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플라멩코 듀엔데
2.
스페인어로 칸테 혼도(jondo)혹은 칸테 그란데(grande)를
의미한다. 이 깊은 노래는 플라멩코 노래의 세가지 중 하나로
셋중에서 가장 원형적이고 순수한 노래형식이다. 셋 중 나머지
둘은, 앞에서 간략히 언급했듯이, 노래의 깊이감에서 중간단계인
칸테 인테르메디오(intermedio)와 가벼운 노래라는 뜻의
칸테 치코(chico) 이다. 깊은 노래는 가장 최초이고 순수한 플라멩코
칸테로 원래 고대의 종교적인 찬송 즉, 여러 종교적 성가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나중에 점점 삶에 대한 비탄의 표현형태로 보편화되었다고
한다.이 칸테 혼도 범주에 속하는 노래들은 기본적으로는 집시들의
독창적인 노래로 이루어졌었지만, 지금에 이르러 해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노래들까지도 이 칸테 혼도의 범주에 넣고 있다.
이 칸테 혼도는 소리꾼이 목과 폐의 힘으로 토해내는 반음악적-
이를테면, 멜로디와 화음이 바탕을 이루는 보편적인 음악의
요소를 무시하는- 소리로, 소리꾼의 혼신의 노력과 뜨거운 감성
을 요구하는 소리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런 소리는
안달루시아의 집시나 혹은 동양계의 피를 받은 사람만이 거칠고
쉰 듯한 특별한 아필라(afila)- 목소리에 담긴 야성적이고 원시적인
절망의 외침을 유전적으로 물려받는다고 믿어왔었다.
칸테 혼도라고 하면 , 문은 소리꾼 카마론의 목소리를 먼저
연상한다. 플라멩코의 세가지 요소-춤, 기타연주,칸테(노래)-
중에서 그에게 칸테가 제일 늦게 친숙해졌었고, 그리고 그 칸테
중에서도 카마론의 목소리가 또한 가장 늦게 좋아졌었다. 그의
목소리는 우리들의 귀에 달콤한 오페라의 아리아나 이태리 가곡등
낭만적인 음악성을 무시한다. Buleria por solea, Saeta, Martinete,
siguiriya, solea , tona 등이이 범주의 노래들이다.
두번째로 칸테 인테르메디오(intermedio)는 칸테 혼도에 비해
깊이감에서 좀 덜하고, 덜 침통한 소리이나 ,세련되고 장식적이라
플라멩코에 호기심을 가진 외국인 관광객에는 전자의 소리보다
더 유혹적일 것이다. 인문의 경우, 십 수년이나 플라멩코에
중독되어왔엇지만 근자에 이르기까지만 해도 절망과 절규에
가까운 외침의 소리같은 카마론(Camaron) 류의 소리가 듣기에
거북스러웠고,그보다는 좀더 세련되고 기교적인, 그래서
고통과 달콤함이 함께 녹아있는 , 마리나 에레디아(Marina
Heredia)류의 칸테 인테르메디아의 칸테를 훨씬 더 좋아했었다.
문이 플라멩코에 빠져든 이래 그 특별한 소리마당 juerga나
그 마당에서 일어나는 소집단적 절규의 몸부림을 직접 체험한
경우에는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른바 '검은 고통'이라는
표현을 몸으로 이해한다. 이 <플라멩코 이야기>가 시작된 첫 머리에
인용된 장 그러니에의 그 한 마디 외침-아이! 아이!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한 말이라고 때때로 여긴 적이 있었던 터라
그에게는,'검은 고통'은 장그러니에의 말-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말도 행동도 이미지도 꿈도......-에
다름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인 댄서 라우와의 첫 만남이래 인문에게는 상당한 기간 동안
그녀의 춤이 곧 플라멩코 춤이었다.그녀의 긴 팔이 그려내는 아치형의
동작, 우아한 허리의 동선, 강한 탄력성의 자파테아토(발동작),
당당한 시선 등, 그녀의 이 모든 춤동작이 곧 플라멩코 춤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믿게되었을 정도 였였다. 그녀의 춤을 통해 플라멩코를
눈으로 목격하게 되었고,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플라멩코는 ,
바다보다 넓고 우물보다 깊은, 플라멩코는 첫 흐느낌과
첫 키스로부터 나온다'는 매력적인 구절을 알게되었던 문이었다.
그녀를 처음 만나던 때였던 2001년 가을 어느 날 문이 그녀에게
보낸 아래의 이메일을 보면 그 싯점의 문에게는 그녀의 존재가 곧
플라멩코였을 만큼 깊게 홀려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Dear Lau.
부에노스 디아스!
라우의 이메일 반갑게 읽고있습니다.
숨이 멎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그렇잖아도 다니엘라로부터 라우가 감기로 몸져 누워있다는
말을 전해듣고 걱정하던 중이었으니까요.
내일까지만 쉬면 나을 수 있을 거라니
저으기 안심이 됩니다.
그래도 머리가 아직은 무겁고 미열이라구요?
회복기의 몸을 특히, 그 귀한 두 팔을 더욱 아끼십시오.
-바일라오라의 두 팔의 동작은 너무나 중용하다.
두 팔은 땅에 서 있는 자신의 몸을 필사사적으로
하늘 위로 솟구치게 하는 양날개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오늘 우연히 이런 글귀를 읽었습니다.
문
(* 필자의 <여행 그리고 깊은 노래> p 39, 도서출판 경남 2002년)
이제는 문에게 처음 한 동안 플라멩코 춤 그 자체였던 Lau가
그의 의식에서도 멀어져 아련하다. 그녀로부터 소식이 끊긴지
벌써 몇 년이나 흘렀다. 풍문에 의하면, 사십중반에 들어선
그녀가 이제는 더 이상 춤추지 못한다고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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