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r창블인5-2-4

jhkmsn 2017. 1. 26. 10:52

                  4.

오스카 와일드. 오팔색의 미광, 페르노 주, 피카소의 '압상트를 마시는 여자'

로트렉의 '반 고흐의 초상화', 관계의 끊어짐, 무의식의 세계, 고호의 편지,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 '까마귀 나는 옥수수 밭', 알렉산드 쿠퍼, '신의 독약'

허청륭, 현재호의 추상화 '얼굴들'. 달빛 사냥꾼,



브레드 쇼의 <카페 소사이어티>에 이런 글귀가 있다:

"오팔색의 미광을 발하는 압상트는 마치 치명적인 유혹자같다. 그 술은

어떤 독주보다 강하다. 그 술은 사람의 내면의 자아를 몰아내버린다."

이 글에서 처럼 압상트, 페르노 등 독한 알코홀이 19세기 유럽의

보헤미언 예술가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거나 그들의 회화적 주제가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뚤루즈 로트렉은 압상트 술잔을 들고있는

'반 고흐의 초상화'를 그렸고, 그의 다른 한 그림을 보면, 탁자 위에 두 팔을

걸쳐놓은 한 노인이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멍한 눈으로 압상트 잔을 바라보고

있다. 앞장에서 보여준 드가의 '압상트'는, 술기운에 젖은 두 인물이 허술한

술집 탁자에 넋을 잃고 앉아 있는 그림이다. 그의 그림속의  두 인물은

삶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그려지 있다. 피카소의 회화

'압상트를 마시는 여자' 또한 그 술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전통적인 원근법을

무시한 대담한 평면적 색채화가인 폴 고갱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모딜리아니,

유틀릴로,그리고 반고흐 등은 그런 독주의 중독자들이었다. 예컨대,

반 고흐의 경우,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한 편지에서 이렇게 피력한 적이

있었다:

"너도 알겠지만, 가끔 나를 광기로 몰고가는 주 원인의 하나는 술이란다.

광기는 아주 서서히 나를 엄습했다가 아주 서서히 사라진다. 그 상태가

사라진다고 말은 했지만 이 경우에도 내가 완전히 그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알렉산드 쿠퍼는 그의 저서 <신의 독약>에서 그의 알코올 중독 증세를

뒷받침하고있다..

"반고호의  어떤 그림들은 그가 도취상태에서 본 환상을 포착한 것으로

여겨진다....그의 <별이 빛나는 밤>이나 <저녁의 카페테라스>은 술 취한

사람의 흐릿한 지각을 연상케 한다."

아닌게 아니라, 반 고호의 그림들을 그런 시선으로 보면 그의 '까마귀 나는

옥수수 밭'이나 '밤의 카페'를 보게 된다면 누구라도 이 그림들은 맨 정신을

벗어난 어떤 도취상태에서 그린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오팔색을 띠기도

한다는 이 신비의 압상트가 고호의 목구멍을 넘어 목줄기를 따라 내장으로

타고 내려갈때 그 알코올은 육신의 눈을 감기게 하고, 대신 그가 이젤앞에

앉은 순간 그의 내면에서 현실세계 너머에 아른거리는 어떤 환상을 보게한

것으로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럼 점은 그가 의학적으로 알코올

중독자의 증세인 환청을 듣거나 환상을 보게되는 선망증에 시달린

흔적들이다.


한편, 창동골목에서도 술에 젖은 눈으로 그림을 그린 화가들이 드물지

않았다.그 이름이 지역 도회인들에게 친숙한 고현재호나 고허청륭도

술기운에 늘상 몸에 배어있엇던 화가들이었다. 현재호의 그림에는

표현성이 강한 분명한 선, 독특한 비실재성의  어시장 아낙들,

소, 닭  그리고 머리위에 큰 눈을 달고있는 나비 등이 한 식구로

모여있기도 한다. 감을 눈과 코만 있는 얼굴에  굵은 팔과 풍성한 몸체를

한 누드 또한 그의 그림에는 흔한  형상들이다. 그리고 특별히 현재호의

한지 추상화 <얼굴들> 은 그가 만취한 상태에서 그린 그림이다.

그 한지화는 언뜻 보기에 먹물로 함부로 그린 무질서한 추상의 그림이다.

어느 술자리의 바닥에  한판의 한지를 펼쳐놓고 손이 가는 데로 그린

먹물 그림에서는 자유분방한 먹선의 흐름만이 눈에 들어올 뿐 구체적인

형상은 감지되지않는다. 중단없이 이어지는 다양한 먹물의 곡선들이

만나 이루는 다양한 형태의 둥근 형상들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그건 맨 정신으로서가 아니라 취한 눈과 손이 그려낸 그림이다.

그런데 그림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 속엔 어떤 절제의 미와

질서가 담겨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왜냐하면, 자유분방한 검은 선의 흐름이

감은 눈의 다양한 얼굴 형상들을 이루며 서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순간에 화가는 육신의 눈은 취한 상태였으나

그 영혼의 시선은 맑고 투명했음에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렇게 균형잡힌 구도를 잡을 수가 있었겠는냐는 말이었다. 현재 창동의

성미 주점 한 쪽에 걸려있는 그의 한지화 한 참이나 바라보던 목경수 화가는

자신이 보기엔 이 그림이 현재호의 대표작이라 할만하다고 말하였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붓을 잡고 캔버스와 씨름하는 게 버릇이었던 허청륭의

경우, 그 화가의 푸른색 감도는 야경의 반 추상을 두고 한 시인은 그를

'달빛 사냥꾼'이라 표현한 적이 있었다.  화가 스스로 그의 달빛 풍경들은,

'빈속을 흘러드는 소주와 새벽 달빛의 조화'라고 생전에 말한 바 있다.

'하루에 한 말을 마시면 오장 육부가 춤을 춘다'는 말도 그의 체험적

표현이다.


하여간 그 술이 어떤 맛이길래, 그리고 그 술에 취한 느낌이 어떤 것이길래

보헤미안 예술가들이 그렇게 압상트에서 벗어나지 못하였을까, 영국의 시인,

오스카 와일드는,그 술에 취한 자신의 체험담을 아래와 같이 표현하고 있다:

"압상트 첫잔을 마셨을 때 눈앞의 사물은 있는 그대로 보인다.

두번째 잔을 비웠을 때 사물들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다.

마침내 당신의 눈앞에 사물의 실제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 내가 의미하는 바는 곧 '관계의

끊어짐'이다.......... 이 점이 곧 압상트가 가진 효과이다, 그리고

이 점이 곧 압상트가 사람의 머리를 뒤흔드는 이유인 것이다.

내가 압샅트를 3일간 자리에 앉아 마시면서 내 딴에는 머리도

정상적이고 정신이 평소처럼 멀쩡하다고 여겼다. 그 때 워이터가

다가와서 톱밥에 물을 붇자. 그 자리에거 가장 아름다운 꽃들-

츄립, 라이락, 그리고 장미 등-이  피어나고, 한 순간 카페의 정원이

가꾸어지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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