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창블 7-6-2

jhkmsn 2019. 1. 19. 13:54

"인문님! 여기는 어쩐 일로?" 

경남대학교 정문 앞 버스주차장에서 인문을 만난 키다리 마술사가 반갑게 인사를 하고 인문도 오랜만에 만난 그가 무척 반가워 환한 미소를 짓는다. 이 대학교 학생회의 마술동아리를 이끌고 있어 주에 한번 이 곳을 찾는 키다리 마술사가 이 곳 정류장에서 인문을 우연히 만났던 것이다.   "오늘은 켐퍼스의 저 언덕쪽 편백길을 좀 걸을까 싶어서."

"그래요? 그럼 저도 되돌아 같이 올라가렵니다. 전 이제 한가해요. 오늘 이곳 모임도 끝냈구요."

"그럼 함께 걸을까. 우리 마술사 선생하고 함께라면 더욱 좋지." 

둘은  정문 안으로 들어선 다음 분수가  치솟는 연못의 산책길 한 옆에 서서 연못을 바라본다.

마술사 청년: 이 연못은 황금 잉어들 천국입니다.인문:  저 덩치 좀 봐. 겁없이 다가오네.마술사: 이 연못, 아름답지요? 고목들도 손질이 잘 되어있고.인문: 그래. 연못 정말 잘 가꾸었어. 옛 모습은 간데 온데 없어. 대학이 들어서기전 이 곳은 한 때는 스산하고 적막했지. 간혹 참붕어들 잡아 먹는 황소 개구리놈들이 그 적막을  깨트리기도 했어요.  봄철이었겠지. 그 놈들 울음소리가 어떻게나 요란스러웠던지!


카다리: 인문님은 이 연못에 여간 친숙하지 않으시네요.


인문: 그런 편이지. 아주 오래전 이곳에 앉아 낚시도 하고 책도 읽기도 하고, 그랬지. 그 땐 지금과는 달리 물이 탁하고 칙칙했어요, 여 곳 주위는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숲이 깊은 산기슭이어요. 햇빛도 오래 머물러 있지않을 만큼 숲이 짙었고. 이 아래엔 인가도 드물었고. 둘은 연못을 벗어나  대학 본관 왼쪽 숲길을 따라 걸어 오른다.  키 큰 편백들이 가득히 자란 언덕 이곳 저곳에 놓인 벤치에  혼자 또는 짝으로 앉아있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숲속 언덕길의 한 참  위쪽 저 위엔 대학건물이 또 눈에 들어 온다. 둘은 그 편백 숲 속의 한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않았다.


인문: 여기 이 편백숲 자리엔 한 때는 검은 히말리아 시다의 노목들이 가득했어요. 그래서  음울한 분위기에다 적막하기도 했고.키다리: 인문님은 여기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는지요?인문: 말하자면 길어요. 젊은 날, 20대 초기에 여기서 한 4-5년간을 보냈거든, 그때  난 이 곳을 '마의 산'이라고 불렀어. 그 있잖아, 토마스 만의 소설 '마의 산'을 이 곳에서 몇번을 읽었거든. 알프스 산속의 한 요양원의 환자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이 이야기의 소제가 된 그 소설은 내게는 영원한 고전이 되었어요. 내 삶이 빛과 그림자의 어울림이었다면 그림자 부분은 이 편백나무가 가득한 이 곳이 그 바탕이었지. 그리고 그 그림자 부분의 깊은 어둠이 훗날 내게 글을 길로 들어서게한  영감이 되었고.  그 어둠이 참 깊었어.


키디라:  제에겐 이 대학은 캠퍼스의 숲이 아름다운곳인데. 인문 님에겐 그런 특별한 곳이었군요.그런데 인문님은 그림은 어떻게 가까이 하시게 되었나요. 대학의 전공과는 전혀 무관하던데요.인문: 그것 역시 이 편백 숲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해요, 검은 하말리아 시다 숲이어었던 이 곳은 세상에서 격리된 자들의 , 일종의 유배지이었어요. 그 때 숨이라도 좀 편하게 쉴 수 있었으면 하는 게 제일 큰 희망이었던, 병이 깊은 중환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어요. 나도 그러했었고. 그런 내게 마음과 몸의 고통을 극복하게 하는 길은 독서와 레코드 음악 듣기 였어요. 그 때 침상에서 독서를 하거나 멍한 눈으로 누운 채 병실 천정과 마주하기. 뭐, 그런 것들이 지금의 기억에 제일 선명하 남아 있어요. 그 때 그림책도 가까이 했거든.  


키다리: 인문님의 '그림읽기'는 그런 바탕이 밑그림이 되어 시작던 거군요! 인문님의 그런 '마의 산' 이야기는 정말 남다른데요. 토마스 만의 그 소설 ,'마의 산'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인문: 남들은 어떻게 느낄런지 모르겠으나 난 그 장편의 글을 여러 번 읽었어요. 지금도 그 등장인물들을 기억하고 있는데. 독일 부르조아 청년, 한스카스트로프,  러시아인 이혼녀 쇼사, 인문주의 철학자, 그 이름은 뭐더라 등이 그들이지.  토마스 만은 내게는 그 소설로 인해  마음에 새겨진 작가이지.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인 ' 베니스에서 죽다'는 아주 탐미주의적이었어. 글 중에 치명적인 미모의를 지닌 청년에게 매혹되는 중년의 등장인물이 그려져 있는데, '마의 산' 이 죽음을 밑바닥의 주제로 한 이야기 이듯 그 소설 또한 죽음이 그 주제였어, 키다리: 그 작가의 이야기를 인문님은 지금도 그렇게 마음에 꿰고 계시는군요.인문: 어쩌다 그렇게 되었네.


키다리: 그런데 요즘 인문님이 창동 발걸음이 뜸 하시데요. 아래 그곳 아고라광장의 이층 갤러리에서 예술촌의 입주작가인 정은선도 내게 인문님 안부를 묻던데요.


인문: 그래, 요즘 그 갤러리엔 들려보지 못했어요. 어떤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던가요?


키다리: 마산-여수 작가교류전이라던데요. 두 지역화가들의 누드 크로키였는데, 제 눈에는 마산 작가들의 크로키는  회화성에서 더 뛰어나고, 여수쪽 작의 경우, 크로키 누드는 묘사성이 두드러지고.  참, 그 전시 크로키들 중에 이곳 입주해 있는 조용태라는 조각가의 누드 크로키는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습니다. 탈 구상의 이미지가  한 두어 줄의 선으로 유연하게 표현되어 있어요.지난 날의 변상봉 교수의 그 날렵하고 거침없는 붓놀림를 연상케 했어요.인문: 그 조각가의 회화 작품은 나도 전에 본 적이 있었어. 그의 유화 한점이 특히 눈에 띄었어요. 사실주의적 묘사력이 탁월했었어.


키다리: 요즘 윤용화백님 뵌 적도 좀 되는데요. 도심의  여러 갤러리들은 그림 전시회로 한가한 곳이 없는 데 윤화백님은 그 어느 곳에서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데요.인문: 글세, 한동안 나도 보지못했는 걸.  내가 그림보는게 시들해지면서 윤화백에게 연락하는 일도 좀 뜸해졌어. 그 사람은 요즘 집화실에 박혀 그림작업에만 몰두하나? (*구강의 바다 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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