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키다리 마술사
1.
자코메티의 가늘고 긴 인물 조각상이 연상되는, 한 젊은 마술사가 창동예술촌 마당의 간이 무대에 올라온다. 그 키다리 젊은이는 자신의 콧수염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없이 무대에 선 채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한 참이나 청중을 바라본다. 이윽고 산만한 객석의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관객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그의 얼굴 쪽으로 향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리며 무대 앞쪽의 한 관객에게 다가가 그에게 허리 굽혀 정중히 요청한다.
"저기,,,, 앞자리 어르신! 이쪽 위로 잠시 올라오셔서 제 손에 든 카드팩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아주시겠습니까?"
그 노인은 멋 적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무대 위에 올라와서는 그의 손에 든 카드덱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아, 그가 시키는 대로, 그 카드를 객석을 향해 높이 들어 보여준 후 그 카드를 덱에 넣어 섞는다. 마술사는 이제 그 카드 덱을 그로부터 돌려받아 케이스에 넣는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는 그 관객에게 손수건을 빌린 다음 말을 잇는다.
" 손수건을 하얀 밧줄 모양으로 감아 제 오른손 바닥에 있는 이 덱(한 묶음의 카드)을 묶어주시겠습니까?"
그 관객은 그저 마술사의 요청대로 그의 손에 든 케이스를 그 손수건으로 감고 아래로 묶는다. 마술사는 이어 객석 쪽을 향해 말한다.
" 자, 다시 한번 보세요. 카드는 전부 케이스 안에 들어있습니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마술사의 얼굴과 행동에 시선을 집중한다. 젊은 마술사는 다시 관객들에게 주문한다.
"자, 여러분, 아까 뽑으신 카드가 뭐였죠? 네? 아, 스페이드 잭이라고요? 그럼 여기 어딘가에 스페이드 잭이 섞여있겠군요. 자, 이제 함께 큰 소리로 ,'스페이드 잭 나오라'라고 한번 불러보시겠습니까?"
마술사의 진지한 요청에 이끌린 관객들이 그의 유도에 따라 큰 소리로 함께 "스페이드 잭 나오라"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들 모두 그의 쏜 쪽으로 시선을 모은다. 아니나 다를까, 호명된 그 스페이드 잭이 마술에 걸린 듯 정말 그가 들고 있는 케이스 밖으로 천천히 올라오지 않는가!
우리끼리의 얘기로, 마술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술사가 관객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능숙하고 민첩한 손놀림으로 왼손 가운 데 손가락을 케이스 안쪽의 그 카드에 대고 천천히 밖으로 내밀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관객의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꿰뚫고 그들의 시선을 현혹시킬 수 있는 능란한 손놀림은 마술사의 기본적인 동작인 것이다.
다시 시선을 그에게로 돌린다. 이제 카드가 케이스 밖으로 완전히 나오자 마술사는 다시 관객에게 말한다. "자, 여러분, 이 카드가 맞는지 한번 보세요. 나머지 카드는 케이스 안에 얌전히 들어있습니다.,그리고 카드 케이스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푼다. 케이스의 양쪽을 보여준다. 케이스 뚜껑을 열어 덱을 꺼내고는 여유롭게 부채모양으로 펼쳐서 보여준다. 그리고 빌린 손수건을 그 주인에게 돌려준 다음, 관객을 향해 말한다: "여러분 보시다시피, 스페이드 잭이 감쪽같이 이렇게 머리를 내밀며 나타났습니다." 이에 관객들이 열렬히 박수를 보내는 사이 그 키다리 젊고 매력적인 무대 매너로 정중하게 답하고는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다,
" 하나 더, 마술 하나 더!".
