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2-8-1

jhkmsn 2014. 9. 19. 19:44

         8. 푸른 그림들

 

               1.

 

0월 0일, 2014

Y 작가에게

오늘 모처럼 창동나들이 길에  L의 작업실에 들렸습니다.

한가지 의논할 일이 있어서 였습니다. 플라멩코 춤을 소제로 한

유화 한 점이 필요한데,다음 달 중에 제작해 줄 수 있겠는지요?

썰렁한 집 서재에 걸어놓을 그림입니다. 개인적인 회상을 위해서

입니다.

주문하고 싶은 그림들은 몇 년전  Y의 첫 그림전시회에서 본  

스크래칭 유화  한 점 '바다 환상'과  같은 기법의 그림를 몇 점

제작해주시기를! 그 바다 환상의 이미지는  그 때 첫 눈에 

영국의 낭만주의화가  윌리엄 터너의 바다폭풍을 연상케했습니다.

그리고  모네의 인상주의적 지중해 풍경들의 색조를  닮았었지요.

주제는 플라멩코 입니다.​ 플라멩코 춤의 한 두가지 특징인

표현주의적 분위기와 추상적 요소를 담아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책 두권을 가지고

내일 다시 들리겠습니다. 모네의 지중해 풍경회화집 한권과

플라멩코에 관한 해설서 한권입니다.

 

작업의 기법은 스크래칭입니다.  나이프나 막대기로 드로잉하는

것처럼 긁어내는 기법 말입니다. ​그리고 화면은 순백과 코발트로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연락주시기를!

문​

 

 

ㅇ월 ㅇ일

Y에게

플라멩코 춤 그림 제작과 관련하여:

코발트와 순백의 대조 색조 대신 붉은 색을 강조하는 게

플라멩코의 본질적 이미지에 어울릴 것 같아

이젤 앞에서 망설였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처음 부탁한 대로 블루를 중심으로 한 색조로

그려주십시요.

 

프랑스의 신고전주의화가 구스타브 도레가  그린 집시댄서들의

플라멩코 춤  드로잉화를 보던 중  불현듯 그 그림의 사실주의적

이미지를 L의 스크래칭 기법으로 푸른 추상의 이미지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Y작가의 스크래칭 화 바다 환상을,

푸른 색을 좋아한 마티스의 야수파적 회화들을,

그리고 플라멩코춤의 추상적 특징을 떠올렸거든요.

처음엔 검은 옷차림으로 무대에 오르는 그라나다의 춤꾼

에바 예르부에바를 생각하며 검은 색도 괜챊겠다 싶었지만

바다 색조를 플라멩코 이미지에 조화시키고 싶었습니다.

어쨋거나 그림은 그림이니까요

 

 처음엔 블루 색으로  시도해 주십시요. 

그리고 화가의 직감에 따라 자유롭게 화면위에 

검은 색과 붉은 색으로 악센트를  두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어쨋거나 모네의 지중해풍경의 블루를 연상하시기를!

이 첫 시도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될지

아닌게 아니라 궁금하기도 합니다. 

 

 

0월 0일

Y에게!

그림 제작에 관한 한, Y 작가의 판단과 감성의 흐름에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다.  다만 주문자인 저는 마음에

플라멩코 춤을 주제로 삼고 있지만,  화가는  그 어떤 무엇에도

구애받지않아도 됩니다. 결과물은 그냥 추상일 테니까요 

화가의 일은 화가에게 그냥 맡겨달라는 L의 암시적 충고,

충분히 공감합니다.

화가의 손이  화폭위에서 어떤 추상의 결과물을 생산해낼지

화가 자신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씀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글꾼으로서의 나의 이런 주제의식을 조금은

유념해주기를! 사이즈는, 6호 정도면 적당하겠습니다.

 

m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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