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포틀란드의 무희a4-3

jhkmsn 2019. 7. 9. 08:55

3.

그녀가 춤에서 멀어지고있음에 인우의 소중한 희망은 그렇게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이기에  그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탄식이 나온 것이었다.지난 20연간 플라멩코가 그에게 소중한 예술로 자리잡고 있었고, 그 예술이 그녀의 춤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글로 표현되고 있었기에 그녀의 춤 포기는 그를 그만큼 허망함의 늪에 빠져들게 했던 것이다. 그런 시점에 인우의 이메일 박스에 엘레나로부터 온 메일이 하나 들어왔다.

5월 0일 2019,

Dear 인우,

이번 주 나는 오랜동안 거리를 두었던 이곳 플라멩코 공동체에 다시 가입할 생각입니다. 이 곳 플라멩코 그룹의 일원인, 나의 옛 제자였던 미추이가 타 지역으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공연을 ​가질 예정입니다. 오늘 밤 그녀의 집에서 열릴 플라멩코 후에르가와 이번 일요일 그녀의 고별 공연에 참여할 것입니다.

지난 지난 11년간이나 이들과 교류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내게는 그 동안 마음의 상처가 너무 심하고 또 직면할 수 밖에 없는 회상이 너무 많아 ,두렵기도 합니다.

오늘 밤의 플라멩코 후에르가에, 그리고 이번 일요일의 공연에 인우가 멀리서라도 신뢰로 뒷바침해주리라 믿으며 자신감있게 나설 것입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엘레나 마론너

2019년 5월

더어 엘레나!

올레!!

매우 기쁜 소식이네여

엘레나는 잘 할 수 있읍니다.

엘레나는 내게는 항상 매혹적인 플라멩코 예술가였습니다.

자신있게 나서기를!

엘레나가 플라멩코 신발을 다시 신었다는 소식에 불현듯 스페인의 댄서 Juana Macarrona가 떠오르는군요. 마카로나가 플라멩코 댄서로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을 때의 나이가 60이었잖아요. 게다가 과체중으로 말입니다. 플라멩코의 경우, 발레댄서들이 신발을 벗는 나이에 춤을 잘 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이로운 사례를 그녀는 보여주었습니다. 놀랍게도, 90의 나이에도 댄서로서 마드리드의 로잘레스 타불로에서 당당히 춤을 추었다니!

엘레나가 다시 춤추기 시작했다는 말이 그녀를 상기시켜 주고싶었습니다. 과거의 댄서라는 의식은 발레의 경우라면 모르겠으나 플라멩코에는 해당되지않습니다. 아마도 60에 이른 나이의 마카로나가 관객을 매혹시켰다면 그 춤은 어쩌면 영적 충만감의 표현이었기에 그러했을 것입니다.

기회가 닿으면, 다시 시작하는 엘레나의 춤을 꼭 보고 싶습니다.

아 , 그리고 이번에 엘레나가 참여했다는 그 플라멩코 후레르가는

어떤 특별한 모임인가요?

아브라죠스

인우.

ps:미추이에게 안부를!

5월 0일,2019

디어 인우!

예스!! 그녀 앞에 당당히 설 댄서은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녀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욱 동료에 대한 밸심은 더욱 깊어졌으며

인기를 누리며 잘 나가는 젊은 댄서를 질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녀는 댄서로서 드물게 높은 인격의 소유자였습니다.

플라멩코는 단순한 음악이나 춤이 아닙니다.

플라멩코는 삶의 한 방편이고, 삶의 한가지 철학입니다.

오늘 인우에게서 마카로나의 이야기를 들으니 부끄럽기도 합니다.

동료들중 나를 비판하는 아이겐 화를 참지못하고, 내게 까칠하게 구는 댄서에게

따져들기 일쑤이고.... 그게 지난 날의 나였으니까요.

건강히 지내시기를!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엘레나

5월 0일, 2019

엘레나!

오래전 나는 처음 엘레나 춤의 그 우아한 아름다움에, 그 거부할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유혹에

홀렸습니다. 그리고 5년여 시간이 지난 무대의 그 내면의 깊은 슬픔의 표현에 감동했었습니다.