객석의 모든 관객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소리친다. 조금 후 마술사가 무대에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오른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등장한다. 무대에 서서는 입에서 담배 든 손을 잠시 떼어내며 담배 연기를 한번 내뿜는다. 마술사는 담배 피우는 동작을 반복하며 천연스럽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그리고 오른손 집게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를 다시 피우려 입으로 가져가려는 동작을 취한다. 그런데 갑자기 손가락 사이에 낀 그 담배가 하얀 긴 끈으로 둔갑한다. 관객들은 즐거워하며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낸다. 그는 미소를 머금고 눈 인사와 함께 정중한 자세로 고개 숙이며 감사의 절을 한다
알만한 독자는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마술사가 무대에 다시 나서기 전 무대 안쪽에서 피우는 담배의 연기를 깊게 들이 마신 다음 그 연기를 입안에 머금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담배의 굵기만 한 하얀 로프 끈을 하나 가지런히 말아 윗도리 안쪽 호주머니에 넣고 나온 것이다.
그 다음의 상황도 그대로 모사하자면 이렇다: 즉 끈의 끝은 오른손 소매 안쪽을 통해 나오게 하고는 그것을 오른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 잡는다. 물론 두 손가락 사이로 담배 길이만큼의 끈이 나오게 한다. 로프를 입에 대어 담배를 무는 척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입에서 잠시 로프를 떼어내고 입안에 머금고 있던 연기를 내 품어 진짜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다시 로프를 입에 대었다, 떼었다 하며 연기를 나눠서 내 품는다. 오른손을 몸 아래로,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능란한 손놀림으로' 내리고 왼손으로 로프 끝을 잡는다. 그리고 위로 똑바로 잡아 올려 관객에게 로프를 보여준다. 그 순간 담배가 그렇게 로프로 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실, 이 동작은 단순하다. 그렇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그의 손놀림은 자연스럽고 매우 세련되어있다.
키다리 청년의 깜짝 마술쇼가 펼치지는 이곳 골목 마당의 해거름 녘.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감미롭다. 이어 <지역 화가 고 김주석과 고 이상갑 화가의 그림 세계>에 대한 원로화가 윤용 선생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주최 측인 <시와 자작나무 카페>의 송우 시인이 5월의 이날은 강연 모임을 특별히 이곳 골목 마당에서 진행하기로 정했던 것이다.
화가와 그림에 대한 강연에 앞서 펼쳐진 그 깜짝 마술 쇼에 관객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객석 뒤편 한 쪽에서는 여인네들의 소곤거림이 들리기조차 한다.
"아니, 그 마술사는 몇 해 전만 해도 이곳 창동 골목길에서 자주 보던 키다리 이 군이 아닌가, 거리 상점 일을 도와주던! 그때 그는 좀 엉뚱했었지. 티없는 눈빛에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혼자 이곳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지 않았었나! 다리가 길어 어떻게나 걸음이 빠르던지 골목길 저쪽에서 다가와서는 금방 모퉁이 저쪽으로 사라지곤 했었어. 그 당시에 그는 요즘 청년들과는 좀 달랐어. 고지식한 데다, 술 담배도 할 줄 모르고. 여자 친구 사귀는 일도 없었거든. 두터운 무슨 책을 손에 들고 학문당 서점을 드나들거나 혼자 자전거로 시내를 돌아다녔거든. 그러던 사람이 언제쯤 인가부터 홀연히 보이지 않길래 때때로 궁금했었는데… 저렇게 근사한 마술사 젊은이가 되어 돌아왔어요, 글쎄."
"동식이 엄마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죠? 그때 그는 착하기만 한 채 세상 물정 모르는, 철이 좀 들 던 청년으로 보였었는데 언제 저런 마술 재주를 익혔을까? 말솜씨도 이제 보니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힘이 있고. 안 그래요?"
“ 그가 다시 이곳에, 그것도 저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마술사가 되어 나타났으니 창동에 생동감이 좀 돌겠어요”
이어 이날 강연마당의 주최자 송창우 시인이 연단에 올라 객석을
향해 인사한다.
