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개정증보플라이야기 2-3-1

jhkmsn 2014. 9. 17. 06:34

            3.  바다 몽상

                       1.

문이 플라멩코를 만나기 훨씬 이전 혼자 한반도의 세해안을

버스길따라​  나들이를 한 적이 있었다. 소년기에 사라진 그 바다가 

심안에 아롱거려, 막연히 그 바둑이 같은 바다가 아주 멀지않는,

이를테면  마음먹고 찾아나서면 큰 바다에 섞여  있는 그 바다를

만날 수 있으리는 몽상에 이끌려 길을 나섰던 것이다. 그래서

 며칠간을 해안길 따라 물빛이 보이는 곳마다 머물곤하면서 동해,

 남해, 서해안으로 나들이를 했었다. 남해안을 시작으로  세 해안을

완행버스로서 밤에는 여관에 머물며 그렇게 자유롭게 돌아다녔었다.

그 나들이에 관한 문의 회상에 의하면, 동해안쪽의 비포장 해안길을

내닫는 버스의 흔들림이 창밖으로  스치는 짙푸른 물빛에 시각적인

변화를 주엇다. 감청색의 파도는 ​거칠었고,차체 흔들림이 주는 졸음

중에 순간적으로 감은 눈 앞에 소년기의 그 바다가 나타나 아른거렸다.

눈을 떠보면  눈 앞에 펼쳐지는 물빛은 그에게는 낯설고 거친 바다 빛

이었다.

남해는  섬이 인문의 회상의 중심에 있었다. 욕지 섬의 높은 곳에서

시선을 먼 남쪽 바다로 두고있을 때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노래

'카루소'가 들리는 듯 했다.그리고 거제섬의 한 해안에서는 한 밤 

바닷가쪽에서 이태리 가곡 '먼 산타루치아'를 들었던 기억도 남아

있다.'  ...물위에 덮힌 하얀 안개속에 나포리는 잠잔다.....'건너쪽

해안의 누군가가 부르는 그 노래는 만조의 밤바다와 감미롭게

어울렸었다. 그 이후로 그 두 가곡 '카루소'와 ' 먼 산타루치아'는

인문에게는 곧 만조의 남해로 상징되었다.

 

서해라고 하면, 인문에게는 ​처음으로 밟아 본 만리포의 그 모랫벌

다.​ 쓸물때 모랫벌에 선명한 물결 자극이 인상적이었다.물이 빠진

바닥에 물결 형태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그것은 순간이며

영원이었다. 들물로 지워지고 다음 쓸물로 다시 새겨지는 그

물결형태는​ 모랫벌에서 그 생성과 소멸을 영원히 반복하며 존재할

일종의 물결화석이었던 것이다.​' (*필자의 <마술피리> 페이지 45)

그의 소년기에 사리진 그 바다의 찰진 갯벌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곳의 바닥은 단단한 모랫벌이었다 이른 아침 승용차 한대가 그

모랫벌 위를 요란한 엔진음으로 질주하며 여러 형태의 바뀌 자국을

남겼다. 차바퀴가 남기고 있는 어지러운 선들의 형태가 불현듯

미국의 추상표현주의화가 잭슨 폴록의 '뜨거운  추상'의 그림을

떠올리게 했었다. 물론  그 연상은 나중의 일이었지만.

서해의 느낌은 인문에게는 다름 무엇보다 더 선명한다. 서해의 해안에

다가 설 무렵 그를 맞이한 것은 그 바다의 광활한 텅 빔이었고 그는

그 순간 아!하고 낮은 탄성으로 그 바다를 마주했었다. 그 말이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그 순간은 해질무렵이었고 바다는

야수파 화가 블라멩코의 풍경화 처럼 연한 검붉음의 진해 색채로

물들었던 때 였다.그 순간 그의 청년기 때의 가슴앓이 흔적이​ x-레이

필름에 허옇게 남은 왼쪽 가슴 윗부분에 짦고 예리한 통증이  몇 차레

이어졌었다. 

소년 문에게 그 사라진 바다는 ​바둑이를 닮았었다. 곁에 있을

그 바다는 잠시도  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았다.이침에

넓은 갯벌 너머 멀리 떨어져  있다가도 소년이 자기또래의 마을 아이들이

모이는 동네 타작마당에 나가 한바탕  뛰놀다 돌아 온 정오쯤에는

그 바다는 어느 틈에 집 마당의 축대 아래에까지  다가와 그에게 얼굴을

내밀기를 기다리고 잇었다. 한 밤 집 마당 앞에서 잔물결을 만들며

놀던 것이 새벽에 일어나 보면  그 바다는 언제 그랬나 싶게

청둥 오리떼 따라 갯벌 저 끝쪽에서 가물거렸고, ​어떤 때는 소년의

맨발위에까지 올라 잠든 듯 꼼짝도 않고  곁에 머물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어느 때쯤 다시 그 바다는 춤추는 갈매기를 따라 제빠르게

소년 곁을 떠나 가기도 하였다. 

문이 동해안 나들이 후 이번에  서해안의 만리포쪽으로 향하였다.

그 해안의 백사장 바닷가에서 달빛이 내리는 만조의 밤바다와 

텅빈 갯벌과 만났을 때, 만조앞에서는  굵은 현의 첼로 선율이,

그리고 모래바닥이 단단한 갯벌위를 걸을 때에는 유랑 소리꾼의 

'남도 아리랑'의  여운이 들리는 듯 했었다.​

아래의 글은  그가  남해안의 욕지섬에 올라 먼 바다 앞에 섰을 때 

떠 오른 , 앞에서 말했듯이,테너 파바로티의 모습과  목소리를

그 자리에서 수첩에 적어 둔 메모였다.​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목소리는 바다에 어울린다.

그가 노래부르면

그 소리는 남해의 바다물빛을 띤다.

 욕지섬의 먼 바다가 한 앞에

아른거린다. 그의 노래' 카루소'는 특히 그렇다.

수평선 위로 엷은 안개띠에 가려

검은 빛으로 희미하게 눈에 들어오는 광막한 바다가

그의 목소리에 담겨있다.'(필자의 <마술피리 p.15>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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