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창동 골목길의 게스트 하우스의 3층 휴게실에서 인문은 이승기와 자주 만났다. 지역에서 누구라도 그 이름을 모르면 간첩으로 여기질 정도로 잘 알려진, 영화해설가 이승기와 인문은 오래전부터 만나면 서로 죽이 맞는 사이였다. 한쪽은 옛 영화에 관한 한 깨소금 입담을 자랑하는 이승기와 먼나라 이야기에 쉽게 취하는 두 귀의 소유자인 인문이기 때문이었다.
인문이 그 곳 게스트하우스를 알게 된 이래 하루는 두 사람이 창동내 쌍둥이식당에 서 칼치 찌게로 점심을 나눈 후 이 곳 게스트하우스카페로 들어섰다. 그리고 커피 잔을 놓고 서로 마주 앉았다.그 날 따라 키다리 마술사는 외출중이어서 주인 허씨와 셋이서 마주 앉았다. 보통의 경우 전에는 두 사람이 만나면 주로 시민극장이나 강남극장 시절의 서부영화 시리즈가 주된 화제로 자리 잡았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뉴욕의 맨허탄을 무대로 한 영화이야기 엿다. 이승기는 뉴저지에 터를 잡고 사는 딸 덕분에 뉴욕을 지난 몇년 사이에 운좋게 3번이나 여행했었고, 인문 역시 맨허탄을 2번이나 방문했었다. 10몇년전 미국의 911 테러사건이 났을때에도 그며칠 후 였던 가, 그는 뉴욕의 센터랄 파크 근처의 한 호스텔에 머물고 있었다. 어쨋거나 둘은 서로뉴욕을 들락거렸다는 점에서 강한 연대감을 느꼈다. 특히 지금도 인문에게는 맨허탄 거리는 삶이 시들해질때 마다 눈 앞에 오른거리는 회상의 공간인 것이다.
게스트하우스의 카페에서 인문이 그를 다시 만난 것은 이승기가뉴욕 여행에서 돌아 온 며칠 후 였었다. 여독이 가실 때 쯤 이승기에게는 자신의 여행기를 솔깃하게 들어 줄 순한 귀가 절실한 시점이 되었고, 인문으로서는 뉴욕이라는 말에 잘 취하는 두 귀를 갖다있는 사람이었다.이제 이승기의 뉴욕 방문지를 따라가봐
*방문지
*그리고 나레이터의 해설 추가
뉴욕은 추상화가 몬드리안이 꿈꾸던 이상 도시였다. 그가 본 뉴욕의 인상은 그가 그 도시에 도착한 뒤 바로 그리기 시작한 <브르드웨이 부기우기> 느낌 그대로이다. 평평한 땅위에 바둑판 같이 반듯하게 직각적으로 잘라 여러 개의 사각형을 만들어놓은 도로들과 그 위에 수직으로 올려 세운 마천루들은 자신의 그림보다 더 새롭게 조형화된 도시의 모습이다. 게다가 그를 더욱 고무시킨 것은 유럽의 도시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살아움직이는 듯한 도시의 활력이이었다. 차가운 기하학적 구성에서 벗어나 천진난만한 생동감이 화면을 가득차게 하였다. 역동성의 뉴욕이 추상표현주의와 같은 미국식 추상 양식이 출현 하기에 꼭 잘 아울리는 예술환경임 시사하는 징후이다.
소설가 헨리밀러의 뉴욕은 이러하다:
밀러의 북회귀선( ?the cancer of the sun)의 글 토막:
그
흰 감옥, 구더기가 들끓는 보도, 가게 앞에 줄 지어 선 사람들 무리....그리고 그 권태로움, 단조로운 얼굴들, 그리고
무엇보다 부자들에게도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느낌을 갖게하는 도시- 뉴욕은 차갑고 휘황찬란하며 짓궂다. (그)등장인물이
느끼기에 '파리는 이와는 대조적이다. 파리에 봄이 올 때 이 세상에서 가장 미천한 존재들도 마치 천국에 살고있는 듯한 기분이 들
것임에 틀림없다..... 가장 더러운 거지들도 이 곳에서는 활개치며 뽑낸다.'
