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1-6-1

jhkmsn 2014. 9. 11. 15:26

  6. 헤레스(Jerez)에서 서편제를 보다

                         1.

 

스페인 여행중 문이 전혀 예상치못한 일이 있었다. 전라도의

소리꾼일가의 기구한 삶의 유전을 그린 영화 '서편제​'를 플라멩코의

본 고장 안달루시아의 헤레스에서 문이 다시 보게된 것이 그것이다.

이 고장 출신의 댄서 사샤 가족과 함께 그녀가 소장하고있던 비디오를

통해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 것은 문에게는 뜻밖의 의미있는 일이었다.

스페인 집시의 플라멩코 소리와 한국의 전라도의 판소리를 더 깊은

호기심으로 비교하며 살펴보는 계기가 되엇던 탓이다.

비디오는 지난 겨울 헤레스의 사샤가 마산 창동의 무용가 P의

초청으로 마산에 왔을 때 어시장 입구쪽의 한 피부비뇨과 병원장이

살풀이춤 dvdd와 함께 그녀에게 선물로 전 것이었다는 것이다.

이 병원의 전문의사 y는 오래전부터 판소리에 심취하여 스스로

북채를 잡는, 이른바 판소리 고수이다. 

 

화면의 흐름 사이로 묻어나는 서편제 특유의 계면성 가락과 애절함이

절절히 묻어나는 시나위​ 성음! 소리꾼 일가-장구를 치는 아비, 소리를

뽑는 눈먼 딸, 징을 울리는 이복 아들-이 억새풀 언덕길 위에서 삶의

뼈저림도, 가슴속의 한도 잊은 채 둥실 둥실 춤추며 펼치는

진도 아리랑의 허허한  소리! 이날 사샤는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남편과 집시 시아버지와 이 여행자 문의 앞에서  진도 아리랑을

즉흥적인 플라멩코로 춤 추었고, 그녀 집시 남편은 팔마스(손벽 장단)로

이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헤레스의  사샤의 집시 가족은 그 소리꾼 일가의 이야기를 화면으로

대략 감지하면서, 그들의 깊은 숙명적 애통과 한에, 그리고 특히

그 눈 먼 딸의 처연한 소리에 몰입하는 동안, 깊은 공감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마치 문이 미국의 포틀란드에서 처음으로

듣게된 집시 소리꾼의 그 긴 탄식의 '아이! 아이! 아이!의 울림에 그랬던

것처럼.​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를 읽었거나 이 영화를 본 이라면 기억하리라.

소설의 독자도, 영화 관객도 서편제의 한 장면 앞에서 이복 오누이 둘이

자신들의  소리와 장단에 자신들을 잊은 채 빠져들 때 그 소설의 독자도,

영화관객도 함께 몰입해 들었던 그 두 이복 오누이의 듀엔데 순간의

장면을!

 

플라멩코의 본 고장, 안달루시아의 헤레스에 온 문은 이 집시 노래가

우리의 판소리와 관련하여 불러일으키는  대비적 요소를 생각해본다.

서로 별개의 민속적 노래들로, 그 둘 다, 한 마디로, 소리꾼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구두 전승예술이고, 관객이 그들의 소리마당에 함께

참여하는 공연예술이라는 점에서 서로 비슷하다. 

고대 서양의 시, 음악처럼  헤레스 집시들의 노래 플라멩코도 그렇게

그들의 예배의 의미로 시작된 것으로 믿어지게되었다. 특히, 이 곳의

전통적인 행렬, 사에타(Saeta)의식을 거리에 나와 지켜보면서 였다.

사에타는 헤레스, 그라나다, 세빌라. 말라가 등 안달루시아의 여러

도시에서 4월의 부활절 기간에 거행되는 ,예배의식같은 , 거리의 

행렬로서, 사에타 노래와  더불어 진행된다는 것이었다.  화살'이라는 

의미의 그 사에타 노래는 성모 마리와와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에게

띄어보내는  통곡의 기도소리라고 하였다.

판소리 마당에서 소리꾼 곁에 북채를 든 고수가 필수적인 것처럼,

플라멩코 소리판에서도 역시 기타리스트가 판소리의 고수 역할을 한다.

고수가 얼쑤!하며 소리꾼을 추임하는 것처럼, 기타리스트 역시 추임새

올레!로 소리의 흐름에 리듬을 주고 노래를 부추긴다.​ 그리고 플라멩코나

판소리의 공연, 두 경우에 관객의 참여가 적극적이다. 한 마디로,

단상 단하가 따로 따로 있는게 아니다. 관객들 역시 그 소리 마당의 당당한

주체로 참여한다. 다만, 플라멩코에서는 그 소리판에 춤이 동시에

일어나지만, 판소리의 경우엔 ,소리꾼이 무대 배우처럼 그 판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조금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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