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플라멩코이야기2-6

jhkmsn 2014. 8. 1. 15:04

                 제 2 장  붉은 해안

                1.

인문이 플라멩코를 만나기 훨씬 이전 혼자 한반도의 세해안을

버스길따라​  나들이를 한 적이 있었다. 소년기에 사라진 그 바다가 

심안에 아롱거려, 막연히 그 바둑이 같은 바다가 아주 멀지않는,

이를테면  마음먹고 찾아나서면 큰 바다에 섞여  있는 그 바다를

만날 수 있으리는 몽상에 이끌려 길을 나섰던 것이다. 그래서

 며칠간을 해안길 따라 물빛이 보이는 곳마다 머물곤하면서 동해,

 남해, 서해안으로 나들이를 했었다. 남해안을 시작으로  세 해안을

완행버스로서 밤에는 여관에 머물며 그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녔었다.

그 나들이에 관한 인문의 회상에 의하면, 동해안쪽의 비포장 해안길을

내닫는 버스의 흔들림이 창밖으로  스치는 짙푸른 물빛과 역동적으로

어울렸다. 감청색의 파도는 ​거칠었고,차체 흔들림이 주는 졸음 중에 

순간 순간 감은 눈 앞에 소년기의 그 바다가 나타나 아른거렸다.

눈을 떠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물빛은 그에게는 낯설고 거친

바다의 그것이었다.

남해는  섬이 인문의 회상의 중심에 있었다. 욕지 섬의 높은 곳에서

시선을 먼 남쪽 바다로 두고있을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

'카루소'가 들리는 듯 했다.그리고 거제섬의 한 해안에서는 한 밤 

바닷가쪽에서 이태리 가곡 '먼 산타루치아'를 들었던 기억도 남아

있다.'  ...물위에 덮힌 하얀 안개속에 나포리는 잠잔다.....'건너쪽

해안의 누군가가 부르는 그 노래는 만조의 밤바다와 감미롭게

어울렸었다. 그 이후로 그 두 가곡 '카루소'와 ' 먼 산타루치아'는

인문에게는 곧 만조의 남해로 상징되었다.

 

서해라고 하면, 인문에게는 ​처음으로 밟아 본 만리포의 그 모랫벌

다.​ 쓸물때 모랫벌에 선명한 물결 자극이 인상적이었다.물이 빠진

바닥에 물결 형태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그것은 순간이며 영원이었다

들물로 지워지고 다음 쓸물로 다시 새겨지는 그 물결형태는​ 모랫벌

위에서 그 생성과 소멸을 영원히 반복하며 존재할 일종의 물결화석이었던

것이다.​' (*필자의 마술피리 페이지 45)

그의 소년기에 사리진 그 바다의 찰진 갯벌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곳의 바닥은 단단한 모랫벌이었다 이른 아침 승용차 한대가 그

모랫벌 위를 요란한 엔진음으로 질주하며 여러 형태의 바뀌 자국을

남겼다. 차바퀴가 남기고 있는 어지러운 선들의 형태가 불현듯

미국의 추상표현주의화가 잭슨 폴록의 '뜨거운  추상'의 그림을

떠올리게 했었다. 물론  그 연상은 나중의 일이었지만.

서해의 느낌은 인문에게는 다름 무엇보다 더 선명한다. 서해의 해안에

다가 설 무렵 그를 맞이한 것은 그 바다의 광활한 텅 빔이었고 그는

그 순간 아!하고 낮은 탄성으로 그 바다를 마주했었다. 그 말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은 해질무렵이었고 바다는

야수파 화가 블라멩코의 풍경화 처럼 연한 검붉음의 진해 색채로

물들었던 때 였다.그 순간 그의 청년기 때의 가슴앓이 흔적이​ x-레이

필름에 허옇게 남은 왼쪽 가슴 윗부분에 짦고 예리한 통증이  몇 차레

이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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