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포틀란 플 댄서-마음의 동굴, 제2부 거리의 1

jhkmsn 2019. 11. 3. 06:59

거리의 댄서

1.

2019년 9월 어느 날. 인문은 로버트라는 이름의 한 낯선 남자로부터 이메일을 하나 받았다. 그 남자는 미국 포틀란드의 한 주간지인 오래곤 위클리(Oregon Weekly)에서 일하는 문화부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이 메일을 보낸 이유를 설명한 뒤 인문과 이메일로 서면 인터뷰를 갖고싶다는 것이었다.

그 메일에 의하면, 그 곳 도심의 파이오니아 광장의 스타벅 카페 밖 한 열린 공간에서 한 댄서가 녹음된 소리(플라멩코 음악)에 맞추어 혼자 춤을 추고있었고, 거리에서, 그리고 카페안에서 그녀의 춤을 지켜보는 관객들 중에는 한국인 교민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고 하였다.

그 기자는 그녀의 플라멩코 독무를 지켜보는 관객이 주로 한국인 교민인 것에 호기심이 들어 그녀의 거리공연이 끝날 때까지 이를 지켜보았으며 그 곳에서 그녀와 몇 마디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였다. 그녀와의 대화 중에 그녀는 과거에 플라멩코 댄서로서 활동하였으며, 오래전 2001년에 그 곳 도심의 한 공연장에서 가진 플라멩코 공연에서 한국인 인우가 특별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그 때 그곳 일간지에서 그들의 공연을 '스페인의 춤과 한국의 노래의 어울림'이라는 타이틀 아래 보도되었다는 말도 그에게 들려주었다고 했다.

그는 다음 날 지난 20년전의 그 기사를 찾아 읽고는 그녀와 거리 공연에 얽힌 사연을 기사로 엮어내기로 마음먹고 그녀를 다시 찾아 공식적인 인터뷰를 가졌으며 급기야는 이렇게 인우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하기에까지 이르렀다고 하였다.

그 메일의 요지는 간략히 이러하였다.:

두 달 전부터 이 광장의 카페 앞 거리와, 그 근처 중앙도서관 옆 거리에서 혼자 춤을 추기 시작한 그녀는 지난 날 그 곳 포틀란드의 문화계에서는 잘 알려진 플라멩코 댄서 엘레나로서 언젠가부터 춤을 멀리한 채 오래동안 무대를 떠나 직장일로 살아가는 일상의 삶을 살아왔으나 어떤 특별한 계기로 다시 춤을, 이번에는 무대가 아니라 거리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거리로 나서게 된 데에는 한국인 인우에게 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값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그녀는 인우가 살고있는 한국의 마산을 잊을 수 없어 한국의 시- 귀천-을 플라멩코 춤으로 표현한다며 한국인들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싶어 무대가 아닌 거리에서 이렇게 춤을 추고있다는 것과 그녀가 깊은 춤으로 표현한 그 시와 한국의 민요 '아리랑'은 인우가 그녀에게 번역하여 가르쳐 주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미국인 플라멩코 댄서와 한국인 작가 사이의 20년 가까운 특별한 우정관계를 당사자인 인우를 통해 확인하고 싶어 이렇게 이메일을 보내게되었다는 것이다.

그 메시지의 내용의 그러하였고 그의 질문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1, 오래동안 춤을 추지않았던 과거의 댄서 엘레나가 50에 이르런 나이에 다시 춤추게 된 데에는 한국인 인우가 특별히 그 계기가 되었다는데, 무슨 사연인가?

2. 그녀가 춤을 어찌하여 무대가 아니라 거리에서 추게되었다고 생각하는가?

3, 2001년의 포틀란드 트리븐 지에 실린 기사에는, 한국인 여행객 인우는 플라멩코에 매혹된 작가로 소개되어있던데, 언제 그리고 어떤 계기로 플라멩코에 매혹되었던가?

4, 플라멩코라고하면 춤, 소리, 그리고 기타연주인데 인우는 어떤 요소에 특히 매료되었던가?

5 한국의 팝 '아침이슬'이 엘레나의 공연무대에서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그녀의 플라멩코 춤으로 표현되었던데, 그 사연은?

9월 어느 날, 2019

디어 로버트!

헬로!!

처음뵙겠습니다.보내준 소중한 메일 고맙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서면 인터뷰 요청도 신중히 검토했습니다.

무엇보다 로버트님이 기자로서 플라멩코와 엘레나에 대해 깊은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져주시니

이메일로 처음 만나는 로버트에게 두터운 호감과 우정을 느낌니다.

내 자신이 플라멩코를, 그리고 엘레나를 오랜 기간 사랑해왔기 때문입니다. 난 그 둘을 포틀란드에서 처음으로 알게되었기에 포틀란드를 잊혀지지않는 아름다운 도시로 간직해오고 있습니다.

​서면 인터뷰 요청의 경우,

그 다섯가지의 물음에 대한 나의 대답은 엘레나와 먼저 소통한 후에 로버트에게 보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은, 로버트의 메일 요지와 나의 답신을 엘레나에게 보내어 그녀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그런 후에 늦지않게 나의 답신을 보내겠습니다.

엘레나가 거리에서 춤을 추고 있다는 소식을 로버트의 메일을 통해 읽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난 2달여전에 그녀에게 특별한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짧은 답신만을 보내고는 할 말이 있을 것인데도 그저 침묵만 하고 있기에 속으로 답신을 기다리며 궁금해 하였습니다. 그런데 뜻밖으로 로버트가 이렇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나는 우선 그녀와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마음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거리에서 춤추게 된 계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습니다.

