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1-10-1

jhkmsn 2014. 9. 13. 10:34

              10. 마드리드의 선물

                         1.

4월 0일

Lau에게!

이 곳은 다시 마드리드입니다.​ 스페인을 찾아와 이 도시에서

처음 머물렀던 호스텔 매드에서 그라나다에서 맛 본 상그리아를

큰 잔으로 마시며 지난 한달 간의 긴 안달루시아 체험을 뒤돌아

보고 있습니다. 스페인으로의 긴 비행후 낯선 땅의 첫 숙소에

들어와 여장을 푼 순간에는 흰 포도주를 마셨습니다. 그 때의 잔은 

무사히 안착한 것에 대한 안도의 잔이었습니다. 오늘의 이 상그리아는,

수도승이라면 그럴 것같은, 단순한 마음으로 나섰던, 그리고 영어가

거의 통하지않아 아슬아슬한 순간을 몇번이나 겪어야 햇던

안달루시아 여행을 무사히 끝낸 것에 대한 자축의 잔이었습니다.

마드리드는 플라멩코의 고장 안달루시아와는 그 문화적 색깔이

좀은 달랐습니다. 플라멩코의 고장인 안달루시아의 도시들-

그라나다, 말라가, 헤레스, 카디스-이 고대의 흔적이 역력하다면,

스페인의 수도인 이 곳 마드리드의 도심에 대한 나의 인상은

이 도시의 현대적 삶의 자유로움속에 반짝이는 고전적 취향입니다.

 현대식 건축물인 파라도 미술관 입구의 고목아래 앉은 한 거리의

악사가 자랑스러운 자세로 바흐의 곡을 연주하고 있었습니다.

미술관으로 들어서려든 나의 발길은 모처럼 만에 듣는 그 곡에

한 참이나 붙들렸었고, 나는 그 풍경에, 그 기타 선율에서 특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순간 내 영혼의 한 구석에 묻힌 땟국이 씻겨나고

마음의 어떤 해묵은 상처가 잠시나마 치유되는  듯한 드문 충만감이

그것입니다.기품을 지니면서도 근엄하지 않은 그 소곤거림은

어린아이의 맑은 눈빛 같은 것이었습니다. 

 포틀란드에서 육신의 허기짐을 달래주던

그래샴 동산의 블렉베리를 생각하며,

mn​

가랑비가 내리던 이 도시의 어젯밤에 jh는 어떤 몽상에 빠져 든 순간이

있었다. 숙소 매드 호스텔에 가까운 한 카페의 카운터에 혼자 앉아

비노 불랑코를 마시고 있었고, 텅 빈 홀 안은  기타 연주의 고전음악이

가늘게 흐르고 있었을 때 였다. 그는 무의식 중에 몇년전부터 끊고 지냈던

담배를 사  한개비 꺼내 불을 붙였고, 바텐더가 말없이 채워주는 그의

세번째 잔을 비웠다. 술 향기에 어떤  건조한 고독감 같은 것이 몸 속으로

번져드는 느낌이 있었다.여행중에 순간 순간 맛보는 애잔한 외로움과는

다른 무엇이었다. 그 빈 술잔위로 시선을 던지던 그의 심안에 뜻밖의 환상이

​하나 아른거리는 것이었다. 사춘기 이전의 한 소년이 홀연히 나타나 그의

옆 자리에 앉는게 바로 그 환상이었다.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그렇지만

그 천진한 모습이 여간 사랑스럽지않은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 순간 이것

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그 소년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에  그는

얼마나 행복해했던가!

 스페인 여행이 그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있다면, 그건 마드리드에서

 그 순간 몽상속에 만난 비실재의 한 소년과 나눈,앙드레 지드의 어떤

*이야기( 그의 소설 < 탕아의 귀환>을 참조할 것)를  떠올리게 하는,

'아래'의 물음과 대답을 나눌 때의 그 행복감일 것이다. 그와 같은

몽상은, 아마도, jh가 신약성서 가운데 누가복음 15장에 담긴

'돌아온 탕아'이야기를  앙드레 지드가  자신의 독창적인 상상의 글로

쓴 그의 소설, '탕자 돌아오다'를 애독했었기 때문일 것이다.

참고로,지드의 소설에는 원래의 성서적 주제와는 상반된다.

소설속에서는,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으로 부모 모르게 집을 빠져

나가려는 자신의 막내를 그 탕아는 비밀리에 도와주며 ,

'너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모험을 펼쳐라. 그리고 나처럼

낙오자로 아버지의 품으로 되돌아오지 않기를!'하는 말로 그를

배웅하는게 그 요지이다.

 

그런데 마드리에서의 그 뜻밖의 몽상은  그 소설의 탕아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 순간 어떻게 그런 몽상에 빠져들게되었는지

본인도 나중에 의아해 했었다. 아마도 그는 자신에게 눈을 반짝이며

질문이라도 해오는 그 또래의 소년 손자라도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 

라는 바램을 부지불식간에 속으로 갖고있었던 모양이다.

..........

.......... 

: 할아버지, 아주 멀리 다녀오셨어요?

: 그래, 낯 선 땅 이곳 저곳으로 돌아다녔어.

: 무얼 찾으려고요?

: 글세, 내가 찾고 싶었던 거? 그건 잘 모르겠어​

:.......

........

: 할어버지,저 앞쪽  벽장 위를 한번 보세요

: 얘야,저건 야생석류가 아니냐. 크게 벌어져 속이 다 보이는구나.

: 저 돌석류는 말인데요. 쓰기는 하지만 ,생각만 해도 우리의 목마름을

  금방 달래주잖아요

: 아, 그렇다면, 이제 알겠구나.  너의 물음.

  무엇을 찾고싶어 그렇게 먼 여행길에 나셨는지를.

  이 할아버지에겐 아마도 어떤 목마름이 있었어,

  이를테면, 네게 편지 쓰고 싶은.

​: 저에게요?

  

: 자 이제는 내가 물을 차례야. ​넌 망원경이 좋아,

  기타가 좋아?

: 전 망원경보다, 기타보다, 축구공이 더 좋아요. 나중에 축구해설가가

  되고 싶어요. 멋진 유니폼은 선수들 따라 세계 이 곳 저곳 다닐 수 있고,

  할아버지처럼​.

  선수는 못될 것 같아요. 축구공이 머리에 맞으면 너무 아플 것 같아요.

: 그래? 그것도 좋겠구나. 그런에 이 할아버지가 네게 바라는 걸

  이야기 좀 해볼까?

: 그래요. 뭔데요?

:  네가 장래에 어떤 인물이 되든, 외국어를 몇개는 좀 잘 해야해.

   특히 스페인어, 영어 그리고 가능하면​ 불어도 좀. 할아버지는

   스페인어에 어두워 이번 여행길이 여간 힘들지 않았어.

:  그렇게나 많이요?

: 그럼.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땅의 술맛으로 상상력도 키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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