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2-9-1

jhkmsn 2014. 9. 21. 06:26

                    9.  두개의 숲 

                          

                     1.

 

문의 집 뒤 산쪽 언덕에는 오솔길로 서로 이어진 숲이 둘 있다. 

문의 발길이 먼저 닿는 낙엽수의 숲은  이름 모르는 새들이 가지끝에

앉아 퍼득이면 무성한 잎들이  햇살아래 반짝이고,그리고  그 다음의

숲인  편백나무 군락지는 들어서면  기분좋은 향이 코끝으로 스며든다. 

그 숲길은 문에게는 회상의 오솔길이다. 그 곳에서의 산책이

불러 일으키는 것은 꿈이 담긴 상상이나 형이상학적 사색이 아니라,

매우 개인적인 회상이다. 이를테면,  집 마루에 혼자 앉은 노모의 긴

한숨소리,밀물의 바다위로 비스듬히 내리는 빗줄기, 썰물끝이 이루는

하얀 물거품 띠, 달리는 그레이 하운드의 차창위로 쏟아지 내리는

새벽별,그리고 홀련히 떠오르는 그라나다의 매혹적인 춤과 상그리아의

상큼한 맛 등, 그에게 개인적인, 너무나 개인적인 것들 대한 회상이다.

한 날은 편백나무​의 향이 인문으로 하여금 10여년 전 스페인의

그라나다에서 체류 중 그가 머문 알바이신 호스텔에서 처음으로

마셔 본 알코올성 쥬스,상그리아의 상큼한 맛을 떠올리게 하였다. 

 마음에 떠오른 보라빛 상그리아 유리잔과 레몬 향의 맛은 이어

그의 심안에 그 도시의 한 플라멩코 pena인 '다로'가 를 아른거리게

하는게 아닌가!​ 그는 그 때 30평 넓이 의 그곳 pena  거실을 가득 메운

관객들 틈을 비집고 앉아  후아나를 포함한 3명의 출연자들 바로 앞에서 

juana의 춤과 칸타로라의 칸테에 취했었다. 

화요일 밤.그라나다의 알람브라 성이 산 기슭의 한 골목 집

좁은 충 공간, 10 수명의 플라멩코에 중독자돌이 수소문으로 찾아 와

좁은 밀실 공간을 비집고 앉아 후아나의 춤에 몰입니다.

춤군의 일그러진 얼굴은 온통 땀 범벅이고

기타리스트는 그녀의 춤을 신들린듯 유도한다.

인문을 포함한 관객들은 포도주 잔을 기울이며

생면 부지의 관객들과 하나가 되어 올레를 연발한다.

휘몰아치는 기타소리와 치마자락과 관객들의 격정적 외침 등이

절정의 상태를 이루고.....

 

문의 머리속에 생생한  그라나다의 다로 플라멩코 무대는

그 이전 미국 포틀란드에서 극장 무대위의 플라멩코 공연과는

질적으로 판이한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라나다의 다로 페냐는

입장권을 발매하는  무대공연이 아니라 , 말하자면 소수의 플라멩코

애호가들만이 그 자리에 모여 그들이 마시는 포도주 값은 내고

공연에 적극적인 관객이 되는 공연장이었다.

특징적으로 후자는 보편적인 무대에서 처럼,관객과 공연자는

서로 별개의 존재였으나 전자의 경우엔 공간의 협소함에 의해

관객과 공연자가 서로 별개의 존재로 나누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술잔을 쥔 관객은 바로 곁에서 춤추는 juana의 거칠어진 숨소리를

따라 함께 취해 가는 그런 무대였다.

