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반려견, LA, 백랑다방, 송창우 시인, 북 카페, 시와 자작나무 카페, 가덕도, 김종영, 문신,
Hello, 보이!
이제는 너를 '보이'라고 부르마.
어제 오늘 할비지는 현이 생각 좀 많이 했어요.
지금은 baby가 아니라 씩씩한 good boy인
현이와 대화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 하였지.
할비지는 지금 현이처럼 boy 이었을 때
아침에 제일 먼저 일어났었어.
새벽 집 앞 바다에 가득한 오리떼들이 할버지의 잠을 깨웠기 때문에
이불속에서 미적 거릴 틈이 없었어요. 창문을 열고 바다를 바라보면
수많은 오래떼가 집 가까이에서할바지를 기다리고 잇었거든.
현의 아빠도 현이처럼 씩씩항 boy 이었을 때
누구보다도 일찍 아침에 일어났었어.
집 마당에서 멀리 보이는 새벽 기차를 좋아했거든
달아나는 기차가 눈 앞에서 사라지기 전에 볼려면
이불 속에서 미적거릴 틈이 없었거든.
현이 아빠는 현이처럼 boy 이었을 때
기차에게 손을 흔드는 걸 좋아 했었지.
현이집 마당의 반려견 동식이는 아마 요즘도 아침 일찍
현이와 놀고 싶어 멍멍 거리고 있겠지.
우리 현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
귀가 잘 생긴 동식이에게 마실 물, 먹을 과자 챙겨주면,
집 마당에서 함께 놀아주면, 그리고 현이 곁에서
집뜰의 비파나무 아래에 숨은 도마뱀을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던 동식이가 얼마나 기뻐할까?
"윤화백, 이 글 한편 읽어보세요, 미국 LA의 6살짜리 손자녀석에게
보낸 이메일 복사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꾀를 부린다기에
제가 궁리 끝에 이런 글을 쓰 보냈습니다. 아직 한글을 읽을 줄 몰라
며느리에게 읽어주라면서 보냈습니다. 효험이 좀 있으려나해서요."
인문은 윤화백의 화실에서 그 글을 보여주면서 무슨 뾰족한 방안이
있으면 귀뜸 좀 해 달라고 하였다.
" 아니, 봅니다. 원 이런 방식으로 손주 녀석 자랑하다니.
외손년 뿐인 사람, 어디 서러워서 살것나."
편지 내용을 죽 훑어본 윤화백이 그렇게 너스레를 놓자.
인문이 짓는 좀은 멋적은 표정에 윤화백이 씩 웃으며 다시 말을 잇는다
" 저, 그 마적수의 피리가 있잖소, 청년기 이래 인문을 잊지않고
시나부로 마음에 나타난다는 그 마적수 말이요. 이건 내 판단인데,
그 손주 녀석이 이불 밑으로 자꾸 기어들며 일어나기 싫어하면, 내 생각을
한번 말해볼까요"
인문이 반색을 하며 묻는다," 뭔데요. 궁금합니다"
윤화백이 조금 뜸을 드린 후 내놓은 아이디어는 이렇다:.
"아들드러 피리를 하나 구해서 그녀석 귀에 대개 불어보게 하면 어떻겠소.
그 마적수를 평생 잊지못하는 인문의 손주라면 그 녀석에게도 당연히
효험이 있지않을까 싶소만".
" 그거 묘책을 것 같은데요. 아들에게 꼭 그 말 전하리다. 어쨋든 그 녀석
늦잠 버릇을 바로 잡아 학교에 지각은 하지 않게 해야지요. 결과가
좋으면 내 술 한잔 단단히 사리다" 인문은 즐거운 표정으로 화답한다.
" 그런데 인문! 좀 더 확실한 효과를 얻을려면 아들더러 마술사 분장을
단단히 잘 하라고 일러요. 그 마적수의 이상한 옷차림 같은 걸요 말이요..
그렇게 하고 피리를 불면서 밖으로 나오면, 손주녀석 눈이 번쩍 귀가
번쩍하여 이불을 걷어부치고 따라 나올 걸. 생각만해도 신나는데",
윤화백은 자신의 그런 아이디어에 스스로 만족해 한다.
인문은 이에 짐짓 걱정스런 표정을 지어며 대답한다.
"그렇지만, 그러 마술사로 분장한 아들이 피리를 불며 거실밖으로 나서면,
그 집 뜰 주변에 숨은 도마뱀들이 여기 저기서 튀어 나와
손주녀석 뒤를 줄을 지어 따르면 어떻거지. 게다가 담장 넘어 뱀까지
기어나오면 ? 그녀석 뱀을 아주 무서워 하거든,"
윤화백은 '아마 인문은 나의 귀뜸에 곧 술한잔 내야할 걸' 하며 즐거워한다.
그리고 이어 그는 오늘 인문과 만나기로 한 일과 관련하여 궁금해 한다.
" 인문이 좀 있다 백랑다실에서 송창우 시인을 만나기로
했다면서요?"
"예, 저더러 윤화백 님을 꼭 뵙고 싶어합니다. 송시인이 아마 윤화백에게
부탁할 일이 있나보던데요. 이제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시지요" ,
하며 인문이 먼저 일어섰다.
창동외곽의 북 카페'시와 자작나무'에서는 서너달에 한번씩 문예 강좌가
펼쳐져 왔었다. 인문과 오래동안 기까이 지내온 40대 송창우시인이
이를 주선해왔고, 부산의 가덕도가 고향인 그의 마산사랑은 남다르고,
그의 다음의 말대로, 깊다:
“마산은
제 생애 ‘최초의 도시’였어요. 어린 시절 가덕도 산골에 살다가
이모집이 있는 마산에 나오는 날이면 극장이 있고 부림시장이 있고,
그렇게 신기하고 좋을 수가 없었죠. 늘 마산에 대한 갈망이 있었죠.
그러다 부모님이 마산으로 나오면서 이곳에서 살게 됐어요. 제게 진짜
고향 부산의 가덕도가 마음의 고향이라면, 마산은 지금의 고향인 셈이죠.”
이
북카페에서 윤화백이 이 지역을 고향으로 둔 저명한 두 조각가
김종영과 문신의 예술세계를 주제로 강연과 토론을 갖게되었다.
이카페의 운영자인 송창우 시인이 지역의 원로 서양화가인 윤용에게
주제발표자로 초대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