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1-5-1

jhkmsn 2014. 9. 11. 09:11

               5. 카디스의 빛과 바다

                            1.

그라나다가 이 여행자에게 초생달이 떠가는 밤의 도시였다면,

이 곳 카디스는 동트오르는 새벽의 도시이다.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흔적없이 사라진 노을빛 환상의 기하학적 조각상​이

그라나다라면, 바다소리로 가득한 푸르스름한 여명의 해안이

이 곳 카디스이다.

그라나다는 아침에 잠들어 있었다. 사라진 옛 무어인들의 지혜가

​번쩍이던 궁전이 이제는 한 밤 어스럼한 달빛아래 맨발의

무희가 춤추는, 아득한 황토빛 전설의 잔해가 되었다.​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그 침묵의 폐허는 언젠가부터 깊은 밤마다

환상의 샘이 솟는, 달콤하고 쓰디쓴, 회상의 샘터가 되었을

것이다.

카디스의 새벽은  아득한 해안 수평선의 푸르스름함과, 긴 날개의

갈매기들이 머리위에서 선회하는, 절벽 해안의 파도의 굉음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여행자는 지금 광할한 대서양과 마주하고있다.

절벽아래 바위 틈에 몸을 반쯤 내민 왕 참게도 잠망경 같은 두 

눈으로 조심스럽게 그와 눈길을 주고 받는다. 늦은 밤 jh는 lau에게

이 도시에 대한 소감을 이메일로 띄어 보냈다.

​3월 0일

Hola!

내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빛의 도시

카디스는

바다의 거친 푸르름과

올리브나무 끝의 흔들림입니다.

그라나다는 이미 아득합니다.

달콤한 그늘,

쓰디쓴 침묵,

그리고 잿빛 영광의

폐허로.

지금 나는 카디스로 다가서며

가슴 설렙니다.

갈매기들이 머리위에서 원무하고

두 발이 담긴 얕은 수면 아래

​등 검은 농어떼가 은빛 반짝임으로 꿈틀대는

소년기의 어느 날

나의 작은 바다에서처럼.

그저께

말라가에 다녀왔습니다.

피카소의 고향이어서가 아니라,

여행 길의 한 순간이나마

내게 바다가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이

그 도시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라나다의 마지막 새벽​

생전에  한번 마음을 모아 껴안아 주지못한

아흔 노모를 .

바둑이가 노는

꿈속의

그 바닷가의 햇살 가득한 집 마당에서

흐느낌으로 만나

베개를 적시었습니다.​

In Cadiz,

mn​

오래전부터 문에게는 늘 대비되는 두 환상이​ 있었다. 유소년기에

항상 곁에 있었던 은빛 반짝임의 한 작은 해안이 그 하나이고,

청년기에 포도빛 망또를 걸치고 벗꽃이 지는 것을 네번이나 보았던

짗은 잿빛 숲속의 은거지가 다른 하나이다. 그 외딴 은거지는​

나타날 때마다 무겁게 울리는 첼로의 느린 선율처럼 그를 비감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였고, 그 해안은 가슴 벅차게하는 프르스름한

새벽 빛으로 언제나 미래쪽으로 심안을 열어주었다. 그라나다와

카디스의 그런 대비는 아무도 그의 그런 내면적 체험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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