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플라멩코바일라오라b 3-4

jhkmsn 2019. 8. 9. 08:23


4.


2014년 3월 0일

엘레나!

사실, 그동안 이메일을 보내지 못한 ?게 여간 마음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늘에서 용기를 내어 이렇게 입을 열게 되었습니다..우리 둘 사이에 몇년간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엘레나에게 용서를 구해고싶습니다. 지나고 보니, 엘레나를 공연자로 초청하면서 엘레나의 입장을 고려하지않고 그저 공연비 줄이는데에만 급급한 채 너무 박한 조건을 제시했던 게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내가 내 입장만 생각한 채 불쑥 제시한 그 조건에 엘레나는 속으로 당황했으라는 점을 지금에서야 짐작하게 됩니다.

 그런 조건의 출연제안을 받은 이라면 비록 이국적 체험과 예술성 만을 추구하는 자유인이라도  기분이 상했을 것입니다. 하물며 댄서로서의 일과에 매일 매일 바쁜 엘레나로서는 나의 제안을 처음 어떤 심정이었을지를 지금 짐작해봅니다. 나의 속좁음에 참으로 미안한 마음입니다. 세상일에 서툴러 그저 내 입장만 생각했었던 것이지요.

그 땐 추모공연의 의미를 살리려고 임장료를 무료로 할 계획이었으므로 그저 공연비 절감에만 신경을 썼던 것입니다.나를 통해 알게된 한국의 작은 도시 마산에 대한 엘레나의 사랑과 동경을 내가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 일레나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았던게 결과적으로 엘레나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히게되엇구나 싶어 시간이 흐를수록 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이제는 그 추모공연에서도 손을 놓았습니다. 불의에 저항하다 숨진 젊은 용사를 낯선 민족의 플라멩코 춤으로 추모하다니 , 그게 어디 될 법인인가 라는 세간의 비판적 시선에 더 이상 당당하게 그리고 설득력을 가지고 맞설 수없어 그 일에서 손을 놓기로 했던 것입니다.지금은 세상 일과 거리를 둔채 그저 자유인으로 오직 글쓰는 일에만 몰두하고있습니다.

아래에 헨델의 노래중 이 아리아의 가사를 보냅니다.

누가 썼는지는 모르겟으나 참 절절한 시입니다.

엘레나의 지난 날의 고통을 멀리서 느끼며

인우


"나를 울게 하소서

내 잔혹한 운명에

그리고 한탄으로

자유를 그리네

슬픔아 부수어라

내 고통의

이 속박을

오직 비탄을 통해서"

Lascia ch'io pianga

mia cruda sorte,

e che sospiri

la libertà.

Il duolo infranga

queste ritorte

de' miei martiri

sol per pietà.

엘레나를 생각하며

마산에서

인우



2014년  4월 0일

디어 엘레나!

만약 엘레나의 지속적인 침묵이 새로운 삶의 길로 향하는 과정을 의미한다면, 그건 참 좋은 일일 것으로 여겨집니다. 혹시라도 침묵이 어떤 단호한 결심의 표현이라면 그건 어저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별다른 뜻 없이 1년전 제가 제3차 추모행사의 하나로 대학에서 

<판소리와 플라멩코의 표현주의 요소>를 주제로 강연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보냅니다.

회신 하지않으시더라고 그건 좋은 의미일 것이라고 여기겠습니다:

"한국 남도의 판소리와 스페인 집시의 플라멩코는  문화권에 속하는 공연예술들이지만,

그 생성에 있어서나 표현주의적 요소에 있어서 서로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기록이 아닌 구두 전승예술이었다.판소리가 하층민 광대의 입으로 전해진 소리이듯,

플라멩코 역시 버림받은 집시의 소리와 모ㅁ짓이었다.

판소리가 남도 해안 지역의 떠돌이 소리꾼의 노래였듯이 , 플라멩코 역시 안달루시아 해안 지역의 박해받는 집시종족을 기반으로 하여 계승 발전된 표현예술이었다.

두 예술 다 기교나 미학적 경지를 추구한 것이기 보다 거칠고 원형적인 영혼의 몸짓을 담고있는 

표현주의 예술이다. 아름다움의 가면 뒤에 내면을 숨기기를 거부한다. 판소리의 소리가 아름다운 노래가 아니라 거친 목소리의 깊은 노래이듯, 플라멩코의 소리와 몸짓 역시 거칠고 깊은 영혼의 표현이다."

뭔가 이메일에 담아 보낼 것이 없나 궁리하다 이거라도 한번 보내봐야겠다 싶어

오늘 또  별 뜻 없이 이렇게 이메일을 보냅니다.

잘 지내시기를!

 마산에서

인우


2015, Dec 20 
디어 엘레나!
올해가 끝나가고있습니다.
메리 X-마스!!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인우

2015, 12월 21일
Dear 인우,
오! 인우,
오늘은 용기를 내어 이렇게 회신 보냅니다.
인우의 메일에 더없이 고마움을 느껴왔습니다.
 내게는 한없이 소중한 마음의 양식입니다.
어떻게 내가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글을 보낼 수 잇었겠어요?
여기 포틀란드에 우기가 지독하군요.맥시코에라도 갈 수 있다면!
좋은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파리여행을 떠난 친구의 집에 머물며,
Love
엘레나

2015년에는 년말에 이렇게나마   간신히 서로 안부메일을 나누었고 다음 해 8월에 엘레나로부터 소식이 있었다. 그리하여 두 사람 사이에 이따금식 이메일 교류가 이어졌다. ㄱ렇지만 그것들은 평범한 안부의 것들이었다. 쓸쓸한 느낌의 회상의 글들이기도 하였다.


2016, 8월 11일,

Dear 인우,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얼마전 내가 근무하는 회사의 사장에게 

인우가 쓴 책 <플라멩코 이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소희라는 이름을 가진 한국인입니다.

함께 일하기에 참 좋은 분입니다.

지난 번 인우가 이 곳 포틀란드에서 머물렀던 nw 포틀란드 호스텔이

지금은  개조되어 더 근사해졌습니다. 더 확장된 것 같아요.

​건강히 지내시기를!

사랑을 담아 보냅니다.

엘레나

2016, 8월 12일,

엘레나!

Bob Dylan의 기타 곡 blowing in the wind의 가사를 보냅니다.

love

인우

2016, 12월 20일,

엘레나!

Merrry X-mas!!

Thinking of you,

인우

2017, 1월 3일,

Dear 인우,

새해 안녕! 행복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Love always,

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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