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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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의 황금당 골목에 '리좀 게스트하우스'라는 이름의 호스텔(hostel)이 있다는 사실이 언뜻 믿기지 않았다. 호스텔이라면, 호텔과 대비되는 개념의 숙박시설로 보통 유스호스텔(Youth Hostel)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굳이 청소년만이 아니라 모든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이기에 최근에는 그냥 호스텔이라고 부른다. 이 숙박업소를 지역에 따라 "게스트 하우스"라고 부르고 있다. 무엇보다 호스텔은 도심에 있거나 가까이에 있는 데다 체류 지역에 관한 다양한 홍보물이 비치되어 있다. 그 골목길은 인문이 도심 나들이 때 수시로 왕래하던 곳이다. 게다가, 그 골목엔 인문이 멕시코 대중음식 브리또(burritos)와 테킬라 술이 생각나면 찾는 'Mexico'가 있다. 그 멕시코 음식점이 있는 건물 3층에 그 게스트하우스가 있다니!
그는 '부리또'를 '충무김밥' 만큼이나 좋아한다. '토르티야'에 달콤한 삶은 굵은 콩, 쇠고기 가루, 잘게 쓴 양파, 밥, 그리고 치즈 등을 넣어 이를 둘둘 말아 손에 들고 먹는 멕시코 대중 음식으로 그 뒷맛이 입속에 오래 남는다. 한 15년 전 미 서북부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의 도심에 위치한 파이오니어 광장에서 처음 맛본 이 브릿또를 그 도시에 머무는 몇 달 동안 점심때가 되면 그 광장으로 나와 즐겨 그 음식을 사 먹었다. 그는 포틀랜드의 그 광장을 지금도 이따금 마음으로 회상한다. 충무김밥이 생각나면 통영 바닷가로 그냥 버스에 오르기만 하면 되지만. 먼 그곳엔 그럴 수가 없다. 입안에서 브릿 또 맛이 느껴지더라도 그저 마음으로만 가볼 뿐이다.
지난날 먼 여행길에 나설 때마다 인문은 방문 도시의 호스텔에 머물렀었다. 무엇보다 여행경비를 아끼는 방안이었던 것이다. 저렴한 숙박비에다 방문 도시의 다운타운에 위치하고 있으므로 그가 찾고 싶은 데는 어느 곳이나 걸어서 가거나, 아니면 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젊은이들 틈에 끼여 그들에게 이런저런 도움을 얻을 수 있어서 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일반적으로, 호텔이 기본적으로 1팀 1실이 원칙인 반면에 호스텔의 경우에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적게는 3~4명부터 많게는 수십 명까지도 한 방을 써야 한다. 당연히 화장실이나 세면시설은 공용. 보통은 남녀가 분리되어있지만 (특히나 유럽 쪽은) 남녀가 구분 없이 그냥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인문은 스페인에서 그리고 모스크바에서 남녀 혼숙 호스텔에서 국적이 다양한 젊은이들 틈에 끼어 숙박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호스텔은 아침식사로 토스트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게스트 키친(주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런 경우에는 근처 가게에서 값싼 식재료를 사다가 직접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
그는 며칠 전 키다리 마술사가 말해 준 황금당 골목의 그 건물 3층에 올라 처음으로 그곳의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넓은 홀 안은 두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쪽은 그림 전시회 공간으로, 그리고 다른 한쪽은 사무실 겸 카페 공간이었다. 그는 카운터로 다가섰다.
"저, 여기가 창동 리좀 게스트하우스인지요"
"예, 게스트하우스 겸 레지던스 겸입니다. 이따금 이 곳에서 그림 전시회도 열기도 하구요. 어떻게 오셨는지요?"
"그냥, 한번 둘러 볼 겸. 혹시, 여기 레지던스에 마술사 젊은 이가 머물고 있는지요?'
"예, 그런데 지금은 외출 중입니다. 오전에 대학의 마술 동아리 모임이 있다며 외출하던데요."
"저, 이곳 실내 공간을 좀 들여다볼 수 있는지요"
"그럼요, 따라오세요."
인문은 그녀 뒤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 안으로 들어섰다. 홀은 의외로 한적하고, 침대가 없는 여려 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그가 전에 일본 오사카에 한 플라멩코 기타리스트를 만나러 갔을 때 머문 적이 있었던 그런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방안은 깨끗하게 잘 정돈되어있었다.
" 이곳을 알고 찾아오는 해외여행객은 더러 있나요? "
"아직은 요, 참, 한 보름 전 프랑스인 여행객 한 분 머물다 떠난 적이 있었습니다. ‘릴라’라는 이름의 젊은 처녀로 이곳 창동 해설사 김경련 씨하고 자주 어울렸습니다. 이곳 예술촌에 호기심을 많이 가지던데요"
" 그래요?"
"이곳 주인 언니가 파리에서 오래 사셨던 분이라, 언니 만날 겸 프랑스에서 오는 여행객이 이따금 있습니다. 그리고 이 건물 지하공간에 소극장이 있어 이 게스트하우스 휴게실엔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습니다"
"극작엔 좌석이 얼마나 됩니까? "
"50석 규모의 공간입니다. 여기는 그 소극장 덕으로 그럭저럭 운영되는 편입니다. 참, 이 소극장에는 이따금 영화 해설가 이승기 선생님이 오십니다. 이 선생님은 영화 관객들이 특별히 좋아하는 분입니다. 그분은 마치 무성영화 시절의 변사처럼 옛 영화 이야기를 들려주시거든요. 지난날 이곳 도심에 있었던 두 극장, 시민극장과 강남극장에서 상영되었던 영화라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촘촘히 기억하시던데요.”
" 아니, 이승기 선생이 여기를 드나드신다고요? "
"요즘 그분은 오실 때마다 뉴욕 이야기하느라 입에 침이 마릅니다."
"그럴만합니다. 뉴욕에 사는 딸 덕분에 그 먼 뉴욕을 몇 차례나 드나들었으니까요."
"오신 김에 주인 언니도 한번 만나보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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