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2-7-1

jhkmsn 2014. 9. 19. 06:47

            7. 바다​의 귀향 

                

                       1.​

오래 전에 사라진  그 바다가 몇 해 전 한번 홀련히 문의 눈 앞에

춤추며  돌아 온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 바다의 흔적 만이 남은

땅에서 플라멩코 공연이 열리게 된 것이 문에게는 그렇게 여겨진

것이다. 침이면 은빛 농어들이 번떡이는 밀물의 해안이었고,

오후에는 무수한 밀게들의 하얀 게다리 군무로 장관을 이루는

갯벌이 되었던 그 해안이 문의 심안에 그렇게 플라멩코 춤이

되어 나타났었던 것이다.

긴 시간이 지난 후 아름다움과 불행을 느끼게한 해안, 소년의

새벽 잠을 깨우던 어둠속의 새벽송가, 소년들을 몰고 다니는

엿장수의 엿판수레, 그리고 뭉크의 병든 아이의 표정 같았던

막내 이모의 절망한 눈빛 등과 함께 흔적없이 사라진 그 바다가

꼭 한번 깊은 춤이 되어, 기타의 선율과 목쉰 소리꾼의 노래가 

되어, 그의 곁으로 춤추며 돌아왔었던 것이다.

춤꾼 Lau가 마산에 와 소년의 바다가 있었던 곳에서 멀지않는

곳의 한 공연장에서 펼친 '스페인 음악과 플라멩코의 밤' 무대에서

춤을 춘 '깊은 춤'은 문의 눈에는 뜻밖에 그 바다의 형상이 되어

아른거렸던 것이다. 그의 심안에는 그 순간  집 마당 앞 축담

아래에까지 차오른 밀물과, 날카로운 집게들의 꽃게들이 숨은, 

파래가 낀 돌덩이 굴밭이 드러난  갯벌이 서로 하루에 두번이나

교차하는 그 바다의 형상가 나타나 아른거렸다. 그 하루 전 날밤

문은 꿈속에서 그 바다를 보았던 것이다.

 

해안이 밀물로 가득해져 소년의 집 마당의 땅과 그 바닷불이가 

축담을 사이에 두고 거의 수평을 이루고 있는 꿈이었다. 그 꿈속에

축담에 선 소년은  물위에서 은빛을 튀기며 유영하는 학꽁치들을

잡으려고  몸을 굽혀 팔을 아래로 내려 물에 닿으려고 하였고,

소년의 뒤쪽에서는 물동이를 머리에 인 하얀 치마 저고리 차림의,

소년의 어머니가 바둑이를 데리고 집 대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Lau가 마크의 기타반주로 '솔레아' 춤춘 전날 밤 문은 그 바다를

그렇게 꿈속에서 만났던 것이다.​

 

아래는 마산에서 푤쳐진 '플라멩코의 밤'의 막이 오르던 날의

무대에서  낯선 춤에 대한 호기심아래 무대쪽으로 시선을 모은

관객 앞에서 인문이 행한 인사말이다.

'아래​'

관객 여러분 만나 반갑습니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집시들의 전통문화인 플라멩코

의 춤과 노래 그리고 기타 연주가 여러분의 마음에 달콤하고

아프게 스며들 것입니다.

플픔에 찬 무희들의 표정.

이어짐과 끊어짐의 기품있는 몸짓.

출렁이는 스커트 자락의 눈부신 통풍적 선회.

그리고 혼을 빼는 듯한 기타선율이 보고 여러분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인상을 남길 것입니다.

춤과 노래, 그리고 기타연주- 이렇게 세 요소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이 플라멩코는 지난 날 사회적 하층민으로 소외받고 학대받았던

스페인 집시들에게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의 상징이었습니다.

플라멩코 춤은 우리의 전통 분화인 살풀이 춤과 ,그 기원이나​

정신성에서 여간 유사하지 않습니다. 둘 다 의지할 곳 없는,

소외자된 자들의 서러움과 한이 아름다운 춤과 노래로

승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풀라멩코는​ 첫 흐느낌과 첫 입맞춤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스페인의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가 말했습니다.

그 시인의 가슴찌르는 이 말은 바일라오라(무희)의 내면의 열정과

기타 반주자의 회상이 담긴 선율의 물결에서 순간 순간 느껴질

것입니다.

이번 우리 지역에서의 첫 플라멩코 무대에서 그 시인의 말이

관객 여러분에게 공감되기를 기대합니다.

2005년 12월

한겨울의 어느날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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