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플라멩코이야기2-7

jhkmsn 2014. 8. 2. 15:23

                   붉은 해안

         

                          2.

 소년 인문에게 그 사라진 바다는 ​바둑이를 닮았었다. 곁에 있을

그 바다는 잠시도  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았다.이침에

넓은 갯벌 너머 멀리 떨어져  있다가도 소년이 자기또래의 마을 아이들이

모이는 동네 타작마당에 나가 한바탕  뛰놀다 돌아 온 정오쯤에는

그 바다는 어느 틈에 집 마당의 축대 아래에까지  다가와 그에게 얼굴을

내밀기를 기다리고 잇었다. 한 밤 집 마당 앞에서 잔물결을 만들며 놀던 것이

새벽에 일어나 보면  그 바다는 언제 그랬나 싶게 청둥 오리떼를 따라 갯벌

저 끝쪽에서 가물거렸고, ​어떤 때는 소년의 두 맨발위에까지 올라 잠이 든 듯

꼼짝도 않고  곁에 머물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어느 때쯤 다시 그 바다는

춤추는 갈매기를 따라 제빠르게 소년 곁을 떠나 가기도 하였다. 

인문이 동해안 나들이 후 이번에  서해안의 만리포쪽으로 향하였다.

그 해안의 백사장 바닷가에서 달빛이 내리는 만조의 밤바다와 

텅빈 갯벌과 만났을 때, 만조앞에서는  굵은 현의 첼로 선율이,

그리고 모래바닥이 단단한 갯벌위를 걸을 때에는 어느 유랑 소리꾼의 

'남도 아리랑'의  여운이 들리는 듯 했었다.​

아래의 이 글은  그가  남해안의 욕지섬에 올라 먼 바다 앞에 섰을 때 

떠 오른 , 앞에서 말했듯이,테너 파바로티의 모습과  목소리를

그 자리에서 수첩에 적어 둔 메모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바다에 어울린다.

그가 노래부르면

그 소리는 남해의 바다물빛을 띤다.

 욕지섬의 먼 바다가 한 앞에

아른거린다. 그의 노래' 카루소'는 특히 그렇다.

수평선 위로 엷은 안개띠에 가려

검은 빛으로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는 광막한 바다가

그의 목소리에 담겨있다.'

(필자의 마술피리 중에서)

소년기에 사라진 그 바다를 연상하며 그렇게 세 해안으로 떠돌았던

후 인문은 막연한 상상으로,  그 바다가 이제는 더 이상 그 때의

장난기 가득한 어린 바다가 아니라, 어른이 된 바다로 성장하여

 눈 앞에 펼쳐졋던 넓은 세 해안의 어느 한 쪽 바다에 섞여있었을

그 바다가 자신의 눈에는 포착되지않았을 수도 잇었겠구나 싶기도

하였다.

그 시기는 인문은 그 바다의 흔적으로 흔적으로만 남은 지역에서

그렇게 멀지않는 마산의 도심에서 살며 화가들과 자주 어울렸다.

그들의 아틀리에서 물감냄새나는 캔버스위의 그림 형태, 선

색채들을 곁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도사관이나 집 서재에서

수시로 화첩속의 그림보는 게 중요한 일과들 중의 하나였다.

그가  서양의 그리스,로마 문화나 르네상스 이래의 유럽 문화에

친숙한, 이른바 인문학적 사고를 지닌 자로서  그의 눈에는

동양권의 전통 미술 형태에 보다 현대의 여러 형태의 서양화가

더 자연스러웠었다. 그런 점은 그의 귀가 클래식 형태의 음악이

다른 장르의 전통성 음악에 더 자연스러게 가까워졌었던 것과

비슷하다. 그 둘 중 물론 음악이, 그가 악보를 읽는 눈을 가지지

못하면서도, 그림보다 훨썬 더 오래전부터 그에게는 좋았었다 

이 말은 그의 눈이 그림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음악듣기

좋아함보다는 한참 뒤의 일이었다.

어쨋든 그의 눈이 서양화의 그림들이 낯설지않은 상태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지역의 화가들과

만나고 그들의 그림을 보거나 아틀리에서 이젤위에 올려진

미완성 작품에게서 물감냄새를 맡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호나

남정현의 화실에서 그렇게 물감냄새가 그의 코에도 자연스럽게

익어 갔엇던 것이다. 그런 호기심은 그가  그 사라진 바다를

마음에 담고 여러 해안을 기웃거린 후 돌아온 다믐부터였다.

 

*한번은 문신과 최운의 두 유화 '바다풍경'에 사라진 그 바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문신의 것에서는 쓸물때의 그 바다의

흔적이 그리고 최운의 그림에서는 밀물때의 그 바다 흔적이!

 현재호, 남정현, 모질리아니, 루로 샤갈 이중섭등을 이야기 할 것

 

'연작산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라멩코이야기2-9  (0) 2014.08.03
플라멩코이야기 2-8  (0) 2014.08.03
플라멩코이야기2-6  (0) 2014.08.01
플라멩코이야기 2-5  (0) 2014.08.01
플라멩코이야기 2-4  (0) 2014.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