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창동인블루6-5-2

jhkmsn 2018. 5. 14. 14:27

                                             2.



 강연자의 작품 해설 다음에 자유토론이 이어졌다. 오늘 강연내용의 중심 화가중의 한 분인 조현계 화가가 영화해설가 이승기 선생과 나란히 객석에 자리하였고, 창동거리에서 소규모 악세사리 가게를 운영하는 화가지망생 조운규는 인문 곁에 앉아 있다. 이날 따라 객석에는 아래층 영화관을 찾은 젊은 관객들도 호기심을 가지고 올라와 앉아있다. 한편, 객석 뒤쪽에 서 있던 창동의 키다리 마술사는 휴게실 뒷문 밖으로 가만히 나간 후 무대복 차림으로 다시 돌아 온다.,
이 날도 지난 번 그림읽기 모임에서처럼, 자유토론에 앞선 막간에 그 키다리 마술사가  깜짝 무대에 올라와 마술 한편을 펼친다. 이 날은 그는 조끼까지 입은 정장차림으로 가위와 넥타이 하나를 들고 나와 짧은 휴식시간 동안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뒤이어 사회자 송창우 시인이 다시 객석 앞에 선다.
 
시회자: 깜짝 마술쇼, 재미있었는지요여러분 앞에 섰던 이 마술사는 지난 번 창동 아고라 마당에서도 마술쇼를 펼쳤던 바로 그 키다리 마술사 이군입니다. 그 때도 오늘 처럼 윤용님의 '그림읽기' 강연장에서 였었지요. 이군은 앞으로 이런 깜짝 쇼로 이 창동골목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리라 믿습니다. 이곳을 찾아주시는 여러분께서 호기심과 애정으로 이 젊은이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그림읽기가 어쩌다 이 곳 게스트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해당 작품들을 직접 전시할 수 없는 형편이라 부득이 이곳을 택하였습니다. 이곳 아래층 영화관에 비치된 전자기기를 활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보시다시피, 두 화가의 그림영상물을 이렇게 앞에 설치한 화면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 아이디어는 여기 이 앞자리에 앉아 계시는 영화 해설가 이승기 선생님이 제안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이선생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자유대담을 위해 오늘의 주제 발표자이신 윤용님이 먼저 말씀을 하시겠습니다.
 
윤용먼저 오늘 이 자리에 나오신 조현계 화가님을 소개합니다. 조선생님, 인사말 한마디 해 주시지요.
 
조현계: 윤용화백님이 제 그림에 이렇게 마음 써주셔서 여간 고맙지 않습니다. 제가 원래 말재주도 없을뿐더러 남 앞에 서면 쑥스러워 말을 잘 못하는 편입니다. 그저 이런 '그림읽기' 모임에 저의 그림을 주제로 삼아 주셔서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윤용저렇게 겸손하시니 제가 좀더 보충해드려야겠네요. 조현계 선생님은 지난 40여 년이 지나는 동안 오로지 수채화 만을 그리고, 수채화에만 폭 빠져 사는 작가입니다. 그에게 수채화는 단순히 그 어떤 대상을 그려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삶의 중심입니다. 여행을 즐기고 마음에 드는 풍경을 현장에서 잡아내는 이 분은 풍경의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수채화의 안개낀 듯 미묘한 색채감을 주로 애용하며. 특히 이분은 풍경에서 지리적 묘사보다 대기의 효과를 훨씬 중시합니다.
 
 
인문: 제게는 조현계 선생의 최근의 누드 스케치에 특별히 호기심이 갑니다. 그의 누드는 변상봉 화백의 에로티시즘적인 사실주의 누드와는 대조적입니다. 변교수는 누드화에 관한 한, 관능미 넘치는 사실주의적 묘사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화가였습니다. 반면에, 조현계 화가는 ,누드 드로잉의 경우, 재현적 묘사 대신 필선을 단순화시켜 대상의  순간 동작을 특징적으로 포착하려하였던 것으로 여겨집니다. 조선생님, 제가 너무 나서는 건 아닌지요?
 
조현계: 아니, 인문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모델의 몸놀림을 번개같이 빠른 손놀림으로 생생하게 묘사해내는 변 화백님을 저는 매우 부러워 합니다. 누드를 대하는  점에서는 전 좀  소극적입니다. 어쩐지 민망스럽기도 해서, 세밀한 묘사를 피하고 의도적으로 요약하는 편이지요.요즘들어 차츰 차츰 누드가 회화예술의 기본임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화가지망생 조운규: 저는 오늘 이 강연회에 소설가 이제하의 그림이 주제가 된다기에 호기심이 동해 이 자리에 오게되었습니다. 소설가로서 그가 그림을 그린 화가로도 할동하였음을 오늘 알게되었습니다. 화가가 되고싶어 물감 냄새를 가까이하고있는 제게는 오늘 이 자리는 특별히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윤용: 이제하 화가의 경우, 이 근처 한 식당에서 우연히 본 그의 그림으로 인해 그에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인테넷으로 이제하를 검색해보았던 것입니다온라인을 통해 본 몇 점의 그의 회화에게서 어떤 우울한 시적 분위기를 느꼈습니다. 내면성을 띤 색조가 아름답더군요. 북구의 표현주의 화가 뭉크의 음울한 회화적 분위기가 연상되는가 하면, 보드레르의 한 싯귀- '색채는 꿈꾸게 하며 피안을 감지케 한다'-도 연상되었습니다.  앞에서 보여드린 그의 인물화 한 점은 서양미술사에서 본 6세기 중세시대의 그레코-로망 양식의 옛 납판화의 인물화를 연상시켰습니다.

인문: 오늘 여인과 말의 이미지가 중심인 이제하의 그림을 들을 대하니 전에 창원 용지공원에서 보았던 대형의 조각품 목마상이 생각나는군요. 그 조각가는 모르긴 해도 트로이의 멸망에 관련된 그 거대한 목마를 주제로 작업하였으리라 여겼습니다. 어쨋거나, 이 제하의 회화들- 푸른 목도리를 두른 소녀, 가족들, 풍경 등-은 그 싯적 탐미성으로 마음을 끌었습니다. 그 그림의 흡인력에 다시 한번 더 살펴보니 모질리아니의 목이 긴 <잔느> 그림도 연상되고요.
 
윤용: 그가 어떤 인물인가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뒤져보니, 그는 애초부터 호구지책, 안락함, 사유재산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은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그가 대책 없는 보헤미안, 하염없는 예인이라는 말에 더더욱 그의 그림의 색조나 형태에 더 가까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화가 지망생 조운규이제하 선생님의 어느 책에선가, 자신의 글은 회화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글을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늘 보니, 그림에서의 구도, 색채 및 주제형상화 과정이 그 형식만 다르게 나타날 뿐이지 글쓰기와 아주 닮아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의 소설은 스토리보다 이미지가 위주 입니다. 전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제 그런 점이 좀 이해되는 군요.
 
윤용: 회화에서 본질적인 것은 주제보다는 그리는 방법입니다. , 주관적 표현에 있다는 것이 화가로서의 저의 생각입니다. 보들레르의 이 말, " 음악이든 그림이든 예술작품이 표현해주는 것은 결코 어떤 이데(idee)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이 주는 감정과 감동이다' 그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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