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플라멩코의 칸테(노래)의 세가지 중에서 칸테 혼도(jondo)혹은 칸테 그란데(grande)는 스페인어로 깊은 노래(deep song)노래라는 의미로 셋 중에서 가장 원형적이고 순수한 노래형식이다. 나머지 둘은, 앞에서 간략히 언급했듯이, 노래의 깊이감에서 중간단계인 칸테 인테르메디오(intermedio)와 가벼운 노래라는 뜻의 칸테 치코(chico) 이다.
칸테 혼도는 가장 최초이고 순수한 플라멩코 칸테로 원래 고대의 종교적인 찬송 즉, 여러 종교적 성가에서 유래된 것으로서, 나중에 점점 비탄의 표현형태로 보편화되었다고 한다.이 칸테 혼도 범주에 속하는 노래들은 기본적으로는 집시들의 독창적인 노래로 이루어졌었지만, 지금에 이르러 해석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노래들까지도 이 칸테 혼도의 범주에 넣고 있다. 소리꾼이 목과 폐의 힘으로 토해내는 이 노래는 반음악적-이를테면, 멜로디와 화음이 바탕을 이루는 보편적인 음악의 요소를 무시하는- 소리로, 소리꾼의 혼신의 노력과 뜨거운 감성을 요구하는 소리이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런 소리는 안달루시아의 집시나 혹은 동양계의 피를 받은 종족의 거칠고쉰 듯한 아필라(afila) 목소리에 담긴 야성적이고 원시적인 절망의 외침을 유전적으로 물려받는다고 믿어왔었다.
이 범주에 속하는 소리로는 Buleria por Solea, Saeta, Solea, Martinete, Siguiriya 등이 있는데, 인우는 Solea와 Siguiriya를 즐겨 들어왔으며 그 노래의 소리꾼으로서는 카마론의 목소리를 먼저 연상한다. 플라멩코의 세가지 요소-춤, 기타연주,칸테(노래)-중에서 인우는 칸테(노래)에 제일 늦게 친숙해졌었고, 그리고 뒤 늦게 친숙해진 칸테 중에서 카마론의 목소리를 그는 매우 좋아했다. 그 소리꾼의 아필라 목소리는 우리들의 귀에 달콤한 오페라의 아리아나 이태리 가곡등 낭만적인 음악성을 무시한다.
두번째로, 칸테 인테르메디오(intermedio)는 칸테 혼도에 비해
깊이감에서 좀 덜하고, 덜 침통한 소리이나 ,세련되고 장식적이라
플라멩코에 호기심을 가진 외국인 관광객에는 전자의 소리보다
더 유혹적일 것이다.
인우의 경우, 2001년 이래 플라멩코에 홀려왔었지만 몇 해 전만 해도 절망과 절규의 외침같은 카마론(Camaron) 류의 소리가 듣기에 거북스러웠고,그보다는 좀더 화음이 잘되고 기교적인, 그래서 고통과 달콤함이 함께 녹아있는 , 마리나 에레디아(Marina
Heredia)의 칸테 인테르메디아의 칸테를 훨씬 더 좋아했었다.
인우는 플라멩코에 빠져든 이래 그들 플라멩코 커뮤니티의 특별한 소통의 모임인 juerga나 그 모임에서 일어나는 소집단의 연회를 직접 체험한 적은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이른바 '검은 고통'이라는 표현을 느낌으로 이해한다. 그에게 '검은 고통'이란, 프랑스의 산문작가 장 그러니에의 한마디 글- 그 어떤 것도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말도 행동도 이미지도 꿈도......-이 이를 적절하게 표현해주고 있다고 여긴다.
2001년 미국에서 바일라오라 엘레나와의 첫 만남이래 인우에게는 상당한 기간 동안 그녀의 춤이 곧 플라멩코 춤이었다.그녀의 긴 팔이 그려내는 아치형의 동작, 우아한 허리의 동선, 강한 탄력성의 자파테아토(발동작), 당당한 시선 등, 그녀의 이 모든 춤동작이 곧 플라멩코 춤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믿게되었을 정도였였다. 그녀의 춤을 통해 플라멩코를 눈으로 목격하게 되었고,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플라멩코는 , 바다보다 넓고 우물보다 깊은, 플라멩코는 첫 흐느낌과 첫 키스로부터 나온다'는 매력적인 구절을 알게되었던 인우였다.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그녀가 춤의 길에서 벗어나고있음을 알고부타는 그의 의식에서 그녀는 점차 멀어져 이제는 아련하다. 그녀로부터 소식이 끊긴지 벌써 몇 년이나 흘렀다. 사십후반에 들어선 그녀가 이제는 더 이상 춤추지 못할 것 같기도 하고.....
'연작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라멩코 바일라오라c5-1 (0) | 2019.09.02 |
---|---|
플라멩코 바일라오라c4-4 (0) | 2019.09.01 |
플라멩코 바일라오라c4-2 (0) | 2019.09.01 |
플라멩코 바일라오라c4-1 (0) | 2019.08.31 |
플라멩코 바일라오라c3-4 (0) | 2019.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