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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2월 14일
작가의 붓 43페이지;
내게 있어 단어들이란 언제나 새로움과 신비로움을 유지하고있다.
나는 블록을 가지고 노는 아이처럼 단어들을 조립해보곤 한다.
나는 단어들을 느끼고 조각을 하는 것처럼 단어의 틀을 만든다.
나는 단어마다 단어의 의미와는 별도로 조형예술적 양감의 자질이 있다고 본다.
1)뿌리깊은 나무 의 한 페이지에 담긴 사진 한장
털 장갑낀 한 손에 의해 반쯤 가려진 아버지의 옆 모습,
어시장 어딘가에서 친구분들과 더물어 흥취에 젖은
하이파이 순간이 포착된 사진 한장
얼굴의 옆염 모습 안경 테, 눈에 익은 양복 윗 저고리,
흥취에 젖은 하이파이 순간의 모습,
2) 나무판위에 유화 물감으로 그려진 동일인의 두 얼굴.
바다쪽으로 향한 얼굴과
그 반대쪽으로 향한 두 얼굴.
기와 지붕위에 앉은 소년의 얼굴. 그의 눈에 들어온
바다와 반대쪽 산기슭?
3)315공연 팜프렛의 추상화
4)철도병원에서 빛 바랜 옥내 신문 '연못'에 담긴 사연들
곡마는 어느 날 도심 앞바다의 부둣가에 앉아 방축아래의
물고기들을 바라보고있었다. 등뒤로 내리는 오후의 가을 햇살은
부드럽고 , 수면아래 물빛은 맑고 투명하였다. 그 날 점심시간에
술친구들과 함께 술잔을 나눈 뒤인지라 한낮의 주기를 씻을 겸 해서
바닷가로 나섰던 것이다. 평소에 바다 바라보기를 좋아하는 그는
이 날은 취한 시선을 먼 바다쪽이 아닌 발밑 수면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방축아래 물밑으로 까지 몰려 온 학꽁치들의 몸놀림이
그의 시선을 붙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한가히 가을바다를 즐기고 있는 곡마 쪽으로 걸어오는
한 중년부인이 눈에 들어왔다. 등대쪽으로 산책나온 분이겠거니
하고는 다시 시선을 물 밑으로 돌렸다. 그런데 그녀의 발길과
시선이 어쩐지 자기 쪽으로 향하고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던 그 발걸음소리가 그의 등 뒤쪽에서 멈추는가
싶더니 그 순간 곡마 자신에게 그녀가 부드럽고 조용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오늘 날씨가 참 좋죠. 공기도 신선하고".
곡마가 앉은 채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답례로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어 조심스럽게 이렇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 영감님! '우짜던지 마음 크게 잡수이소.'
사는게 뭐 별겝니까"
곡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멍해지는 느낌에 할 말을 잃은 채 시선을
먼 바다족으로 돌렸다.
그는 그 때이래 이따금 어떤 극복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들었고
그 때마다 고호의 드로잉화 한 점을 떠올렸다. '절망한 노인'이라는
제목이 잘 어울리는 한 노인이 그려져있는 그림이다. 그에게 마음의
고통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중년기 이래 그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그 고통을 잊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70나이를 넘긴 곡마의 뇌리에 그 충고는 오래도록 선명히 남아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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