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r창블인5-2-5

jhkmsn 2017. 1. 27. 08:01

                  5.

듀엔데,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베이타베크, 봅딜란,

blowing in the wind, 보드카, juerga, 볼프강 괴테, 포틀란드,

그라나다, 알베이신, 세크라몬테, 알람브라, 카디스


독한 알코올이나 마약성 약물은 다른 분야의 예술, 이를 테면, 팝음악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알콜류 음료나 약물 과다가 사인이었던,1960년대

전후의 전설적인 팝스타,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 등은 인공적인

도취제를 통해 영감을 얻거나 무대를 열광케하는 디오니소스적 열정을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들뿐 만 아니다. 미국의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는 알콜 중독 증세에 시달리다 41세에 세상을 떠났고,

재즈 음악인이었던 베이다 베크 (Beiderbecke)도 알코홀 증세로 28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2016년 노벨 문학 수상자인 팝음악가 봅 딜란은 젊은 날 약물이나 보드카의

유혹에 빠져들었던 적이 있었다고 회상했었다. 그의 데뷰곡 '바람에 날려'

(Blowing in the wind)은 그가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의 한 카페에서

밤 늦도록 그룹 맴버들과 술 마시며 대화하던 중 떠오른 영감을 메모지 휘갈겨

쓴 것이 그 노래의 바탕이었다고 하였다. 아래는 1970년대 한국 대학가의

애청곡이었던 그 노래이다.

   '아래'

Blowing in the wind

How many roads must a man walk down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
Before they call him a man 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
How many seas must a white dove sail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이 바다 위를 날아봐야
Before she sleeps in the sand 백사장에 편히 쉴 수 있을까
How many times must the cannonballs fly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Before they are forever banned 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
The answer, my friend, is blowing in the wind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The answer is blowing in the wind 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알코홀이 음악에 깊은 영향을 입힌 점은 스페인 집시들의 전통적인 음악인

플라멩코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집시들은 그들의 사적인 소규모 단위의

juerga 모임에서 다 함께 비노 블랑크( 흰 포도주)를 마시며 플라멩코 놀이를

펼친다. 참여자들은 저마다 돌아가며 플라멩코를 소리(노래)하고 춤을 춘다.

그 중 기타를 켜는 이는 플라멩코 기타 특유의 리듬으로 그 소리와 춤을 유도한다.

참가자들 모두 한 마음으로 어울리는이 한 마당에서 비노 블랑코가 그 흥취를

무아의 지경으로 몰아가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 비노 블랑코는 집시들의

플라멩코의 이런 놀이 마당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기타리스트도 소리꾼도

투명한 유리잔에 담긴 비노 불랑코를 천천히 마시며 시간의 흐름과 함께

자신들도 모르게 '듀엔데', 즉 집단적 몰아의 상태에 빠져들면서 플라멩코의

흐느낌과 아우성의 소리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고, 현란한, 그러나 무기교의

춤의 파도를 이룬다. 이런 도취적 순간의 춤과 소리는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없는 마술적 힘에 끌려 일어난다고 하며, 이런 몰아적 춤과 소리야 말로

안달루시아 집시들의 가장 순수한 플라멩코 예술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플라멩코 춤과 소리(노래)는 이 '듀엔데'의 취기의 순간에 일어나는 무의식적

몸짓이며 절규의 소리인 것이다. 독일의 시인 괴테는, 이 '듀엔데'를

예술적 영혼의 샘에서 솟아나는, 길들여지거나 통제될 수 없는, 순수한 힘의

원천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인문은  오래전 스페인 여행 길에 그라나다에서 늦은 밤 마다 혼자 숙소인

호스텔을 빠져나와 플라멩코 전용 잠브라 동굴 공연장에 묻혀 플라멩코와

포도주에 취했었다. 그 도시의 그랑비아 대로와 가까운 노에바

광장의 한 모퉁이의 골목길에 위치한 한 소규모의 플라멩코 무대에 가면

그는 여자 무용수 후아나의 불꽃 같은 춤에 취했었고, 알바이신 언덕마을 입구의

한 카페에서는 쉰 목소리의 남자 소리꾼 안토니오와는 공연전 그와 하얀

포도준 잔을 주고 받으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리고  세크라멘토

의 집시 마을의 동굴 카페 라 로시오에서 그라나다 집시들의

플라멩코 무대를 포도주에 취한 눈으로 지며보며 플라멩코에 흠뻑

빠져들기고 했었다.

인문은 후아나의 춤 무대에는 그 다음날 밤에도 혼자 찾아들었다. 40명

정도의 관객들이 촘촘히 다가앉은 작은 홀 안은 기타 리듬과 자신의 춤에

스스로 취한 무희의 거친 숨소리와 발구르는 소리에 인문 주변의

관객들 마다 호흡을 멈추는 것 같았다. 무희의 자파테아토(발구르기)는

그 멈춤과 이어짐의 폭발적인 동작에서 남자 무용수의 힘을 능가하는 듯

하였다. 이에 더하여 그 무희의 검은 시선과 긴 두 팔의 연속적인

아아치 동작에는 탈속적인 기품마져 서려 있었다.


인문은 그가 객석에 앉아있었던 그런 플라멩코 무대에서 듀엔데를

느낄 수는 없었다. 그 무대 앞에서 아무리 올레! 브라보!를 외쳤을지라도

결국에는 이성적 사고의 끈을 놓치않는 구경꾼이었을 뿐이었다.

인문은 그 춤의 무대 앞에서 한순간  한국의 판소리 무대를 생각했었다.

판소리 무대 앞이었다면,그들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꾼과 함께

정서적으로 일종의 두엔데를 공감할 수 있을 텐데 라고 했었다.


그는 그라나다에서 근 보름이나 머물렀다. 그 도시는 그에게 취기의

달콤함을 맛보게 하였다. 이제 안달루시아의 또 다른 고장인

카디스로 향하는 버스속에 앉아 미국 포틀란드의 댄서 로레나를 떠올리며

혼자 중얼거렸다.그녀는 그가 미서부 여행길에 그 곳에 머무는 동안

그에게 플라멩코를 체득케 해 준 플라멩코 댄서였다:


그라나다는

거대한 대리석의 추상 조각품은,

불꽃의 플라멩코 춤은,

뿌연 시적 새벽은.

그리고 초생달 아래의 알람브라의

잿빛 영광은

이미 아득합니다.,


내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빛의 도시

카디스는

바다의 거친 푸르름과

올리브 나무끝 가지의 흔들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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