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대
7.
B: 듣고보니 선생님은 이국취향이 강한데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셨습니다. 혼자 판단하여 결정하고 그리고 스스로 결정한 대로 실행에 옮겨고. 선생님을 그런 글쓰기로 이끈 것들 중에는 성격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글쓰기에는 많은 독서가 수반되어야하지않습니까. 저도 나중에 글을 쓰려는 욕망을 갖고는데 항상 좀 더 많이 읽은 후에 쓰야지 하면서 뒤로 미루는 편이거든요. 어쨋거나 글을 쓸려면 맑이 읽어야히잖아요.
A; 그 점에 관해서는 무엇을 쓸 것인가부터 먼저 이야기 합시다. 지금 우리들이 말하는 글쓰기는 창작을 두고 하는 말이지않습니까. 학자나 과학자들의 연구에 관한 글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는 점을 전제로 합시다. 나의 경우, 돌이켜보면, 내게는 학자적 탐구의 기질은 그렇게 강하지않았던 것 같습니다. 막연하나마 한가한 마음으로 상상하고 글로 원가 허구적인 것을 지어보려고 했습니다. 기질 탓이었겠지요. 그러고보니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와 탐구를 중단한 데에는 심리적으로 다른 요인이 더 컸구나 하는 깨달음을 뒤늦게 얻게됩니다. 그 연구의 대상이 목전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는 말은 일종의 핑계 같이 여겨져요. 내게는 학자의 길이 어울리지 않아서 그랫던 겁니다. 마음가는 대로 읽고 지어내고 그러고 싶어 그렇게 쉽게 중단했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B: 공감합니다. 선생님은 마음 먹은 대로 자유롭게 글로 지어나가셨습니다. 혼자서 바쁘게 열심히 그리고 남이 자신이 글을 어떻게 생각할가에 대해서는 무관심한채 태연히 말입니다. 그런데 그렇게나 줄기차게 글을 쓰시려면 많은 독서가 뒷받침 되었겠습니다.
A: 아, 한번 생각해봅시다. 사실, 잘 살펴보면 글을 쓰는 사람은 많이 읽지 못합니다. 시간이 읽고 쓰기에 잘 배분될만큼 넉넉히 주어지지않아요. 읽는 일에 시간을 부여하게되면, 글쓸 시간을 갖지못하게 됩니다. 이건 매우 진지한 판단인데, 글쓰기는 삶을 거의 삼켜버립니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압도적이고 지배적인 시간 사용'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경우도 독서량이 생각보다 부족합니다. 독서를 통해 쌓아야 할 이론적 바탕이나 철하적 깊이가 얕습니다.
B: 좀, 어리둥절합니다. 읽지않고서는 글쓰기를 할 수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만, 혹시 많은 독서가 글쓰기에 도움을 주지못한다는 건 아닌지요?
A: 앞에서 우리들이 전제를 달았던 것처럼, 우리들은 창작의 글을 두고 대화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이 연구서를 쓰는 일과는 다른 것입니다. 화가의 경우처럼,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독서에 바쳐야한다는 논리가 합당하게 들리지 않는 것처럼, 글쓰는 이가 자신의 체험과 상상과 그리고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른바 개인 수필이나 허구화된 이야기를 쎠는데 필수적으로 많은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한다는 논리도 과한 일입니다. 많은 독서가 바탕이 된 작가에 의해서 이루어진 창작의 글이 그렇지못한 글보다 철학적 깊이가 더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문학적 향기가 더 진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럴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지 실제 꼭 그렇다는 말은 아니지요. 마크 퉤인은 마크 퉤인 답게 자신의 체험을 재미있게 꾸며 나가면 될 것이고, 김소월은 또 김소설 답게 자신의 감성을 절절한 표현으로 엮어 많은 사람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으로 족할 것입니다.
마르셀 푸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면 그 속엔 독서의 양과 깊은 질적 요소가 풍부하게 담긴 책입니다.그런 작가에게는 또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두면 될 것이지, 우리들이 글을 쓰고 싶다고 꼭 프로스트처럼 쓸 필요는 없습니다. 하기야, 글쓰기와 독서와 관련해서 나의 경우는, 내밀한 이야기 입니다만, 독일의 토마스 만 같은 작가를 속으로 동경하고 그 작가의 스타일일 닮고싶은 때가 있었지요. 그렇지만 결국엔 나의 세계를 내 그릇 크기 만큼의 글 밖에 쓸 수 없어달구요. 그나마 내가 엉뚱하게도 영문의 글쓰기를 시도 했던 것은 내가 이름없는 작가이니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잃을 것이 없으니까 그렇게 시도해 보았을 뿐인걸요. 그런데 그렇게 애를 쓰다보니 독서할 시간은 더 부족해지지요.
글쓰기란 참 준엄한 일입니다. 집중력을 요하고 많은 시간을 요합니다. 글에 집중하는 동안은 폭넓은 독서는 사치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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