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 44페이지.
서해의 텅빔
그가 처음 발이 닿은 서해의 만리포 해안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그날 그 바다를 두번 만났다.
한번은 그 빈 비다를 갯벌 한가운데 들어가 만났고, 그 다음 번은 만조의 바다를 해안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났다.
그날 해안 가까이의 도로 한 모퉁이를 돌아서는 그의 눈 앞에 갑자기 펼쳐지는 그 텅 빈 바다-
수평선쪽 썰물의 끝이 가물거리는 그 허허로운 갯벌-에 그는 아! 하는 한마디 낮은 탄성 이외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의 느낌을 아! 하는 낮은 탄성이외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젊은 날의 가슴앓이 흔적이 있는 왼쪽 가슴의 윗부분에 예리한 통증을 느꼈다.
그의 기억속의 그 작은 바다는, 만리포의 해안보다는 훨씬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밀물과 쓸물이 눈앞에서 어김없이 교차하는 바다였었다. 그 바다는 하루에 두번 어김없이
썰물 때 어디론가 사라졌다., 들물 때에 되돌아왓었다.
어떤 때는 그 바다는 그의 집 방축 아래에까지 높이 다가와 웅얼거렸다.
평소에 그 작은 바다는 바둑이처럼 잠시도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잇지 않았다.
아침에 꽤 멀리 보이던 그 바다는 소등학교생이엇던 그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한낮쯤이면 집 마당 앞에까지
바싹 다가와 잔물결을 이루며 졸기도 하고 ,겨울 저녁엔 그의 눈 앞에서 큰 파도를 일으키며
뒤놀던 녀석이 새벽녘에 일어나 보면 어느 틈에 청둥오리떼들을 따라 갯벌 멀리까지 달아나 있기도 하였다.
그 바다는 소년이 집에 없는 사이 흔저없이 사라진 바둑이처럼 그렇게 그의 곁에서 사라졋었다.
서해의 만리포를 처음으로 보았을 때 그 해안의 모랫벌은 바득에 선명한 물결자국을 띠고있는 것이
인상적이엇다. 쓸물로 물이 빠진 그 바닥 표면에 물결의 형태가 그대로 남겨져있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순간이 영원이었다. 왜냐하면 그 물결 자국이 들물로 지워지고,
다음 쓸물로 다시 새겨지는 그 물결형태는 모랫벌 위에서 그 생성과 소멸을 영원히 반하기 때문이엇다.
그것은 그 해안이 존재하는 한 함게 할 일종의 물결화석이었다.
구강의 그 작은 바다의 진흙갯벌과는 달리 그 곳은 마닥이 단단하고 더 광활한 모랫벌이엇다.
이른 아침 젊은 이가 모는 승용차 한대가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그 넓고 먼 갯벌 안ㅉ고을 향해
굉음을 이르키며 질주하는 광경을 놀란 눈으로 지켜 보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