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창블7-10-1

jhkmsn 2019. 1. 20. 09:59

창동 너머로

        1.

오래전 인문이 어쩌다 호기심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페인팅을 한번 시도해본 적이 있었다. 직사각형의 잘 드다듬어진 나무 판자에 유화물감으로 바닷가 집의 기와지붕에 앉은 한 소년의 인물을 그린 이른 바 유화가 그것이다, 전체적인 색감이 어떠했는지는 잘 기억나지않지만, 그래도 마음에 떠오르는 그 형상은 다음과 같이 제법 뚜렷하다:
하나의 얼굴과 뒷머리 부분이 또 다른 하나의 얼굴로 된, 두 얼굴을 가진 한 소년이, 몸은 바다쪽으로 향한 채 앉아있다. 뒷머리 부분에 해당되는 그 다른 얼굴은 몸의 방향과는 반대쪽을 바라보며 뭔가에 잔뜩 호기심이 동한 표정을 짓고있다. 바다쪽에는 쓸물로 먼 곳까지 갯벌이 드러나있고, 쓸물의 가장자리에는 물 속에서 노는 몇명의 아이들이  자그마하게 그려져있고, 소년의 등쪽으로는 그의 다른 얼굴의 시선은 좀은 가까운 곳의 넓은 타작마당과 그 뒷편 산기슭에  안겨있는  화감암 건물벽의 작은 교회와 종탑으로 향하고 있다. 호기심이 잔뜩 돟한 소년의 표정은 그 타작마당에서 놀고 있는 바둑이 한 마리와 그또래 아이들로 인한 것이다.


실제 그런 표정이 잡혀져 있었는지는, 그 나무 판자가 없어진 지금 객관적으로 확인 할 수는 없지만, 그가 붓질을 할 때는 그런 의도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그림을 잘 아는 이라면, 이 비현실적인 이미지는 큐비즘의 화가들, 이른 바,피카소나 브라크의 그림들 떠올리 수 있어 쓴 웃음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그 때 그는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들에 친숙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물을 그려내고자 마음을 먹은 것은 아마도 화필을 손에 쥐어본 적이 한번도 없었던 그가 그런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피카소의 어수록하고 솜씨없어 보이는 형태의 그림들 정도라면, 자신도 한번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에서 그렇게 겁없이 붓을 들어보았던 것임에 틸림없을 것이다.  
이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것은, 어제 인문이 미국의 로레나로부터 오랜 만에 메일 하나를 받고 불현듯 자신이 지금 두개의 심안을 갖고있다는 강한 느낌을 갖게 되면서 였다. 그중  하나의 심안에는 미래쪽으로 향한  기대감과 어떤 열망이 담겨 있고, 다른 하나의 심안에는 과거쪽으로 열린 채 아름다운 슬픔으로 채워녔던 것이다. 전자의 그 심안에 아른거리는 초등학교 초년생인 한 어린 소년의 눈동자가  일흔 중반에 들어선 인문의 그런 기대담을 불러일으킨 것이고, 후자의 속에는 지금쯤 50대에 들어서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자신이 추구하던 꿈을 더 이상 추구하지못하고 만 한 플라멩코 댄서에게로 향한 그의 페이소스가 그것이다.

먼저 그의 심안에 아른거리며 가슴을 신선한 기쁨으로 적서주는  그 어린 소년과 그가 나눈 이메일 소통부터 여기에 옮겨보자.


0월 0일 2018
Hello, Jd!
'혜안' 이 무슨 뜻이냐고 엄마에게 물었다며?
그 이름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어?
혜안이가 그런 똑똑한 질문을 다 하다니!
신통하고 자랑스러워.
침 좋은 질문(quwstion)이야.
이 질문에 할아버지가 대답해볼께,
왜나하면 '혜안' 이름을 할아버지가 지었거든.
'혜안'이라는 말은
영어로 eyes of wisdom을 뜻해요.
할비지가 아주 좋아하는 말이야. 
아직은 Jd에게는
wise는 너가 이미 알고있을 smart 나 clever 보다 
좀은 더 어려운 말이지만,
그 셋 중에서 wise가 특별히 소중한 말이지. 
Jd가 자라면서 앞으로 우리 Jd에게 점점 더 잘 어울릴 이름이 될꺼니까.
왜냐하면 혜안이는 책을 좋아하거든.
책을 좋아하는 눈은  차츰 차츰 더 wise해져요.
그래서 Jd가 커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a man with eyes of wisdom' 이 되라는 바람을 담아
할비지가  그렇게 지었어요.
나중에  Jd가 2nd로 올라가면 
그 뜻을 좀 더 잘 설명해 줄께,
Any question?

혜안의 또 다른 질문을
이 할아버지는 기다리고 있을께.
Bye!
마산에서
할아버지가


0월 0일 2018
hello Grandpa 
I can tell you penny,
nickles, and dimes. Penny are brown ,
1 cent coin. 
Nickles are silver 5 cent coin. 
dimes are silver 10 cent coin .
Do you know why I know?
I will write it again tomorrow. I am so tired. I am busy. 
bye bye 
Love,
JD
////////////


0일 12월, 2018
Dear moon,
Just a note to say hello and see how you are doing. I think of you
often and hope you are well.  I am doing just great, very happy,
healthy and well immersed into the practice of yoga and
meditation. It has truly changed my life for the better.
I have come closer to making peace with the past and
even took some Flamenco shoes from the closet
to perhaps show a friend a step or two.
You are always in my thoughts and what a gift that
we crossed paths in this life.
Love,
Laurena

다음날 12월,2018
Dear Laurena
I love  the words of yours,
" well immersed into the practice of yoga and meditation. It has truly changed my life for the better."
And allso love the words,
" even took some Flamenco shoes from the closet to perhaps show a friend a step or two."
Yes, I try to keep well.

Feeling  happy to read your words that "it has truly changed my life for the better".
Moon

18년전 3월 문이 그녀에게 보낸 이메일!!
0일, 3월, 2001
Dear Laurena
buenos dias.
I am here at Central Library to email you with a book 'basic
Spanish' open on the desk. Without understanding Spanish language, it seems unlikely to come closer to Andalusian mind and
Flamenco art.
estoy contento to see you because the meeting is to
me to be a kind of inspiration to spread the horizon
of my literary view.Last evening I happened to sit at
table side by side in a Chinese restaurant with a girl
lady with deep blue eye who has come from Spain.
.............
the lady: You love Spanish ?
me: not yet, but I love Flameco. So I began to learn Spanish
reading this spanish book by myself
she: really? I love flamenco very much. as much as the sea color
of the Mediterrenean.
me: Can you remember the color of the sea?
how beautiful the Mediterrenean is ?
The sea has deep blue color ,pure, as that of your eyes?     
she:(smiling brightly with her blue eyes twinkling)
sure!
..........
Enjoy the morning sky sun-shining ,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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