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작산문

창동인블루5-3-3

jhkmsn 2017. 1. 14. 07:42

                   3.

은박지 그림, 이중섭의 '소', 마약과 알코올의 도움, 마리화나,호스텔,

초현실주의적 그림세계, 마지막 잎새, 립반윙클, 그리니치 빌리지,

비트족


인문과 윤화백이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이중섭 그림전을 관람한 후 지하철로

사상버스터미날로 갔다. 둘은 마산행 고속버스에 올라 이번에는 나란히 앉았다.

버스 안은, 지하철과는 달리, 아늑한 분위기였다. 자리가 듬성듬 성 비어있어

차 안의 공기는 탁하지 않았고, 내닫는 차체의 흔들림은 부드러웠다. 차창밖의

낙동강의 하류가 시야에서 사라지고부터 둘은 버스 길 내내 나즈막한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윤용:

오늘 이중섭 그림전 어땠어요? 작품들이 예상밖으로 소품들이더군요.

인문:

6.25 전쟁 당시에 부산에서 피난민으로 지낸 시절이었으니 대작을

그릴 욕심을 어떻게 낼 수 있었겠습니까? 40세의 젊은 이중섭의

인물사진 앞에서 애뜻한 마음이 앞서더이다.

윤:

이중섭은 정말 잘 생겼더군요. 체격도 근사하고. 그런 멋진 사나이가

방바닥에 앉아 막걸리잔을 비우며 취한 눈으로 그런 손바닥만한 은박지에

혼자 낙서 놀이에 몰입한 어린아이처럼 소와 게를 그리고 있었다니!

문;

그러게 말입니다. 곁에 없는 처자식이 얼마나 보고싶었기에....

은박지에 화가 자신의 얼굴과 마누라의 얼굴을 겹쳐 그려놓기까지

하였으니.....솔직히 이중섭의 '소' 작품들을 원형 그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복사본으로 본 게 전부였거든요. 20호정도의

그런 소품일 줄은 정말 예상치 못했습니다.

윤: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이중섭이라면 먼저 그 '소'를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그 힘찬 황소가 그렇게나 작은 그림속에 들어있을 줄이야.

문:

아무러나 그 당당한 체격의 소유자가 그렇게 빨리 세상을 술쩍 떠나다니!

요즘 잘 나가는 화가들은 대체로 긴 수명을 누린다고 하던데.

윤:

아이러니이지요, 세상사람들은 그런 예술가의 숙명적인 비극의 삶을 삶을

신화로 만들기를 좋아하거든요.

문:

그런데 난 그의 그림들 앞에서 이 화가가 이것들을 맨 정신으로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더군요. 마산의 현재호의 그림세계에 담긴 몽상적 이야기와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어시장에서 술에 취한 눈으로 그린 그의 초현실주의적

그림세계 말입니다. 이중섭이나 현재호 둘 다 그림그리는 게 삶의 전부엿던

화가들이었던지라 현실적으로는 무능력자들이었을게고. 삶의 뻐져림이

알코올의 도움아래 급기야 그런 환상이나 몽상으로 이어졌겠지요.

술은 우리들의 육신의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고뇌도 슬픔도 걷어가는

마력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윤:

꼭 그런 것 만은 아닌 것 같아요. 마약이나 알코올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그런 몽상적인 표현을 한 화가들도 있잖아요.샤갈의 경우가 그런 것 같은데요.

그의 그림세계도 대개 초현실주의적인데. 그 화가가 무슨 약물이나 알코올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하기야 그 화가 역시 벗어나려는

어떤 절망적인 현실의 굴레가 있었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인문은 마치

자신이 알코올에 중독되어 본 사람처럼 말하는 군요.

문:

지난 날 그런 사람들하고 자주 어울리다 보니 그렇게 짐작되더군요.

전 여행중 알콜중독자였던 이름없는 재즈연주자와 호스텔에서 침대를 나란히

하고 며칠 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허름한 3류 호텔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회적 소외자와 동숙하며 친구가 되기도 하였지요. 긴 여행 중에 그런 일은

제게는 특별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보니 아슬 아슬한 경우도

한 두번이 아니었구요.

윤:

잘 믿기지 않는데요. 먼 여행 길에 나선 이들 치고 귀향후 이웃들에게

들려주는 체험담 치고 허풍아닌 게 어디 있어야지. 인문은 글쟁이라 더더욱

그러실 것 같은데요.

문:

믿기지 않으면 믿질 마시던지.

윤:

그나 저나 오늘 가보긴 잘 했어요. 개막식 날에 오고싶었지만 둘이 이렇게 함께

나들이 할 수 있어 참 좋군요. 그런데 인문은 화가들 사회에 제법 유명인사로 통하나

봅니다. 화가도 아닌 지역사람에게 부산의 미술계에서도 초대장을 다 보내다니요.

문:

글쎄 말입니다. 화가들과 어울려 지내다 보니.....

윤:

참. 아까 전철에서는 인문은 내내 눈을 감고 계시더이다.무슨 생각에 그렇게나

깊게 묻혀 있었는지. 잠든 얼굴은 아닌 것 같았고. 혼자 그대로 내버려두면

사상 터미날역도 그냥 지나치겠던데요.

문:

이중섭의 그림들 생각도 하고, 지난날  먼길 나돌아다니던 곳들도 아른거리고.

내게 그런 일이 있었나 싶어 잘 믿기지도 않고.

윤:

글쓰고 싶어 그렇게 나돌아다녔다고 했잖소.인문이 쓴 산문들 마다

여행이야기가  글의 중심이었잖아요. 60을 전후한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혼자 이 곳 저곳 다닐 수 있었는지, 부럽기도 했습니다.

문:

뭔가에 홀려 그렇게 겁없이 길을 나섰던게지요. 운이 좋아 별 탈은 없었지만

아찔 아찔한 순간이 더러 있었습니다. 무모한 일이었지만, 뉴욕의 맨하탄은

두번이나 갔었습니다. 처음엔 <마지막 잎새>의 오 헨리에게, 그리고 <맆반윙클>의

와싱턴 어빙의 말에 홀렸고, 두번째는 50년대와 60년대 미국사회의 비트족들의

아지트의 하나였던 그리니치 빌리지의 골목이 끊임없이 내게 손짓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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