 서편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두 남녀 주인공, 소리꾼 송화​와

고수인 떠돌이 ?가 그녀의 주막집 방안에서 마주 앉아 펼치는 

소리와 장단의 광경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인문은 그라나다의

 다로 홀에서 juana의 춤과 기타반주에 빨려들면서 영화 서편제의

그 장면을 동시에 연상했었다. 그 영화를 보는 동안 비록 단순히

수동적인 관객에 불과했엇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과 더불어

흐르는 눈물을 몰래 감추어야 햇었다.​이와는 달린 다로에서의 그

플라멩코 춤의 그 좁은 공간에서는 그는 수동적인 관객이 아니라

연주자의 소리와 춤과 더불어 그 무대의 또 하나의 구성요소가 되는

특별한 체험을 누렸었다. 그는 그 때 그 자리에서 연주자들처럼

소리와 감동으로 온 몸이 땀으로 젖었었다.

문은 이에 앞서 서편제 영화를 보면서 눈물을 몰래 훔치며

생각했었던 적이 있었다: 만약 그 둘이 어울리며 밤새 소리와 장단에

몰입하는 그 주막에  누군가가 관객으로 동석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면, 그는 그저 수동적인  관객으로  그들 곁에 가만히 앉아 그들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을까? 모르긴 해도, 북채를 잡아보지못한

이라할지라도, 그 소리에, 그 장단에 맞춰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는

도취의 순간을 겪게되지않을까?

영화 서편제와 그라나다의 플라멩코의 전용무대 Daro 에서

인문이 스스로 체험한 것은 ,아래에서 대충 말한 대로, 결국은

카다르시스적 도취였다.

 

 

 

    '아래'

서편제의 경우-

세월이 흘러 동호는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송화를 찾아 나선다.

그가 마침내 한 주막에서 송화를 다시 만났을때 송화는

그의 청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그는 북을 친다.

나그네들이나 하룻 밤 묵을 겸 들릴것 같은  외진 곳의

초가 주막의 방에 탁주 주전자와 술잔이 놓은 술상 앞에

송화와 동호는 말없이 마주 앉아 있다. 무대는 그렇게 펼쳐지고

눈먼 소리꾼 송화가 목쉰 진양조의 저음으로 입을 열고,

그녀의 의붓 오빠 동호는 그녀의 눈먼 얼굴을 저어기 한번

 바라본 후 북채로 그녀를 유도한다. 소리는 점 점 빨라지고

높아지면서 이른 소리꾼과 고수의 시간을 망각한 듀엔데!

듀엔데는 플라멩코의 용어로 디오니소스적 도취의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그것은 한 영혼의 - 그 비참함, 고통, 사랑과

증오​의-, 분노나 주저함이 없이, 드러남이다. 송화는 이 자의

북장단 솜씨가 자신의 아비와 똑같기에 직감적으로 그가 동호임을

알지만  이를 내색하지 않고 다음날 그들은 다시 헤어진다.

그 장면에 눈을 떼지 못하던

문은  흐르는 눈물을 감당치 못한다.  

 

플라멩코  Daro무대에 대한 회상-

아래는 인문이 자신도 모르게 적극적인 관객이 되었던

그라나다의 플라멩코 공연장 다로에 대환  그의 회상이다:

 40명 안팍의 관객들이 촘촘히 다가 앉은 작은 홀 안은 juana의

자페테아토 소리와 거침 숨소리로 가득하다. 그녀의 춤은

한마디로 격렬한 몸 뒤틀림! 춤 한 동작, 한동작에 그녀는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붓는다. 그녀의 자페테아토는

그 멈춤과 이어짐의 폭발적인 발구름 동작에서 남자 무용수의

특징인 강한 힘의 표현을 능가한다. 이에 더하여 윗몸의 유연한

뒤틀림, 긴 팔의 아라베스크적 율동,  표현주의 회화성의

 강한 얼굴 표정....칸타오라의 소리,품에 안은 기타의 울림통에

얼굴을 파묻고 춤과 소리에 박자를 맞추는 귀신같은 솜씨의

기타리스트의 연주 솜씨. 올레! 순간 순간 포도주잔 들어올리며

외치는 관객들의 탄성,'올레! ' 

 

지난 날의 여행길에 그라나다는 인문에게 두가지 점에서 

매혹적이었다. 그 하나는 후아나의 춤을 처음으로 보게 된

Daro'라는 이름의 플라멩코 페냐(pena)의 내밀한 분위기였고,

다른 하나는  스페인의 대중적 음료수인 약 알코올성의 

'상그리아 ' 주의 매혹적인 맛이었다.,포도주에 몇 몇 과일

조각을 섞어 넣어 차게 해서 먹는 칵테일의 일종이다.

