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댄서
1.
2019년 9월 어느 날. 인문은 로버트라는 이름의 한 낯선 남자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그 남자는 미국 포틀란드의 한 주간지인 오래곤 위클리(Oregon Weekly)에서 일하는 문화부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 메일을 보낸 이유를 설명한 뒤 인문과 이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갖고싶다는 것이었다.
그 메일에 의하면, 그 곳 도심의 파이오니아 광장의 스타벅 카페 밖 한 열린 공간에서 한 댄서가 녹음된 소리(플라멩코 음악)에 맞추어 혼자 춤을 추고있었고, 거리에서, 그리고 카페안에서 그녀의 춤을 지켜보는 관객들 중에는 한국인 교민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고 하였다.
그 기자는 그녀의 플라멩코 독무를 지켜보는 관객이 주로 한국인 교민인 것에 호기심이 들어 그녀의 거리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를 지켜보았으며 그 곳에서 그녀와 몇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였다. 그녀와의 대화 중에 그녀는 과거에 플라멩코 댄서로서 활동하였으며, 오래전 2001년에 그 곳 도심의 한 공연장에서 가진 플라멩코 공연에서 한국인 인우가 특별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그 때 그곳 일간지에서 그들의 공연을 '스페인의 춤과 한국의 노래의 어울림'이라는 타이틀 아래 보도되었다는 말도 그에게 들려주었다고 했다.
그는 다음 날 지난 20년전의 그 기사를 찾아 읽고는 그녀와 거리 공연에 얽힌 사연을 기사로 엮어내기로 마음먹고 그녀를 다시 찾아 공식적인 인터뷰를 가졌으며 급기야는 이렇게 인우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하기에까지 이르렀다고 하였다.
그 메일의 요지는 간략히 이러하였다.:
두 달 전부터 이 광장의 카페 앞 거리와, 그 근처 중앙도서관 옆 거리에서 혼자 춤을 추기 시작한 그녀는 지난 날 그 곳 포틀란드의 문화계에서는 잘 알려진 플라멩코 댄서 엘레나로서 언젠가부터 춤을 멀리한 채 오래동안 무대를 떠나 수동적으로 주어지는 일상의 삶을 살아왔으나 어떤 특별한 계기로 다시 춤을, 이번에는 무대가 아니라 거리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거리로 나서게 된 데에는 한국인 인우에게 마음으로 빚진 빚을 조금이나마 값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그녀는 인우가 살고있는 한국의 마산을 잊을 수 없어 한국의 시를 플라멩코 춤으로 표현한다며 한국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어 무대가 아닌 거리에서 이렇게 춤을 추고있다는 것과 그녀가 깊은 춤으로 표현한 한국의 시' 귀천'과 민요 '아리랑'은 인우가 그녀에게 번역하여 가르쳐 주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한 미국인 플라멩코 댄서와 한국인 작가사이의 20년 가까운 특별한 우정관계를 인우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게되었다.
그 메시지의 내용의 그러하였고 그의 질문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1, 오래동안 춤을 추지않았던 과거의 댄서 엘레나가 50에 이르런 나이에 다시 춤추게 된 데에는 한국인 인우가 특별히 그 계기가 되었다는데, 무슨 사연인가?
2. 그녀가 춤을 어찌하여 무대가 아니라 거리에서 추게되었다고 생각하는가?
3, 2001년의 포틀란드 트리븐 지에 실린 기사에는, 한국인 여행객 인우는 플라멩코에 매혹된 작가로 소개되어있던데, 언제 그리고 어떤 계기로 플라멩코에 매혹되었던가?
4, 플라멩코라고하면 춤, 소리, 그리고 기타연주인데 인우는 어떤 요소에 특히 매료되었던가?
5 한국의 팝 '아침이슬'이 엘레나의 공연무대에서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그녀의 플라멩코 춤으로 표현되었던데, 그 사연은?
9월 어느 날, 2019
디어 로버트!
헬로!!
처음뵙겠습니다.보내준 소중한 메일 고맙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서면 인터뷰 요청도 신중히 검토했습니다.
무엇보다 로버트님이 기자로서 플라멩코와 엘레나에 대해 깊은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니
이메일로 처음 만나는 로버트에게 두터운 호감과 우정을 느낌니다.
내 자신이 플라멩코를, 그리고 엘레나를 오랜 기간 사랑해왔기 때문입니다. 난 그 둘을 포틀란드에서 처음으로 알게되었기에 포틀란드를 잊혀지지않는 아름다운 도시로 간직해오고 있습니다.
서면 인터뷰 요청의 경우,
그 다섯가지의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엘레나와 먼저 소통한 후에 로버트에게 보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은, 로버트의 메일 요지와 나의 답신을 엘레나에게 보내어 그녀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런 후에 늦지않게 나의 답신을 보내겠습니다.
엘레나가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소식을 로버트의 메일을 통해 읽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난 2달여전에 그녀에게 특별한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짧은 답신만을 보내고는 할 말이 있을 것인데도 그저 침묵만 하고 있기에 속으로 답신을 기다리며 궁금해 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로버트가 이렇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는 우선 그녀와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마음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거리에서 춤추게 된 계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늦지않게 , 엘레나를 통해거나 혹은 직접 답신을 보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산, Korea 에서
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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