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r칭블인5-3-7

jhkmsn 2017. 1. 29. 19:49

                7.


브랑쿠지, '태양의 인간', 투우사, 반예술, 무기교, 원시미술, 불각, 한석봉,


이 날 두 예술가 김종영과 문신에 대한 윤용화백의 강연 다음에 발표자와

참석자 사이에는 다음과 같이 자유로운 질의 응답이 이어졌었다:

진행자 송창우:

(웃음을 머금고) 꽤 오래 전에 이 자리에 연사로 나와 우리들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춤인 스페인의 '플라멩코'을 소개해 주신 분이 있었습니다.

그 때 그 연사께서 창동의 화가 윤용님을 언급하면서 그 화가는

서양미술에 대한 해박한 이론가이기도 하다고 말씀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저는 이 북 카페에 윤용님 한 번 모셔서 미술에 관한 강연을

들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었지요. 그 때 우리들에게 플라멩코를

이야기해주신 그 연사는 윤용화가님 더러 붓놀림보다 그림해설이 더

뛰어난 화가로 소개하면서, 그 화가는 얼굴 생김새로 보아 플라멩코

댄서에 꼭 어울리는 분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지요.

'창동인블루'의 저자이신 인문님을 소개합니다.


인문:

(자리에서 일어나 참석자들에게 인사를 하며)

반갑습니다. 인문입니다. 오늘 두 조각가의 예술을 논하는 이 특별한 자리에

송시인이 엉뚱하게도 저를 플라멩코 해설자로 소개해주시는군요.

이럴 줄 알았다면 해설가를 넘어 당당한 춤꾼이 되었더랬으면 더 좋았을 것인데...


참석자 전원:

(웃음과 박수를 보낸다)


한 참석자:

인문님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윤용 화가님의 얼굴이 어떤 점에서

플라멩코 댄서를 연상케하는지요?  닮았다는 말씀은 미적으로 높게 평가한다는

뜻인지요?


인문:

윤용화가는 시력이 약해 사람들을 대할 때 얼굴을 확인하느라

자신도 모르게 좀 찡그리거든요. 그런데 그 표정이 꽤나 진지하고

무게감이 있지요. 플라멩코 댄서들이 춤에 집중할 때의 표정만큼이나요..


윤화백:

(역시 웃음을 머금으며) 인문! 무게감이니 하는 애매한 표현 대신

내얼굴이 좀 성깔있게 생겼다고 바로 말 하세요.


인문:

아니,아니, 그 땐 윤화백을 존경하는 마음에서.....


윤화백:

(계속 미소를 지으며) 저는 저 분으로부터 플라멩코에 대해 귀가

따갑도록 듣곤 했습니다. 남자 플라멩코 댄서의 얼굴은 눈이 날카롭고

내면적 깊이감이 있어야 한다고 인문은 말했지요. 스페인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나이라면 그런 얼굴을 가진 투우사와 플라멩코 댄서라고 했습니다.

하여간 플라멩코 춤에 미쳐 무턱대고 미국으로, 스페인으로 날라 다닌 인문이

부럽기도 했지요. 그런데 솔직히 말해, 내 얼굴에는 내면적인 깊이감이 좀 있긴

하지요. 다들 그러던데요.


진행자:

발표자님, 저는 오늘의 주제와 관련된 김종영의 '불각'에 대하여 좀더 알고

싶습니다.


한 참석자:

저도 그와 같은 물음을 드리고 싶어요. 김종영의 '불각'(조각하지않음) 의

정신은 예술의 개념과는 오히려 상반되는 것 같은데요?

예술은 높은 기교와 뛰어난 솜씨를 통해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요?


발표자:

예술가의 '손'을 예찬한 앙리 포시옹의 시각에서 본다면,

김종영은 반예술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화가나 조각가에게

중요한 것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손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김종영은 예술은 정신과 철학적 사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며 손재주, 기교, 세련미는 부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기교가 예술에는 오히려 독이된다는 뜻이지요.

그런 점에서 조선의 김정희의 선비 정신과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희의 서툰 붓글씨에 예술적 향기를 느꼈을

김종영은 아마도 옛서예가 한석봉의 글씨에 감동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문신의 세련된 작품은 김종영의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지요.

포시옹 같은 서구의 예술비평가라면 문신의 손에 더 주목하겠지요.

문신은 그 손이 머리의 역할까지 했으니까요.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주인이 되는 그 손으로 자연의 본직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으니까요.


한 참석자:

문신의 작품에서는 어쩐지 여성의 신체적 요소가 연상되었습니다.

제 눈이 좀 잘못된 건가요?


발표자:

문신의 작품에서 에로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면 그대로 받아들이십시요.

그건 감상자의 자유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이 발표자도 경남은행앞에나

315 아트센터에 세위진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문신이 그 작품을 만들 때

머리속에 무엇이 그려지고 있었는지 짐작이 가거든요.  저 역시 그  두

추상의 작품 앞에서 여인의 몽실몽실한 젖가슴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한 참석자:

윤용화가님은 두 분 조가가의 저 작품들(이미지 참조)을 볼 때

어느 편이 더 예술적으로 느끼시는지요?


발표자 윤용:

어려운 질문인데요.

자연스럽게는 문신쪽이 먼저 입니다. 그의 조각품 중 '태양의 인간'은

얼핏 사물의 본질과 형태의 단순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한 부랑쿠지의

손길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부랑쿠지의 조각품에는,

변하기 쉬운 ,식별 가능한 모든 외피적 특징들은 제거되고 오로지 본질적인

알맹이만 남겨져 있습니다. 문신의 '태양의 인간' 작품이 담고있는

그 추상성도 부랑크지의 본질 추구와 일맥 상통할 것입니다.

예술은 무엇보다도 손과 함게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정신이 제마무리

대단한 수용력과 창의력을 가졋다 해도 손의 도움이 없었다면

내면에 타오르는 어떤 환영을 시각적으로 고정시킬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때로는 구도자적 정신이 담긴, 무기교의 원시미술 작품에서

신선한 감동을 받을 때가 있지요. 그런 무기교 작품이 주는 감동은

무엇이 예술인가 라는 철학적 의문으로 인해서 일 것입니다.

무기교와 기교, 어느 것이 더 예술적인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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