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미화교김 11

jhkmsn 2013. 12. 10. 10:58

4. 수묵.채색의 그림들

 

 

1. 미인도

 

           '50여년에 걸친 내 화폭위의 여정은 결국 그 아름다움의 추구로 귀결된다...

           하물며 고운 미인의 자태는 달리 말해 무얼하겠는가?...나는 나의 극세필의

           선을 따라 눈에 비친 대상과 그 속에 담긴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감없이

            그려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미인의 얼굴과 자태를 평생토록 그려 온 교당이 화가로서 살아 온 

지난 날의 삶에 대한 회상의 글을 그의 70회 기념전 화첩에 위와같이

피력했었다. 그 글을 읽으면서 필자는 그가 추구한 미는 어떤 것일까,

그리고 그에게 아름다움과 예술과의 관계는? 한 점도 궁금했었다.

아름다움은  어떤이에겐 '번개처럼 번쩍이는 것'이고, 다른 이에겐

'치유, 서러움, 번뇌, 숨구멍' 같은 것이라던데. 또 어떤 이에겐

'넋을 놓게 만드는 것, 침묵케 하는 것, 정확한 것 ' 이기도하다는데. 

화가로서의 긴 여정동안 그가 줄곧 추구한 것이 미라고했는데 그의

아른바,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일까?

 

그가 추구한 형태로서의 미는 그의 미인도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잇다.

한마디로, 그는 한복을 차려입은 한국 여인의 모습에서 미의 진수를

찾는 화가이다. 교당이 마음에 담아 둔 한복의 미인은 순수함과 진실됨,

단아, 고운 살결, 완벽한 비례의 자태를 지닌다. 현실속의 어느 여인이 

마음에 들어와 그렇게 한복의 미인으로 숙성되어 그림 위에 나타난다.

필자는 화가 천경자가 쓴 아프리카여행수첩에서 스케치한  검은 처녀의

매혹적인  얼굴에 반한  적이 있었다.그림을 바라보며 그 모델이었을

실제 인물은 이국적인 매혹의 눈을 가졌을 것이라고 상상했었다.

대개 사람들은 눈과 마음을 홀리는 고혹적인 여인의 얼굴과 자태에서

아름답다는 말을 하고, 혹자는, 교당의 표현처럼,  티없이 고운 얼굴에

담긴 맑고 선한 표정에 더 감동을 받는 다고 한다. 교당은 아마도 고대

그리스 미술사속의 완벽한 미의 누드여인상이나 또는 오페라 속의

 '카르멘'같은 팜므파탈 형의 여인에게서 자신도 모르게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나 의식적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미인의 자태를  벗은 몸이 아니라 옷 입은 몸에서,

그리고 요부형의 얼굴이 아니라, 단아한 얼굴이 그에게는 아름다움의

대상이었다. 미인도를 그렇게나 오래도록 그려온 그가 그런 점에서, 

게 그림을 잘 그린 어느 화가의 일화에서 처럼, 숨겨 둔 다른 여인에게

옥가락지라도 사줄 돈을 마련코저 부인 몰래 안방 장농을 뒤진 적이

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짙은 속눈섭 아래의 고요함이 담긴 눈동자,

열린 듯 만듯한 입매무새,

참빗질로 가르마 진 윤기나는 검은 머리칼과 옥비녀,

미소띤 눈매와 버들잎 눈섭의 티없이 고운 얼굴,

칼날 선 동정에 속살이 은근히 비치는 미색 저고리와

늘씬한 몸을 가린 긴 다홍 치마, 

그 아래 살짝 내면 하얀 버선코 등이 흠잡을 데 없이 완숙한

묘법과 짜임새있는 구도아래 그려져있는

교당의 미인도!  치마 저고리 차림 고전적 여인이 

산수나 꽃을 배경으로 삼아 화면의 중심에 서 있는  미인도를 보면

사람들의 이런 감탄의 표현들이 빈 말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그의 미인도에는 늘 간직해 온 내면의 심상을 그려내기 위해

화가가 마음을  바닥의 화면 앞에 무릅을 끓고 

한 곳에 집중한 화가의 자세가 떠오른다.

