매일 마주한다. 필자가

그의 그림을 대할 때는 탐색적  감상의 눈으로 그림과 마주한다.

이를테면, 그림의 선과 색채의 어울림을 피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여백이나 화면밖의 뭔가를 능동적으로 탐색하는 편이다. 연상이나

상상을 운용하여 더욱 깊은 차원에서 세세하게 음미하고 깨달으며 ,

작품의 예술성을 탐색하는 편인데 , 그렇게 하면 원래의 화면에서는

그려지지않는 사물과 뜻을  자신도 모르게 눈 앞에서 보게된다.

마음으로 정감을 투입하여 외부의 형식특징으로부터 창작의 함의에

이르기까지  상상해가며 그림의 맛을 음미하려한다.

 

그의 그림세계와 관련하여, 필자의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편의상 

세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미인도를 하나의  항목으로 하고, 

 달마도, 포대화상도, 500인 나한도 등 도석인물화를 다른 항목으로,

그리고 영모.화조화 등을 세번째의 항목아래 묶어 탐색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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