.늦지않게 엘레나를 통해거나 혹은 직접 답신을 보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산, Korea 에서

인우

9월 0일,2019

다어 엘레나 !

어제 오레곤 위클리의 문화부의 한 기자로 부터 예상밖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로서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서면 인터뷰를 요청하였습니다. 무엇보다, 그 기자는 엘레나에 대한 놀라운 소식을 하나 전해주었습니다. 엘레나가 파이오니어 스퀘어의 스타벅 카페 거리에서 춤을 추고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시실인지요? 너무 뜻밖이었습니다.

두달 전부터 그 광장에서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중앙도서관 옆 길에서

춤을 춰 왔다면서요. 내게는 귀뜸도 해 주지않은 채.

두어달 동안 소식이 없길래 한번 메일을 보낼까 하던 참이었는데,......

그 기자는 플라멩코에 대해 호기심이 큰 것 같기에 우선은 신뢰가 가는 인물이기에 성의껏 인터뷰에 응할 마음입니다. 우선은 엘레나와 소통이 먼저 일 것 같아 이렇게 급히 메일을 보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어떻게 된 일입니까? 쉽지않는 결심이었을텐데.

혼자서 그렇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동료 중 누구나와는 의논을 했었나요.

무엇보다 어찌하여 한국인 관객이 많이 엘레나의 독무를 지켜보더라면서요?

플라멩코로 표현되는 '아리랑'과 '귀천'을,!

기타리스트의 도움도 없이!!

아브라죠스!

인우

9월 0일

인우님!

앞서 인우가 보낸 메일을 읽고는 뭐라 할 말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슬프고 마음 아파 한동안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이렇게라도 해서 나의 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하게되었지요.

나는 지금도 잊지않고 있습니다. 인우가 스페인 여행중 내게 보낸 이메일에서 거리의 악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말입니다. 마드리드에서는 톨라도 미술관앞 거리에서 바흐곡을 당당히 독주하는 거리의 바이올리니스트를 두번이나 길에 서서 감상했다는 메일을 보냈었고, 헤레스에서 세번이나 지켜보았다는 거리의 기타리스트 이야기도 메일에 담아 보냈지않았습니까.

이번 결심에 그 이야기가 큰 힘이 되었습ㄴ다.

처음에는 혼자 그렇게 해왔지만 앞으로는 함께 해줄 친구들이 좀 생길 것 같습니다. 지난번에 이 도시를 떠난 미추이 플라멩코 스튜디오의 제자들이 돌아가며 내 거리 공연 날 나오기로 하였다는 군요. 우선은 기타반주인데 그 문제는 아직은 시간이 좀 있어야 해결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자들 중에 기타를 배우는 이들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플라멩코 커뮤니티에서도 관심을 보여주기 시작했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일이 좀 생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날씨가 나무 좋은 계절이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하느님께 감사해야할 일이지요.

지난 번 인우의 고백에 많이 흐느꼈습니다. 고맙기도 했고요.

그래서 내 스스로 메일 플라멩코 춤을 이어가는 일부터 해야겠다는 마음이 드니 그렇게 거리에라도 나설 부밖에 없었습니다. 무대에 오르기에는 몸도 마음도 이미 굳어있고 이미 나이도 세인의 박수갈채를 받을 나이도 이미 넘었고. 그렇지만 스페인의 전설적인 노 플라멩코 댄서의 이야기가 큰 용기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플라멩코는 발레와는 대조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춤은 영적 표현에 더 적합한 춤이라고는 말을 요.

아, 로버트 기자의 그 서면 인터뷰에 인우의 생각을 가득담아 보내시시를!

앞으로 그 기자가 이번 기회에 우리에 대해 좋은 보도를 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이 곳 포틀란드에 플라멩코가 좀더 번성해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love

엘레나

9월 0일

엘레나 !

거리에서 혼자, 팔마스의 도움도 없이?

처음 시작곡으로는 그저 취하고 싶어서러도 알레그리아스를?

​그러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20년전의 엘레나라면 , 그 무대의 도입부는 알레그리아스 일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젊은 날의 엘레나라면, 물결의 흐름과도 같은 엘레나의 춤에 , 취기를 불러일으키는 기타선율에 관객들의 눈과 마음은 너 나 없이 홀렸을 것입니다.

​지금 나는 혼자 녹음된 누군가의 텁텁한 목소리의 알레그리아스에 맞추어 의자에서 가만히 일어서는 엘레나를 상상합니다.

내 어깨가 그 알레그아스의 리듬에 자신도 모르게 들썩거리기 시작합니다. 처음 접한 그 낯선 이메일이 한동안은 내게 깊은 페이소스와 슬픔을 가져다 주었는데. 이제 어느새 그 정서는 가시기 시작합니다. 마음도, 그리고 나의 두 손도 그저 리드미칼하게 팔마스의 파도를 이루며 함께 출렁입니다.

​두번째 곡으로는 '아리랑'을 솔레아의 춤으로,

슬픔을 녹이는 춤을 추었으리라!!

엘레나는 지금은 공연장의 무대 위가 아니라,

두 발을 상하게도 할 수 있는 길바닥에서

슬픔을 이기고저 혼자 그렇게 춤을 추었으리라.

9월의 포틀란드의 티없는 하늘 아래에서 혼자 그렇게!


알레그리아스를 춤추는

엘레나를 상상하며,

인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