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반짝이는 먼 기억의 별빛-
1.
이제 '창동인블루'의 이 글을 끝내야 할텐데!
얼떨결에 시작된 이 글이 어쩌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이어져 제 7편에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지난 2004년에 그 첫 '창동인블루'가 출간되었으니 이 일에 무려 15년이나 빠져있었던 셈이다.이 무익한(?) 작업으로 내가 무엇을 얻었을까?
그리고 내가 잃은 것은?
그 땐 어떤 글의 형식을 갖추고, 첫머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궁금했었어. 해서 창동인블루의 첫집을 찾아 그 앞 페이지를 펼쳐 보다 필자가 그 땐 괘나 마음이 뜨거웠었구나 여겨졌어. 그래서 좀은 쑥스러워 가만히 덮어두려다 그래도 마무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싶어 다시 열어보니 그런대로 등장인물을 그런대로 살린 소설의 틀을 갖추고 있기에 저어기 안도했지. 그 땐 그래도 지금과는 달리 분홍빛 정서가 마음에 감돌았던 게로구나! 어쨋거나 그 제 1집의 시작은 이러했다:
..... 이들 화가들의 화실이 있는 창동을 드나들 때마다 두 여인으로 인해 가슴이 설레였다. 한 여인은 자신의 내부에서 때때로 고통스러운, 심오하고 생생한 정서를 이끌어내는 쏘는 듯한 시선으로, 다른 한 여인은 야상곡의 소곤거림같은 목소리로 그의 취기를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그 두 여인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한 창동의 골목길들이 자신을 끊임없이 몽상의 숲으로 유인하는 것 같았다.......
그 첫 집 출간을 준비하면서 처음 제목으로 '창동인블루'를 선택하기로 했을 때 그건 적잖이 감성적이었다. 솔직히 제목의 의미 보다 어감이 더 마음에 들어 그렇게 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리듬감이 좋고 의미에 담긴 회화적 연상도 자연스럽고, 마산의 구도심인 '창동'과 색깔로서의 '블루'가 어감상 서로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거든.
그 후 2010년에 나온 '창동인 블루2'는 표지가 마음이 들었다. 아스러한 검푸른 빛깔 위로 우뚝 떠있는 첵 제목과 그 주변에 사이로 도심의 거리와 건물들의 형태를 연상케하는 선들과 책 마지막 페에지에 담긴, Martin Heidegger의 글 한줄-"작품 곁에 있을 때, 우리들은 일상적으로 익숙해있는 곳과는 완전히 다른 곳에 있게된다."-이 내 시선을 붙든다.
무엇보다 이 책의 등장인물 학야의 여심 몇줄로 10여년전의 밤의 여행지가 눈 앞에 아롱거린다.
-......몸은 현실 속의 네프스키 대로를 따라 밤길을 그렇게 걸었다. 그러나 마음의 몽상가의 것이었다. 비실재의 허구속을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고골리의 '네프스키 거리를 걷기 시작한 것이다. 직선 대로의 화려한 네온불빛 위로 간간이 가는 실눈을 뿌리는 네프스키 대로위의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부터였다. 두 눈을 사방으로 두리번거리면서 아예 고골의 이야기 속으로, 그래서 마음은 이미 램프의 불빛이 , 모든 것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상한 빛을 던지는 신비한 밤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그 글속으로 홀려든다."..... 아아, 그 매력이란! 그것들은 마치 공중에 가벼이 떠 있는 두개의 고무풍선 보일 것이다. 만일 상대편 남자가 그녀 옆에 없었다면 여자가 하늘 위로 날아오르지않을까 하는 생각마져 들게 만든다."-
그리고 2년 후에 나온 세번째 글은 좀 쑥스럽다. 60이 지난 자로서는 표현된감성이 지나치게 출렁인다. 한 비평가의 글- ' 창동인블루3'은 작가가 도취의 순간을 포착한 순간을 피력한 글이며, 독백이자 고백이다'라고?
그런데 일종의 시리즈로 길게 이어져 온 이 창작집들을 통해 , 이 무익한 작업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한 무엇이 있었다면 ,그건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뭔가 의미있는 다른 소일꺼리를 갖지 못했으니 그러했을 꺼야
'창동인블루'의 이 창작의 글들은 호흡이 짧아 아쉬워. 글의 문학적 깊이감도 그렇고. 단상의 글들이나 짧은 미술비평의 글들을 그저 이어놓은 경우가 어떤 주제에 대한 사색의 긴 흐름보다 더 많아요. 아무리 단세포가적인 소설구조라도 그렇게나 호흡이 짧고 단상들의 나열만으로서애 어떻게 문학적 허구의 맛이 나겠는가.