앞으로 엘레나의 3번째 춤은 어떠할까 상상해 봅니다. 이제 50의 나이에 들어서는 엘레나의 무대는 어떤 춤을 표현할까 ? 삶의 어떤 철학을 구현한 춤이 될까? 그런 상상을 혼자 해 봅니다.

love and Abrazos

인우

5월, 2019년

디어 인우!

​미추에Mitue는 인우가 여기 포틀란드에 있다면 이 후에르가에 당연히 초대했을거라며 이쉬워했습니다. 이번 그 후에르가 피티는 내게 특별히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옛 제자들과의 해우에, 그리고 그들의 배려에,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구요. 춤을 오래동안 멀리하였던지라,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제대로 따라주지않아 여간 힘들지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모처럼 감동적이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후에르가라면, 플라멩코 예술인들, 이를테면 가수 댄서 그리고 기타연주자들이, 그리고 플라멩코를 열열히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기타반주에 노래하고 춤추면서 동료의식을 나나누는 모임인데요, 이 모임은 종교적 집회의 의례처럼 특별한 의식의 요소를 띠고 있답니다.

일정한 절차를 거쳐 그 모임의 구성원이 되는 이른바 배타적 모임의 단체이이지요.

이 행사에서는 댄서나 가수가 청중을 의식하고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지 않습니다. 청중이 따로 없으니까요지 않습니다.지난 날 스페인의 프랑코 독재체제아래에서는 이 모임이 소외계층의 비밀스런 체제저항 집회로 여겨져 금지되었던 시절에는 이 의식에 투우사, 안달루사아의 작가 또는 예술가도 참여하는 경우도 있었답니다. 투우와 춤은 둘 다 하나의뿌리에서 발생되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투우사 출신의 남자댄서들이 드물지 않은 점이나 출신배경이 추우사 집안인 여자댄서들도 있었어요. 안달루시아에서는 이 후에르가모임의 가입자가 되는 데에는 안달루시아 태생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는가 하면, 정부 공무원은 회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해요.

여기는 미국의 포틀란드이니 그렇게 배타적일 수는 없습니다. 어쨋거나 오래동안 이들 플라멩코인들과는 교류를 끊고 지내왔던 나로서는 이들과의 새로운 만남에 좀은 긴장이 됩니다.

건강히 지내시기를!

love

엘레나

6월 0일, 2019

엘레나!

내가 그 후에르가에 플라멩코 애호가로 참여 할 수 있었다면!!

이 회신에 '귀천'을 영어로 옮긴 것 보내니 앞으로 엘레나가 춤으로 표현해보시기를!. 그리고 이것을 스페인어로 번역하여 혹시라도 그곳 동료중 칸타오르(남자 가수)로 하여금 솔레아, 또는 시규리어로 부르게 할 수 있으면 어떨까 싶네요

'귀천'( Back to Heaven)

나 하늘로 돌아기리라

새벽 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기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달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이 서정시를, 언젠가 우연히 기회가 생기면,

이슬람의 아라베스크를 연상케 하는 순수 추상성의 플라멩코 춤으로 표현해 보시기를!

아브라죠!

인우로 부터

6월 0일 2019

인우에게

그 때 인우의 마산 315공연 기획때 내가 갔었다면 '귀천'을 한국인들 앞에서 시규리어 깊은 춤으로 표현했을 텐데! 아쉽습니다. 인우의 요청대로 그냥 단순한 마음으로 마산으로 날라가 귀천을 춤추었어야 했는데! 내가 어느 덧 50줄에 들어서는 나이이니, 가슴을 뭉쿨하게 하는 그 시를 표현하는 데 과거보다 더 적합할 수도 있겠다 싶어 그런대로 스스로를 위로하겠습니다..

어쨋거나 고마워요.

내가 현재 파트 타임으로 일하는 이곳 포틀란드 호스텔에서는 한국인 젊은 여행객들도 더러 만나요. 기회잡아 여기 휴게실에서 한번 시도해는 것도 의미있을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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