상그리아 인문이 그라나다에 와서 처음으로 맛 본 음료수이다.

10년 전후의 어느 해 4월 그라나다의 알바이신 지역의 한 호스텔에

머무는 동안 젊은 여행객들과 어우러진 저녁 파티에서 처음 맛보았다.

히피 풍의 공지머리에, 선하게 생긴 그 호스텔의  젊은 매니저가

투숙 여행객들을 위한 주말 파티에 내놓은 음료수가 그 상그리아

였다,혀끝에 닿은 새콤 달콤한 레몬 향과 약한 포도주맛의 상그리아가 

지금의 기억에도 생생하다. 

더우기 그 음료수를 대접한 그  호스텔의 젊은 매니저의 인심 후한

마음과 탈속적 풍모가  인상적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의

이런 저런 호스텔에 머물러 본 인문은 다른 곳에서는  그런  인물을 

만나보지 못했었다. 여행중 인테넷 사용이 필수적이었던 인문에게

그는  이를 인문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고,

더 나아가  그 호스텔의 사적 공간에 나를 초대하여 상그리아를

 대접하기도 했었다. 신기하게도 그가 한국의 배우 최민석의

열렬한 팬이라는 점이었다. 스페인의 고도, 그라나다의 젊은이가

어떻게 먼 동양의 한 영화배우에게 매료되다니! 그는 자신의

방 tv를 통해 녹화테이프에 담긴, 최민식 주연의 영화 ( 그 제목은

기억하지 못하였다)를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인문이 그라나다의 세크라멘토의 동굴 플라멩코 전용무대나

알바이신의 다른 페냐, 그리고 소규의 타불로 등 플라멩코가

펼쳐지는 다양한 곳을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은 그가 불편함을

무릅쓰고 위치와 공연 날짜 등을 알아 내 내게 알려 주었기 때문

이었다. 참고로, 그라나다 집시들의 전통적인 거주지인 세크라멘토

의 그 유명한 동굴에서 펼쳐지는 플라멩코 무대가 인문에게는

좀은 실망스러웠다. 페냐 다로의 공연에 비하면 그 곳의 것은

관광객을 위한 상업성의 플라멩코 무대였던 것이다. ​어쨋거나,

상그리라는 인문에게는 그라나다 회상의 촉매제였던 것이다.

한편, 인문이 플라멩코의 소리를 속 깊히 느끼고 이해하게 된 것

역시 이 곳 그라나다에 와서부터 였다. 플라멩코의 본질이

춤에 있는 게 아니라 그  깊은 소리에 있음을 느끼게 된 데에도

역시 이 곳 그라나다에서의 에 와서부터 였던 것이다. 스페인

여행길에 나서기 전에는 플라멩코라 하면 그것은 곧 미국인 댄서

라우의 춤이었다.  그녀가 춤추던 포틀란드의 고전적 분위기의

고풍스런 극장무대, 그녀의 군형잡힌 몸매. 팔과 손의 동작과

격렬한 자파테아토, 그리고​ 기품있는 얼굴 표정이 곧 플라멩코춤

이었다. 

그런 그에게 그라나다에서 보름을 머무는 동안 그와는 매우

다른 플라멩코를 만나게 된 것이었다. 임장권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는 매우 사적 공간으로서의 무대, 단순한 구경꾼으로서의

 관객이 아니라, 공연에 몸짓이나 소리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수의 플라멩코 애호가들!, 그 분위기에는 어떤 중독성의 요소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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