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안
2.
소년 인문에게 그 사라진 바다는 바둑이를 닮았었다. 곁에 있을 때
그 바다는 잠시도 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았다.이침에
넓은 갯벌 너머 멀리 떨어져 있다가도 소년이 자기또래의 마을 아이들이
모이는 동네 타작마당에 나가 한바탕 뛰놀다 돌아 온 정오쯤에는
그 바다는 어느 틈에 집 마당의 축대 아래에까지 다가와 그에게 얼굴을
내밀기를 기다리고 잇었다. 한 밤 집 마당 앞에서 잔물결을 만들며 놀던 것이
새벽에 일어나 보면 그 바다는 언제 그랬나 싶게 청둥 오리떼를 따라 갯벌
저 끝쪽에서 가물거렸고, 어떤 때는 소년의 두 맨발위에까지 올라 잠이 든 듯
꼼짝도 않고 곁에 머물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어느 때쯤 다시 그 바다는
춤추는 갈매기를 따라 제빠르게 소년 곁을 떠나 가기도 하였다.
인문이 동해안 나들이 후 이번에 서해안의 만리포쪽으로 향하였다.
그 해안의 백사장 바닷가에서 달빛이 내리는 만조의 밤바다와
텅빈 갯벌과 만났을 때, 만조앞에서는 굵은 현의 첼로 선율이,
그리고 모래바닥이 단단한 갯벌위를 걸을 때에는 어느 유랑 소리꾼의
'남도 아리랑'의 여운이 들리는 듯 했었다.
아래의 이 글은 그가 남해안의 욕지섬에 올라 먼 바다 앞에 섰을 때
떠 오른 , 앞에서 말했듯이,테너 파바로티의 모습과 목소리를
그 자리에서 수첩에 적어 둔 메모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바다에 어울린다.
그가 노래부르면
그 소리는 남해의 바다물빛을 띤다.
욕지섬의 먼 바다가 한 앞에
아른거린다. 그의 노래' 카루소'는 특히 그렇다.
수평선 위로 엷은 안개띠에 가려
검은 빛으로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는 광막한 바다가
그의 목소리에 담겨있다.'
(필자의 마술피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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