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r창인블5-1-3

jhkmsn 2017. 1. 24. 15:21

                   3.

현재호 추모전, 화가 최성수, 바이칼 호수,시베리아 철도여행, 자작나무 숲,

안톤 체홉, 페테르부르그, 이르쿠츠크, 화가 루소, 판화, 인그래이브



인문이 그 기타리스트를 만난 이래 창동지역에서 그림평을 해줄 때에는

전시회 개막식에 그 기타맨과 함께 종종 참여하여 그로 하여금 개막식에서

기타 독주를 하도록 주선하였다. 처음 그렇게 시도해 보았을 때, 인문의

예상대로, 그림을 보러 오는 관객이나 화가들이 그의 연주에 힘찬 박수로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홀 안의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것에

여간 행복해하지 않았다. 전시자의 입장에서도 그 기타리스트가 자원봉사자로

연주를 해주니 그저 고맙기만할 뿐이다.

얼마전 어시장 쪽의 롯데 백화점 갤러리에서는 인문과 그가 그림 전시회에

함께 참석한 적이 두번이나 있었다. 한번은 최성수 화가의 그림 전시회에서,

다른 한 번은 고 현재호 추모전에서였다.

최화가의 경우, 그는 50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이래 20여년간 붓을 손에서

놓지않은 화가로서 이번이 그의 첫 개인전이라고 하였다. 최화가는 창동의

예술계에 거의 알려지지않은 인물이었다. 최화가의 말에 의하면, 그

림그리는 게 그저 좋아 집에 화실을 꾸며 놓고 시나부로 마음가는데로

그려왔었고, 70 나이에 접어든 지금 어쩌다 개인전을 갖게되었다고 하였다.

인문은 전시회 준비중인 그 화가를 그의 작업실에서 처음 만나던 날

작업실에 놓인 그림들 앞에서 그 화가의 설명을 그저 듣기만 하였을 뿐

한 참이나 입을 다문 채 그림들을 바라보기한 하였다.

그의 유화들은 대부분 캔버스위에 그린 것이 아니라 ,낯설게도, 나무판 위에

그린 것들로서 신선하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림들마다 색채가 진하고

좀 탁한 듯해 마음에 썩 들지않았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화실 한편 구석 바닥에

놓인 꽤나 오래된 것 같은, '바이칼 호수'라는 제목의 캔버스 유화 한 점이 눈에

들어오자 인문은 그 앞에 선채로 그 풍경화에 한 참이나 마주하는 것이었다.

인문의 곁에 함께 선 화가는 자신이 몇년 전 시베리아 여행 중 바이칼 현장에서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켄버스에 그린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인문은 그 풍경화를 두고 엉뚱하게도 그림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물음을

던지기 시작했다:

바이칼에는 어느 계절에 가 보았느냐?

이르쿠츠크에는 시베리아 철도 편으로, 혼자서 ?

아니면 일행이 있었느냐,

그리고

호수의 물빛은 어떠하였고,

호숫가의 바람소리는 어떠하더냐

등등이 그런 물음들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그 순간 인문에게는 전시될 그의 다른 그림들에 대한 관심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우연히 그 그림이 눈에 띄지 않았다면,

인문은 최화가를 위한 아래의 그림평 쓰기에 무척이나 애를 먹었을 것이라고

나중에 우리들에게 솔직히 말해 주었었다.

             

                 '아래'


3월 2일, 2015.

<최성수의 바이칼 풍경>
 

윤화백님!
제번하옵고,
모처럼 제게 소중한 회상의 순간을 떠올리게 해준 최성수 화가의 그림

한점,'바이칼의 풍경'과 관련한 정담을 나누고 싶어 필을 들었습니다.
 
10여년전 겨울이 끝날 무렵 제가 혼자 나선 시베리아 여행길에  맛본

어떤 드문 경이감이 한 분의 화가로 인해 , 그리고 그 분의 유화 한 점으로

인해 , 다시 되살아나는 가슴 벅찬 회상의 순간을 누렸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이메일로 그 순간의 감성을  윤화백과 나누고 싶습니다.


시베리아의 설원의 고요한 신비의 자작나무 숲의 여명,
바이칼 호수가 있는 쪽으로 뻗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가로수길,
멀리 보이는 하늘 아래에 있다는 그 호수의 바람소리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궁금증 ,....등등!
 
그 분은 4월 초에 대우갤러리에서 작품 전시회를 가진다는
월초 최성수 화가입니다. 그리고  그 가슴 벅차오름의 순간을
다시 회상하게 된 것은 그 분의 아틀리에에 있는 유화 한 점에
시선이 끌리면서였습니다. 그가  그린 바이칼 호수 풍경이
그것입니다. 최성수 화백을 그의 아틀리에에서 만났을 때,
 '와! 바이칼 호수와 마주할 수 있었다니!
참 운 좋은 분이시구나,' 하며 속으로 부러워했습니다.

아래의 이 글의 울림에 귀를 기울여보시기를!
'바이칼 호수의 바람소리를 들어보라, 그러면 기도의
참 뜻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어느 책에서 읽은 이 암시적
글 한 줄에 , 그리고  그 호수에 대한  안톤 체홉의 한 마디-
'그 아득한 호수의 끝이 어디인지는 하늘을 나는 철새 들 만이
알고 있다.'- 에 홀려,  저는 그 낯 선 시베리아로 향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페테르부르그에서 이르크츠크 까지 내닫는 검은
TSR 기차 속에서 수도사처럼 경허의 마음과 탐색의 눈빛으로
그 호수에 이르고자 닷새의 밤과 낮을 보냈습니다.
불운하게도, 마지막 순간에 시베리아의 그 '성스러운 바다'
곁에 이르지 못하였습니다. 그 후로 내 마음에는  바이칼의
바람소리에 대한 궁금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최성수 화백은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건축가의 길을
걸었던 분으로, 오래 전 언젠가부터 홀연히 화필을 들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김환기의 초기 달항아리 심상에, 
프랑스의 화가 루소의 환상적 원시림, 그리고 가까이는
남정현의 반추상적 바다 풍경에 끌리면서, 독학으로
화가의 길에 들어선 듯... 한편, 이 화가가 이집트 여행길에 머문

나일강의 인상을 재현적으로 담은 '나일강 풍경'의 경우, 감성적으로
클로저업시킨 삼각돛단배로 인해 이 그림 앞에 제 시선이 머물더군요. 
 
그가 주로 집중한 작업은 주로 목판화였습니다. 나무판에
조각칼로 새겨진 산수의 형상을 붓으로 채색한 그림들입니다.
바다, 산, 하늘이 청, 홍, 백 등의 자연 색상을 띈
유화들이었습니다. 산수에 대한 화가의 내면적 서정과 사색이
조각칼 끝으로 표현된 반추상의 심상들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으로, 목판위에 새겨진 요철의 형상들이
색채와의 부조화로 인해 명징한 색상을 띠지 못하더군요.
그의 목판채색화 앞에서 문득 이렇게 인그래브된 (engraved)
형상들에 순수한 먹빛을 입혀 판화로 태어나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기도 했습니다.
 이 3월이 다 가기 전, 모레쯤이라도 뒷산 솔향을 안주 삼아

술 한잔 나누고 싶습니다.
석전동의 우거에서,

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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