헨리는 1891년 뉴욕주의 요크빌에서 독일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부르클린에서 자랐다
뉴욕시립대에 입학한 지 2개월
만에 자퇴하고 규칙이나 제도에 반발하여 방랑생활을 계속하며 독서와 소설쓰기에 몰두했다.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화려한 여성편력
끝에 결혼과 이혼을 되풀이했다. 1922년 처녀작인 『잘려진 날개』를 완성하고 1929년 『이 이교적인 세계』를 발표했다.
1930년 무일푼으로 파리로 건너가 9년간 머물러 있었는데, 이때 쓴 소설 『북회귀선』(1934년)과 『남회귀선』(1939)을
출판함으로써 전세계적인 관심과 작가로서의 확고한 지위와 명성을 얻었다. 1940년에 미국으로 돌아온 헨리 밀러는 『장밋빛
십자가』(1949) 『섹서스』(1949) 『플렉서스』(1953) 『넥서스』(1959) 『사다리 아래의 미소』 등을 발표했다. 그는
개방적인 지식인들과 진보적 작가들에 의해 지지를 받았으며, 1960년대 이전까지 판매금지되었던 그의 저작도 규제 없이 출판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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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동인블루>를 통해 독자들의 눈에 익은 인문의 뉴욕은 또 이러하다,
하늘 위로 치솟은 직육면체꼴의 고층 빌딩숲,맨허탄의
회백색의 침침한 거리에서 바람이 강하게 부는 좁은 골목을 굽 높은 힐을 선고 걷고있던 백인 여성이 건물 위쪽을 바라보다 그만
발목이 접혀 몸의 균형을 잃고 옆ㅇ로 뒤뚱거리며 넘어진다. 이 곳 맨허탄 거리에서는 어느 누구도 빌딩 사이의 좁은 길에서는 제대로
폼이 나지않겠구나! 하고 인문은 혼자 중얼거렷다. 인문이 뉴욕에서 맞게 된 3류호텔에서의 첫날밤, 낡고 흐릿하고 침침한 3층 복도의 화장실 안에서 앉은 채로 한 흑인과 서로 눈이
마주쳤을 때- 그 순간이 그의 뉴욕에서 겪은 가장 인상적인 체험이었다. 그 순간은 그에게는 청소년기에 본 영화 드라큐라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무서웟던 순간은 아마도 다시는 없을 것이다. 그 호텔의 3층 객실엔 화장실이 딸려 있지않았다.
그는 그 첫날 밤 흐릿한 불빛의 건물 복도의 화장실에 혼자 앉아 아래층에서 목조계단으로 올라와 3층의 복도를 거쳐 자신이 앉은 화장실 쪽으로 둔중한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온느 것이었다. 그는 두려움으로 두 귀를 바싹 세웠다. 이어 화장실 입구의 도어가 살그머니 열리는 가 싶더니 한 사람이 홀 안으로 들어서는 소리가 나고는 이내 그 발자국 소리가 뚝 끊어지는 것이었다. 그는 칸막이 공간 안의 좌변기에 앉은 채 헛기침을 했다. 너무 조용해서였다. 그래도 희미한 불빛의 넓은 화장실 안은 조용하기만 하였다. 갑자기 두렵고 이상한 느낌에 시선을 위로 향하는 순간 위가 그 칸막이 화장 공간 위에서 검은 얼굴의 두 눈이 나를 내려다보고있는게 아닌가! '하이 프렌드!' 하며 그에게 미소를 보내는 그 검은 얼굴이 순하디 순한 표정을 하고 있지않았다면 속으로 겁에 잔뜩 질려 있었던 그는 정말 혼비백산하였을 것ㅇ다. 화장실안에서 그렇게 만난 그 혹인 늙은이(그는 그 호텔에 거주하며 일하는 청소부였다)를 통해 알게된 젊은 흑인 건달들과 어울리며 욕에 머무는 기간 내내 맨허탄의 밤거리를 마음 놓고 나돌아 다닐 수 있었다.인문이 뉴욕 여행에서 한 중요한 일이라고는 그저 하루도빠짐없이 맨허탄 걸를 혼자 걸어다니는 게 전부였다. 몬드리안의 그림에서처럼 바둑판모양의 거리를 자신이 투숙한 루즈벨토 호텔 앞의 뉴욕 타임즈 건물 앞을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