너는 일찍이 토마스 만의 장편 '마의 산'(devil's mountain)에 매료되어 소설쓰기의 유혹을 받았다고 하지않았던가. 알프스의 골짜기를 따로 점점 산위로쪽으로 향하는 기차에 마음이 실린채 유장한 글의 강물속으로 너는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지않았던가.
인간 세상과는 동떨어진 알프스의 설경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은 혼자 오로지 스키에 몸과 마음을 의탁한 채 가보지않은 경사가 급한 눈밭위로 삶과 죽음을 경계가 무엇인지도 망각한 채 백색의 골짜기와 위험속으로 몰입해들어가는급속한 하강! 그리고 얼마후 어느 헛간 곁에 지쳐 쓰러진 그 자의 반의식 속에서 물결치며 이어지는 꿈의 긴 흐름!
'푸른 빛이 사방에 흐르고 있었다. 반짝이는 안개비의 베일이 벗겨지고 바다가 나타났다. 은빛으로 빛나는 남족 바다, 찬란하게 아름다운 쪽빛 바다뎠다. 먼 마다 쪽은 안개가 피어오르고, 육지 쪽은 멀어질수록 점점 푸른 색으 옅어지는 산맥에 넓게 에워싸여 있으며 ,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이 보였다.......아, 이제 그만 .이걸로 과분해 .이 얼마나 복된 빛이고 더 없이 순수하고 화창한 하늘이며, 신선한 바닷물인가!'
문장이라면 저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대가의 글은 처음부터 어딘가 다른데가 있는가 보다.
신문에 컬럼이나 쓰고 미술작품에 대한 비평적 감상의 글을 어떤 틀 안에 맞추어 쓰던 손으로는 그런 긴 호흡의 글은 엄두를 낼 수도 없었겠지.
지금은 가곡이나 오페라의 아리아보다
차이코프스키의 비창이 더 듣고싶어.
베토벤의 피아노 콘체르토 5번의 출렁이는 강물속으로 들어서고 싶어. 1악장의 기 가슴먹하게 하는 피아노의 탄주도 좋지만 2악장의 그 장중한 느림 또한 얼마나 매혹적인가! 무거운 듯 유연하고 ,기차가 묵직하게 평원의 수평선쪽으로 내닫는 것 처럼 그런 긴 문장에 다시 빠져들고 싶어 ,
내 손으로 직접 그려내지는 못하니 그런 대평원의 넓이를 지닌 책의 숲 속으로 여행하고 싶어, 다시 그런 깊은 숲으로 들어가고 싶어.
생떼즈뻬르의 야간비행도 다시 보고싶어. 비행중의 한 인물의 의식의 흐름에 다시 잠기고 싶어. 무한의 어두운 밤의 하늘과 자신의 삶을 그 어둠속으로의 비행에 내맡긴 자의 의식속으로 다시 한번 들어가 보았으면!
................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전하시오. ‘동서남북 모두 막힌 상태. 1,000킬로미터에 걸친 폭풍우로 시야 확보 불가능. 어떻게 좋을지 응답 바람.’”
조종사는 쉼터라고는 전혀 없는 이 어두운 밤의 세계가 그를 항구로 데려가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또 새벽까지 버티게 해 줄지도 자신이 없었다. 남은 연료로는 앞으로 한 시간 사십 분 정도 버틸 수 있었다. 어둠의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드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날이 밝을 때까지만 버텨 다오.’
파비앵은 새벽을 기다렸다. 이 힘겨운 밤을 보내고 난 다음에 다가올 새벽은 황금빛 모래가 깔린 해변처럼 보일 것이다...... 그 고요한 지상에는 곤히 잠든 가축 떼와 농장, 그리고 산들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어둠 속에 표류하던 잔해들도 어느새 주변 사물과 동화되어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이다. ......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 깊은 어둠 속에서 결정이 나게 될 터이다.
--- ............