"여러분, 오늘 깜짝 마술, 좋았는지요. 이곳 학문당 뒷마당에서
이제 격주로 그 키다리 마술사의 마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총각 마술사가 격주마다 토요일 해거름 녘에 나타나 여기서
마술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3,4년 전 이곳 창동을 떠났던 이가 지난주 예고 없이 불쑥 다시 나타나지 않았겠습니까, 좀은 다소곳한 자세로? “
그 마술사 젊은이에 대한 사회자의 소개는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는 불쑥 이제부터 자신이 격주마다 이 뒷마당-참, 우리들은 이곳을 자유로운 대화의 광장이자 쉼터라 부르곤 합니다-에서 격주로 주말 저녁 한 시간을 아까처럼 그런 마술 쇼로 채우고 싶으니 창동예술촌 관리자 측에서는 좀 양해해달라지 뭡니까. 그러니까, 그 시간에는 이곳 마당을 무대를 자신이, 말하자면, 점령하겠다는 것이지요.
지난날 이곳 상가 주인들의 잡다한 일을 한 번도 싫은 내색 아니하고 도와주던 총각이, 뜻밖에 그렇게 마술사가 되어 돌아왔지 뭡니까. 전에 그는 이곳 성호동 사무소에서 자폐증 어린이 돌봄 봉사자로 왔다 갔다 하면서 다로 카드를 지니고 다니며 우리들 손금도 봐주기도 했었지요. 그는 보기와는 달리 야무진 꿈이 있었습니다. 그는 창동의 허세비 시인 이선관이나, 한겨울 어 시장의 모닥불 같았던 현재화 화가를 담고 싶어 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들처럼 자신도 창동의 신화인가 뭔가가 되고 싶어 했었거든요.
우리들은 이제 그를 창동 황금당 골목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스트하우스란 외지인, 특히 외국인을 위한 여행객 숙소입니다. 그곳 휴게실 겸 실내 소극장에서 그가 정기적으로 마술교실을 열게 될 것이니까요.”
자코메티의 가늘고 긴 인물 조각상이 연상되는, 한 젊은 마술사가 창동예술촌 마당의 간이 무대에 올라온다. 그 키다리 젊은이는 자신의 콧수염을 한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말없이 무대에 선 채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한 참이나 청중을 바라본다. 이윽고 산만한 객석의 웅성거림이 잦아들고 관객들의 시선이 하나둘씩 그의 얼굴 쪽으로 향한다. 그는 자연스럽게 손을 내리며 무대 앞쪽의 한 관객에게 다가가 그에게 허리 굽혀 정중히 요청한다.
"저기,,,, 앞자리 어르신! 이쪽 위로 잠시 올라오셔서 제 손에 든 카드팩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아주시겠습니까?"
그 노인은 멋 적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무대 위에 올라와서는 그의 손에 든 카드덱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아, 그가 시키는 대로, 그 카드를 객석을 향해 높이 들어 보여준 후 그 카드를 덱에 넣어 섞는다. 마술사는 이제 그 카드 덱을 그로부터 돌려받아 케이스에 넣는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는 그 관객에게 손수건을 빌린 다음 말을 잇는다.
" 손수건을 하얀 밧줄 모양으로 감아 제 오른손 바닥에 있는 이 덱(한 묶음의 카드)을 묶어주시겠습니까?"
그 관객은 그저 마술사의 요청대로 그의 손에 든 케이스를 그 손수건으로 감고 아래로 묶는다. 마술사는 이어 객석 쪽을 향해 말한다.
" 자, 다시 한번 보세요. 카드는 전부 케이스 안에 들어있습니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마술사의 얼굴과 행동에 시선을 집중한다. 젊은 마술사는 다시 관객들에게 주문한다.
"자, 여러분, 아까 뽑으신 카드가 뭐였죠? 네? 아, 스페이드 잭이라고요? 그럼 여기 어딘가에 스페이드 잭이 섞여있겠군요. 자, 이제 함께 큰 소리로 ,'스페이드 잭 나오라'라고 한번 불러보시겠습니까?"
마술사의 진지한 요청에 이끌린 관객들이 그의 유도에 따라 큰 소리로 함께 "스페이드 잭 나오라"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들 모두 그의 쏜 쪽으로 시선을 모은다. 아니나 다를까, 호명된 그 스페이드 잭이 마술에 걸린 듯 정말 그가 들고 있는 케이스 밖으로 천천히 올라오지 않는가!