 

한국 고전의 미인도라면 조선 중기이후의 풍속화에서부터 그려지기

시작한다고들 말한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김홍도,신윤복, 채용신

등을 들 수 있다. 단원 김홍도는 풍속적인 자태를 보여주는 미인도를,

혜원 신윤복은 해학적이고 춘의적인 미인도를 ,그리고 채용신은

초상화로서의 미인도를 주로 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신윤복의 <미인도>(간송미술관 소장)를 보면,단아한 모습과 고운

눈매, 붉고 매혹적인 입술, 때로는 약간 비껴선 자태 등에서 

당시의 살아 있는 미인을 직접 대하는 듯하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는 대표적으로 우리들의 눈에 친숙하다.

아름다움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않는, 감춤과 절제의 미학이

그의 미인도의 특징이다.

 

근대에 이르러서는 이당 김은호가 섬세한 미인도를 남기고 있다. 

머리의 장식없이 단아한 평상복 차림의 여인으로 사실주의적이다.

현대의 박연옥의 미인도는 화려한 채색화이다.한복차림이지만

현대적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채색화이다. 박연옥은 헤원에게

매료되어 자신도 미인도에 집중하게되었다고 피력한 바 있다.

혜원의 미인도에는 절묘한 구도, 여인들의 심리적 묘사, 단아한 선의

기법 그리고 은은한 색감이 담겨있다고 하였다.

 

교당의 미인도는 현대이전의 여인들이다.아름다운 얼굴이

한결같이 반듯하고 정숙한 부인의 얼굴이다. 조선후기시대와

현대의 중간 쯤의 여인상으로 여겨져,우리의 전통적 분위기와 ,

좀은 다른 듯 하다. 그의 몇몇 여인상에서는 1930 전후 일본의

지배아래 있었을 당시의 보편적인 여인의 한옷차림이 연상된다. 

그런데 그의 미인도의 특징적인 요소로서, 그의 여인은  머리와

몸체의 비례가  완벽한 것이 ,개인적으로  그리스의 완벽한 여성

누드를 연상시킨다. 한옷 속에 감춰진 몸매가 현대적이라는 의미

이다. 사실성에 바탕을 둔  조선후기의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면, 비교적 작은 키의 몸매를 가진 것으로 보아 그 그림의 기녀는

실제인물을 모델로 삼았을 법한 느낌을 받는다. 혜원의 여인은,

필자가 보기에는, 그리스의 이상형의 신체적 비례에 미치지 못한다.

 

그의 미 예술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 역시 그의 미인도를 통해 짐작

수 있다.그는 마티스나 피카소의 누드나 몬드리안의 추상화들이

예술적으로 여기지않을 것이다. 전자는 데포르마숑된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지못할 것이고 아름답지않는 것이 어떻게 예술일

수 있는가 하고 반문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 캔버스위의 선과 면

또는 색채의 만남이 그 어떤 대상을 묘사 또는 표현하지않았다면

그것이 어떻게 그림일 수 있겠는가 할 것이다.그런 서양화를 그는

예술품으로 여기지 못할 것이다. 속으로 미를 추구한다는 예술가가

어떻게 저런 그림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할 것이 틀림없다. 그는 자연

속의 어떤 대상, 이를테면 인물이나 영모 또는  식물 등 기운생동과

관련된 형태와 색의 조화아래 예술이 피어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자연미를 예술적이라여기는 화가이다.