의식의 어둔 밤하늘에서 별빛이 하나 둘씩 띄엄 뜨엄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이윽고 하늘에 가득히 반짝이는 반짝인다. 내 안에서 하나 둘씩 나타나 반짝이는 기억의 빌빛들, 이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 어둠의 마음 안에서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어둠속에서 유성처럼 나타나 잠시 반짝이다 점점 멀리 사라지는 아련한 기억들도 줄을 잇는다.
시베리아의 숲길을 내다는 TSRL의 길고 검은 기차 속에서 잠이 든 틈에 뭔가를 붙들고 싶어 손을 하공에 하우적 거리다 꿈에서 깨어냈을 때의 그 허망함! 어둠속을 내닫는 시베리아 열차의 3등칸의 이층 베드에 몸을 웅크리고 유리창 밖으로 스치는 불빛과 한밤의 숲의 세계에 이끌려들어가던 순간들!
앞으로는 창동에 들어설 때마다 만나게되는 새로운 회화나 낯선 작가들, 새로운 시각 예술작들은 더 이상 감당하기가 힘든, 피할 수 없는 도전으로 필자에게 다가올 것인데 ,
타성에 젖어 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지금까지 6번째로 이어져 온 이 글을 통해 저자로서 무엇을 말하고싶어한 것일까? 제대로 된 흐름이었을까? 무의미하게 이어져 온 글 흐름을 그대로 타성에 젖은 채 방치한 것은 아니었을까?
'창동인 블루 7'의 시작은 아닌게 아니라 그런 아쉬움과 쓸쓸함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어느 새 이렇게 그 마무리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글의 흐름을 그대로 방치해 두어서는 안된다는 내면의 소리를 따라 시작하여 여겨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2.
이 작업이 끝점에 이를 무렵, 놀랍게도 8살의 손자가 자신의 개인 이메일 주소를 열었다는 소식을 보내주었다. 이제는 그의 엄마의 주소가 아닌 손자의 주소로 둘이 직접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래는 그 주소로 보낸 이메일과 그리고 손자가 쓴 서툰 이메일이다:
HI, jad!
Good morning!!
J가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갖게되다니!
놀라워요!
진짜 신통해요.
Great and wonderful!!
할아버지가 어제 J의 새 주소로
얼른 이메일 하나 보냈어요.
그래서 그 이메일이 잘 들어갔을까?
궁금해요.
잘 들어왔는지 확인하고 reply 꼭 해줘!!
love
grandpa
FR: 2011 KI
Hi, Moon, Grandpa !
My average is 2.5-3.5 for My A.R. level.
this week I pass four A.R.tests!!!!
My favorite book is Dog Man, Super Diaper Baby, Magic Tree House,and animal
books. Also my % is 75%!!!!!!!!!!!!!!!!!!!!!!!!!!!!!!!!!!!!
Love,
Jad ki
FR: 2011 KI
나 오늘 timed test 백점 받았어요.
이거는 1분안에 20문제의 산수 문제를 푸는거에요.
-10 에 관한 문제였어요.
Love,
jad ki
Hi, Jad!
와! Great! jad의 이메일이 도착했어요.
우리 jad가 할아버지의 이메일을 읽고 답장도 척척 보내다니.
wonderful! Thank you.
Grandpa
Hi, Jad,
신통하네요.
산수 문제는 많은 학샏들이 어려워 쩔쩔매는데,
우리 jad는 술술 잘 푸는구나.
Grandpa is very proud of Jaden!
love,
grandpa
그녀석이 할아버지를 거침없이, ' Hi, Moon, grandpa'라 부르다니!! 이메일에 인사말은 아예 건너뛰고는 느닷없이 오늘 단어 받아쓰기에 A플러스 받았다며 본론으로 직행하는 그 거침없는 행동의 결과물은 언제 또 내게 도착할 까? 자신을 무시하며 맞먹는다던 남식( 지난해부터 집에서 기르는 동식 다음에 올해 집에 어린 강아지로 들어와 정원을 휘젓고 다닌다는 두 번째 개 골든 리트리브)에 대해 또 어떤 새로운 소식이 올찌? 그리고 앞으로 손자 녀석과 할아버지 둘 만이 나눌 수 이야기들은 어떤 것이 될까? 내게는 지금 이게 제일 궁금하다. 어린 소년의 이메일을 조금은 설레이는 기다리는 마음으로 이 후기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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