우리끼리의 얘기로, 마술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마술사가 관객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능숙하고 민첩한 손놀림으로 왼손 가운 데 손가락을 케이스 안쪽의 그 카드에 대고 천천히 밖으로 내밀고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관객의 호기심 가득한 마음을 꿰뚫고 그들의 시선을 현혹시킬 수 있는 능란한 손놀림은 마술사의 기본적인 동작인 것이다.
다시 시선을 그에게로 돌린다. 이제 카드가 케이스 밖으로 완전히 나오자 마술사는 다시 관객에게 말한다. "자, 여러분, 이 카드가 맞는지 한번 보세요. 나머지 카드는 케이스 안에 얌전히 들어있습니다.,그리고 카드 케이스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푼다. 케이스의 양쪽을 보여준다. 케이스 뚜껑을 열어 덱을 꺼내고는 여유롭게 부채모양으로 펼쳐서 보여준다. 그리고 빌린 손수건을 그 주인에게 돌려준 다음, 관객을 향해 말한다: "여러분 보시다시피, 스페이드 잭이 감쪽같이 이렇게 머리를 내밀며 나타났습니다." 이에 관객들이 열렬히 박수를 보내는 사이 그 키다리 젊고 매력적인 무대 매너로 정중하게 답하고는 무대 뒤편으로 사라진다,
" 하나 더, 마술 하나 더!".
객석의 모든 관객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소리친다. 조금 후 마술사가 무대에 다시 나타난다. 이번에는 오른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 한 개비를 피우고 등장한다. 무대에 서서는 입에서 담배 든 손을 잠시 떼어내며 담배 연기를 한번 내뿜는다. 마술사는 담배 피우는 동작을 반복하며 천연스럽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그리고 오른손 집게손가락과 가운데 손가락 사이에 낀 담배를 다시 피우려 입으로 가져가려는 동작을 취한다. 그런데 갑자기 손가락 사이에 낀 그 담배가 하얀 긴 끈으로 둔갑한다. 관객들은 즐거워하며 다시 한번 큰 박수를 보낸다. 그는 미소를 머금고 눈 인사와 함께 정중한 자세로 고개 숙이며 감사의 절을 한다
알만한 독자는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만, 마술사가 무대에 다시 나서기 전 무대 안쪽에서 피우는 담배의 연기를 깊게 들이 마신 다음 그 연기를 입안에 머금고 나온 것이다. 그리고 담배의 굵기만 한 하얀 로프 끈을 하나 가지런히 말아 윗도리 안쪽 호주머니에 넣고 나온 것이다.
그 다음의 상황도 그대로 모사하자면 이렇다: 즉 끈의 끝은 오른손 소매 안쪽을 통해 나오게 하고는 그것을 오른손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으로 잡는다. 물론 두 손가락 사이로 담배 길이만큼의 끈이 나오게 한다. 로프를 입에 대어 담배를 무는 척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입에서 잠시 로프를 떼어내고 입안에 머금고 있던 연기를 내 품어 진짜 담배를 피우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다시 로프를 입에 대었다, 떼었다 하며 연기를 나눠서 내 품는다. 오른손을 몸 아래로, '관객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능란한 손놀림으로' 내리고 왼손으로 로프 끝을 잡는다. 그리고 위로 똑바로 잡아 올려 관객에게 로프를 보여준다. 그 순간 담배가 그렇게 로프로 변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사실, 이 동작은 단순하다. 그렇지만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결과 그의 손놀림은 자연스럽고 매우 세련되어있다.
키다리 청년의 깜짝 마술쇼가 펼치지는 이곳 골목 마당의 해거름 녘.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감미롭다. 이어 <지역 화가 고 김주석과 고 이상갑 화가의 그림 세계>에 대한 원로화가 윤용 선생의 강연이 시작되었다. 주최 측인 <시와 자작나무 카페>의 송우 시인이 5월의 이날은 강연 모임을 특별히 이곳 골목 마당에서 진행하기로 정했던 것이다.