 

그는 또한 지역의 다른 동양화가인 고 변상봉 교수의 누드화 역시

외면할 것이다. 속 마음으로 그의 그림들은 술집 벽에나 걸릴 저속한

그림이지, 그걸 어떻게 예술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할 것이다. 그가

경남 대학교의 미술과 교수인데 ,더더욱 그런 뒤틀린 여체의 벗은 몸을

그리다니!모르긴 해고 속으로 그런 생각도 했을 것이다. 교당의 미와

예술관에는 다분히 윤리의식이 그 바탕에 깔려있다. 거짓된 것이

아니라 진정성이 그 예술의 바탕이여야 하며, 아름다운 얼굴은 선의

표현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미의 추구와 관련하여 '예술을 위한

예술'이나' 선악의 피안'과 같은 철학적 사유를  자신의 세계속에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ㄱ. 한복의 여인들(교당70기념 54페이지)

 

색상이 서로 다른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6인의 여인들이 부드럽고

밝은 한옷의 한 노부인을 중심으로 정원의 잔디 위에 앉아 둘러앉아

노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어느 특별한 날에 큰 댁에 모인 

동서들과 며느리, 조카 며느리들인듯한 한복의 여인네들!

그의 4명의 누나들 얼굴을 생각하며 그 여인네들을 그려나갔다고

하였다. 집안을 화목하게하려면 안사람들이 서로  잘 지내야한다는

그 댁 집 안주인의 말을 그림으로 나타낸 듯하다.  6인의 여인을

극세필의 화가로서 정성과 공을 드려그려낸 화목 상징의 역작이다.

배경은 넓은 호수와 안개낀 먼 산이 배경으로 그려져있고 여인들의

뒷편에는 물오른 버들이 신록의 잎이 무성한 가지를 하고 휘어져 있다.

경주 어느 김씨댁를 방문한 그가 그 댁 정원의 연못가에서 불현듯 이런

이미지를 얻었다고 하였다.

 

ㄴ. 장구춤(-25p)

 

종이에 수묵 채색화로 기녀의 춤 동작의 한 순간을 그린 그림.

 이미지가 배경에 없는 단순한 미모의 얼굴과 몸이 두드러진

1인 그녀의 장구춤 모습 만이 그려져있다. 티없이 깨끗한 얼굴위에

눈섭과 눈매 그리고 입술이 차가운 듯 매혹적이다. 마음에 담아 둔

 미인의 얼굴이 세련되게 그려져있음은 여인의 미모에 대한 화가의

오랜 관찰과 끊임없는 습작의 산물일 것이다.

연한 물색에 가까운 수묵의 바탕색이 ,윗 부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갈색빛으로  조금씩 두터워지고, 홀로 춤추는 기녀의 시선이 약간 아래로

향해있어 화면 바깥의  뭇 남정네의 시선들을 의식한 듯한 다소 도도한

표정을 이룬다.  장구 촘체는 두 글자 禧가 뚜렿히 새겨져 있고

오른 손의 북채가 닿인 면은 사실에 가깝도록 팽팽하다. 머리위쪽으로

또 하나의 북채를 든 왼손은  얼굴을 중심으로 s형의 율동적인 미색 물결을

 청색 처마와  미색 저고리, 그리고 그 두 대비적인 색감 사이 오른 손 근처

치마 자락 한 모퉁이에  새로로 길게 세모로 된 안감의 연한 청색이 어울려

미려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ㄷ. 개울가 처녀 (4p)

산천을 배경에 둔 개울가의 여인의  그림은 다소곳한 자태와 그가 추구한

이상적인 미인형의 얼굴이 두드러진다. 개울가의 여인의 상은 평범한 한옷

차림의 젊은 아낙으로 얼굴 자체가 한국의 고전적인 미인형에, 그 몸체의 

균형적 조화의 비례마져 탁월하다. 그가 오래전 청년기에 부모님의 고향인

함안에서 본 이웃집 처녀를 연상하여 한복입은 아낙으로 그리게 되었다고

하였다.

 

 

 

 

 

 

 

 

  ㄹ. 난초와 여인( p15)

종이에 연한 채색..

무릎 위 상체의 인물화로  얼굴을 그림 한 가운데에

위치시켜보는 이의 시선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 있다.

그 단아한 모습이 얼핏 배우 이영애의 한복입은 모습이

연상된다.엷은 푸르름의 배탕색에 여인이 손에 든 난초꽃의

분홍과 치마의  분홍빛 하늘색이 그림한 점없는 높은 하늘처럼

맑고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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