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r창블인5-3-3

jhkmsn 2017. 1. 28. 11:12

                    3.


은박지 그림, 이중섭의 '소', 마약과 알코올의 도움, 마리화나,호스텔,

초현실주의적 그림세계, 마지막 잎새, 립반윙클, 그리니치 빌리지,

비트족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나온 인문과 윤화백은 지하철로 사상버스터미날로

갔다. 둘은 마산행 고속버스에 올라 이번에는 나란히 앉았다.버스 안은,

지하철과는 달리, 아늑한 분위기였다. 자리가 듬성듬 성 비어있어 차 안의

공기는 탁하지 않았고, 내닫는 차체의 흔들림은 부드러웠다. 차창밖의

낙동강의 하류가 시야에서 사라지고부터 둘은 버스 길 내내 나즈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윤용:

오늘 이중섭 그림전 어땠어요? 작품들이 예상밖으로 소품들이더군요.

인문:

6.25 전쟁 당시에 부산에서 피난민으로 지낸 시절이었으니 대작을

그릴 욕심을 어떻게 낼 수 있었겠습니까? 40세의 젊은 이중섭의

인물사진 앞에서 애뜻한 마음이 앞서더이다.

윤:

이중섭은 정말 잘 생겼더군요. 체격도 근사하고. 그런 멋진 사나이가

방바닥에 앉아 막걸리잔을 비우며 취한 눈으로 그런 손바닥만한 은박지에

혼자 낙서 놀이에 몰입한 어린아이처럼 소와 게를 그리고 있었다니!

문;

그러게 말입니다. 곁에 없는 처자식이 얼마나 보고싶었기에....

은박지에 화가 자신의 얼굴과 마누라의 얼굴을 겹쳐 그려놓기까지

하였으니.....솔직히 이중섭의 '소' 작품들을 원형 그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복사본으로 본 게 전부였거든요. 20호정도의

그런 소품일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습니다.

윤: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이중섭이라면 먼저 그 '소'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그 힘찬 황소가 그렇게나 작은 그림속에 들어있을 줄이야.

문:

아무러나 그 당당한 체격의 소유자가 그렇게 빨리 세상을 술쩍 떠나다니!

요즘 잘 나가는 화가들은 대체로 긴 수명을 누린다고 하던데.

윤:

아이러니이지요, 세상사람들은 그런 예술가의 숙명적인 비극의 삶을 삶을

신화로 만들기를 좋아하거든요.

문:

그런데 난 그의 그림들 앞에서 이 화가가 이것들을 맨 정신으로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마산의 현재호의 그림세계에 담긴 몽상적 이야기와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어시장에서 술에 취한 눈으로 그린 그의 초현실주의적

그림세계 말입니다. 이중섭이나 현재호 둘 다 그림그리는 게 삶의 전부엿던

화가들이었던지라 현실적으로는 무능력자들이었을게고. 삶의 뻐져림이

알코올의 도움아래 급기야 그런 환상이나 몽상으로 이어졌겠지요.

술은 우리들의 육신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고뇌도 슬픔도 걷어가는

마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윤:

꼭 그런 것 만은 아닌 것 같아요. 마약이나 알코올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그런 몽상적인 표현을 한 화가들도 있잖아요.샤갈의 경우가 그런 것 같은데요.

그의 그림세계도 대개 초현실주의적인데. 그 화가가 무슨 약물이나 알코올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하기야 그 화가 역시 벗어나려는

어떤 절망적인 현실의 굴레가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인문은 마치

자신이 알코올에 중독되어 본 사람처럼 말하는 군요.

문:

지난 날 그런 사람들하고 자주 어울리다 보니 그렇게 짐작되더군요.

전 여행중 알콜중독자였던 이름없는 재즈연주자와 호스텔에서 침대를 나란히

하고 며칠 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허름한 3류 호텔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회적 소외자와 동숙하며 친구가 되기도 하였지요. 긴 여행 중에 그런 일은

제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아슬 아슬한 경우도

한 두번이 아니었구요.

윤:

잘 믿기지 않는데요. 먼 여행 길에 나선 이들 치고 귀향후 이웃들에게

들려주는 체험담 치고 허풍아닌 게 어디 있어야지. 인문은 글쟁이라 더더욱

그러실 것 같은데요.

문:

믿기지 않으면 믿질 마시던지.

윤:

그나 저나 오늘 가보긴 잘 했어요. 개막식 날에 오고싶었지만 둘이 이렇게 함께

나들이 할 수 있어 참 좋군요. 그런데 인문은 화가들 사회에 제법 유명인사로 통하나

봅니다. 화가도 아닌 지역사람에게 부산의 미술계에서도 초대장을 다 보내다니요.

문:

글쎄 말입니다. 화가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니.....

윤:

참. 아까 전철에서는 인문은 내내 눈을 감고 계시더이다.무슨 생각에 그렇게나

깊게 묻혀 있었는지. 잠든 얼굴은 아닌 것 같았고. 혼자 그대로 내버려두면

사상 터미날역도 그냥 지나치겠던데요.

문:

이중섭의 그림들 생각도 하고, 지난날  먼길 나돌아다니던 곳들도 아른거리고.

내게 그런 일이 있었나 싶어 잘 믿기지도 않고.

윤:

글쓰고 싶어 그렇게 나돌아다녔다고 했잖소.인문이 쓴 산문들 마다

여행이야기가  글의 중심이었잖아요. 60을 전후한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혼자 이 곳 저곳 다닐 수 있었는지, 부럽기도 했습니다.

문:

뭔가에 홀려 그렇게 겁없이 길을 나섰던게지요. 운이 좋아 별 탈은 없었지만

아찔 아찔한 순간이 더러 있었습니다. 무모한 일이었지만, 뉴욕의 맨하탄은

두번이나 갔었습니다. 처음엔 <마지막 잎새>의 오 헨리에게, 그리고 <맆반윙클>의

와싱턴 어빙의 말에 홀렸고, 두번째는 50년대와 60년대 미국사회의 비트족들의

아지트의 하나였던 그리니치 빌리지의 골목이 끊임없이 내게 손짓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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