화가와 그림에 대한 강연에 앞서 펼쳐진 그 깜짝 마술 쇼에 관객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객석 뒤편 한 쪽에서는 여인네들의 소곤거림이 들리기조차 한다.
"아니, 그 마술사는 몇 해 전만 해도 이곳 창동 골목길에서 자주 보던 키다리 이 군이 아닌가, 거리 상점 일을 도와주던! 그때 그는 좀 엉뚱했었지. 티없는 눈빛에 뭔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혼자 이곳 골목길을 누비고 다니지 않았었나! 다리가 길어 어떻게나 걸음이 빠르던지 골목길 저쪽에서 다가와서는 금방 모퉁이 저쪽으로 사라지곤 했었어. 그 당시에 그는 요즘 청년들과는 좀 달랐어. 고지식한 데다, 술 담배도 할 줄 모르고. 여자 친구 사귀는 일도 없었거든. 두터운 무슨 책을 손에 들고 학문당 서점을 드나들거나 혼자 자전거로 시내를 돌아다녔거든. 그러던 사람이 언제쯤 인가부터 홀연히 보이지 않길래 때때로 궁금했었는데… 저렇게 근사한 마술사 젊은이가 되어 돌아왔어요, 글쎄."
"동식이 엄마의 눈에도 그렇게 보이죠? 그때 그는 착하기만 한 채 세상 물정 모르는, 철이 좀 들 던 청년으로 보였었는데 언제 저런 마술 재주를 익혔을까? 말솜씨도 이제 보니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힘이 있고. 안 그래요?"
“ 그가 다시 이곳에, 그것도 저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마술사가 되어 나타났으니 창동에 생동감이 좀 돌겠어요”
이어 이날 강연마당의 주최자 송창우 시인이 연단에 올라 객석을
향해 인사한다.
"여러분, 오늘 깜짝 마술, 좋았는지요. 이곳 학문당 뒷마당에서
이제 격주로 그 키다리 마술사의 마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총각 마술사가 격주마다 토요일 해거름 녘에 나타나 여기서
마술을 펼치게 될 것입니다. 3,4년 전 이곳 창동을 떠났던 이가 지난주 예고 없이 불쑥 다시 나타나지 않았겠습니까, 좀은 다소곳한 자세로? “
그 마술사 젊은이에 대한 사회자의 소개는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는 불쑥 이제부터 자신이 격주마다 이 뒷마당-참, 우리들은 이곳을 자유로운 대화의 광장이자 쉼터라 부르곤 합니다-에서 격주로 주말 저녁 한 시간을 아까처럼 그런 마술 쇼로 채우고 싶으니 창동예술촌 관리자 측에서는 좀 양해해달라지 뭡니까. 그러니까, 그 시간에는 이곳 마당을 무대를 자신이, 말하자면, 점령하겠다는 것이지요.
지난날 이곳 상가 주인들의 잡다한 일을 한 번도 싫은 내색 아니하고 도와주던 총각이, 뜻밖에 그렇게 마술사가 되어 돌아왔지 뭡니까. 전에 그는 이곳 성호동 사무소에서 자폐증 어린이 돌봄 봉사자로 왔다 갔다 하면서 다로 카드를 지니고 다니며 우리들 손금도 봐주기도 했었지요. 그는 보기와는 달리 야무진 꿈이 있었습니다. 그는 창동의 허세비 시인 이선관이나, 한겨울 어 시장의 모닥불 같았던 현재화 화가를 담고 싶어 했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그들처럼 자신도 창동의 신화인가 뭔가가 되고 싶어 했었거든요.
우리들은 이제 그를 창동 황금당 골목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게스트하우스란 외지인, 특히 외국인을 위한 여행객 숙소입니다. 그곳 휴게실 겸 실내 소극장에서 그가 정기적으로 마술교실을 열게 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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