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묵.채색의 그림들
3.영모.산수화 기타
영모화.
교당의 영모화작품 중에 필자의 눈이 자연스럽게 멈춘 그림은
소품의 두 부엉이 그림(70회기념전 화첩 81P)이었다. 회화가 주는
상상의 즐거움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부엉이의 표정에서 묻어나는
앙징스러움, 호기심 그리고 세상물정 모르는 겁없음에 미소가
피어나기 때문이다. 화면속에 담묵의 선으로 그려진 둥근 달의
한 부분을 그리지않은 채 미완의 여백으로 남겨 처리하였다.
미완의 형상이지만 그 달이 보름달임을 금방 느껴진다. 둥근 선의
한 부분의 비어있음은 시선을 자유롭게 한다. 보는 눈으로 하여금
선이 비어있는 곳을 스스로 채우게 한다. 그림속의 부엉이 또한
그 시점이 한밤임을, 그리고 단 한 그루 역시 그 곳에 숲속임을
짐작케 한다. 나무위에 앉은 부엉이의 두 눈이 먹이감을 감지한 듯
초롱 초롱한 것으로 보아 한 밤일 것이고, 숲속의 깊은 은신처가
아니고서야 저렇게 겁없고 당돌한 자세를 지닐 수 있겠는가?
달의 형체가 보이지않음에도 먹물의 색이나 여백으로 그 싯점이
휘영청한 달밤임이 더 잘 느끼게 됨은 화면의 여백과 먹의 오묘한
색채감으로 인해서이다 두 부엉이 그림은 언젠가 어느 책에서 읽은
다음의 일화를 연상케 하였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나귀를 끌고 다리를 건너는 그림을 그렸는데
나귀가 다리 어귀에 서서 다리 아래 물을 보고 물결소리를 듣고
놀라서 물을 건너려고 하지않았다. 나귀를 끌던 사람은 나귀를
강제로 끌었는데 그 사람과 나귀 사이에 고삐를 그리지는 않았지만
사람과 나귀의 자세와 모습으로 그 본질을 그려냈다.
가게에 걸린 이 그림을 한 그림애호가가 비싼 값으로 주문하고는
며칠 뒤에 찾아가겠다고 하였다. 그림가게 주인은 기쁜 와중에도
그림속에 고삐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려 나중에 그 점을 발견하고는
그림을 사지않을까 걱정스러워 주문한 사람이 오기넌에 나귀와
사람사이에 고삐를 그려넣었다. 그 주문자가 와서 고삐가 생긴 것을
보고 매우 애석해 하면서 말하엿다. 내가 이 그림을 좋아했던 것은
고삐를 그리지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옛 화가는 감상자로 하여금
여백이 제공한 실마리를 따라 자신의 연상과 상상을 발휘케 하라는
것이었다.
노안도라면, 갈대와 기러기를 그린 그림으로 노후의 편안함을
표현한다. 갈대 '蘆'(노)와 기러기 '雁'(안)이 老安(노안)과 발음이
닮아 노후의 안락이라는 뜻으로 전용된 것 같다. 교당은 여러 형태의
노안도를 그렸다. 갈대 개울을 한쌍으로 노니는 기러기, 색감이나
물위로 가쁜히 내려앉은 기러기떼, 갈대숲을 헤집고 먹이를 찾는 기러기
등 그의 기러기는 색채놔 몸놀림이 건강하고 힘차다. 길상의 노안도
역시 그의 달마도나 모란화 처럼 어시장의 가게 주인들이 즐겨 찾는
그림들이다.
보다 더 서
산수화와 모란그림.
그는 그림애호가들의 취향에 어울리는 그림들을 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지난 날 극장 간판을 그리던 시절 이래 보통 사람들의
정서를 잘 감지하는 화가이다. 그가 모란을 자주 그린 것도 대중적 취향이
자신의 그림그리기에 중요한 요소임을 나타낸 것이다. 도심거주민이나
시장상인들이 집이나 가게 벽에 모란 그림을 걸어두고 싶어함도 교당은
잘 알고 있었다. 모란은 누구나 꿈꾸는 귀와 영화를 상징하고있는 꽃인 것을!
그가 두척마을에 기거하면서 그림작업에만 몰입하던 시절 집뜰에 심었던
모란을 매일 두 손과 마음으로 가구었던 화가이었기에, 모란이라면 그에게
너무나 친숙한 꽃이다. 그의 모란은 그런 점에서 꽃잎,꽃송이 속의 수술
암술, 곷 화분 등이 매우 사실적이다. 그리고 그림속의 살아있는 모란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
교당의 수묵 산수화( 70회집 75p)의 경우, 흰 종이위에 흑과 백의
두 가지 색만으로 안개낀 깊은 골짜기를 그려낸다. 담묵과 농묵의
조화로운 운필로 명암의 깊고 얕음을 단계별로 표현하여 흑백 두 색
만으로 시선을 화면 깊은 곳까지 이르게한다. 먹물 번짐으로 나타낸
먼 산은 안개가 자욱하여 원근감의 깊이를 더한다. 흰색 화선지위에
서로 상이한 먹색들을, 간격을 둔다든지 중첩시키면서 다양한 먹색을
형성시켜 교당 화풍의 한국적 산수를 표현해낸다.
얼른 보기에 마산근교의 산기슭 마을인 두척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그가 10여년 그림에만 전념하며 살았던 그 두척 마을이다. 개울가의
논밭 길에서 골짜기로 시선을 던지면 계곡 깊은 곳 위로 그의 수묵화의
산세와 흡사한 산등성이와 봉우리들이 마산의 무학산 (원래 이름은
두척산이라고 한다.)의 한쪽 갈래인 산세와 계곡이다. 안개낀 날
그 골짜기를 바라보면 영판 그 그림의 산세가 연상될 것이다. 아니면
우리 눈에 친숙한 지리산의 부드러운 산세와 계곡을 연상할 수 잇다.
뱀사골 입구에서 위로 멀리 바라 본 안개낀 지리산일 수 있다. 또는
창원의 달천 계곡으로 들어설 때 눈에 들어오는 천주산을 마주하는
느낌일 수도 있고. 산수의 형태가 필선에 의해 이루어지기보다, 농묵과
담묵의 적적한 번짐으로 표현되어있다. 먹색의 강약에따라눈에 들어오는
먼 산과 가까운 산의 원근감이 자연스럽다 그림 앞쪽에 배치된 수목 몇
그루만이 농묵의 필선과 농묵 덩이로 그려져있을 뿐 전체적인 풍경은
담묵의 번짐과 여백으로 나타나 있다.먹색의 연함과 진함으로 표현된
원근의 산세와 숲이 안개구름과 더불어 사실적으로 어울리고 있다.
먹색의 변화로만 나타낸 그 두 수묵 산수화는 서양화의 기하학적
원근감을 떠올리게 한다.
?청송마을의 주황산을 현장에서 화면에 담았다는 산수화 한점은
수직의 높은 바위산을 주제로 삼아 짧은 필선으로 그려놓았다.
얼핏 김홍도가 먹선으로 그린 해금강 포석정을 떠올리게 한다.
교당의 산수화는 그 대상이 우리 눈에 익숙한 이 땅의 산과 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