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문신미술관, 인상주의, 반추상, 파스텔화, 홈리스, 부림동 정법사,
에콜드 파리, 유트릴로, 백색그림,문신의 조각품 보석,
뮈르제, 아폴리네르, 모딜리아니, 보헤미언 예술가
" 어떤 초연성.....세속인의 속성을 경멸하는 듯한 태도....그의 긴
손가락이 빚어내는 기타선율의 은빛 잔물결에 벗어날 길 없는 삶의
무거움을 잠시 잊게해주고 해주고....."
인문은 자신에게는 그런 느낌을 주는 그 기타맨의 얼굴을 J가 어떻게
그려놓았을까 궁금하여 개막식에 좀 이른 시간에 전시장으로 들어 섰던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단상 <문신 미술관 가는 길>을 윤화백이 한지에
쓰기로 했던 서체도 보고 싶기도 해서 였다. 전시장에는 박춘성과 윤종학 등
여러 원로 회원 몇 분이 이미 전시장에 와 있었다.
인문은 들어서기가 바쁘게 여러 화가들에게 다가가 그룹전에 자신을
받아 주어 고맙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이어 그는 윤화백과 함께
J의 에스키스 그림이 걸린 벽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의 눈에 들어온 그녀의 그림은 그가 머리속으로 그려본 것과는
거리가 먼 반추상의 파스텔화였다. 전체적으로 그림의 색감이
낯 설고 고적한 분위기를 띠고 있었고 안개에 가려진 듯 아련하였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우뚱하였다. 단순한 여러 색의 면과 선이
가로로 세로로 어우러져 하나의 얼굴인 듯한 형태를 이루고 있지않는가!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윤화백이 앞서 한 말을 생각하며
그 그림은 윤곽선이 흐릿한 초상화이겠거니 하였다. 게다가 그녀가 좋아한다는
마산 앞 해안의 밤과 기타 그리고 술잔에 비치는 불빛을 배경으로.
인문은 막연하나마 그렇게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반추상이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얼굴로 여겨지는 형태의 한 부분의 색면은 직사각형과 반원으로
이루어진 것이 마치 기타의 머리부분과 몸통을 얼핏 연상케 하였고,
윗 부분에 세로로 비스듬히 그어진 두 줄의 굵은 어두운 색선은 사람의 이마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리고 그저 굵은 선, 가는 선, 반달 모양의 곡선과 직선의 어울림 등이
얼굴의 입부분을 뜻하는 듯도 하였고, 눈의 자리엔 가는 선이 그어져 감은
눈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구체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추상의 형태였다.
그림 앞에서 화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의직적으로 손이 가는 대로 그린
것이었을까, 술에 취한 채, 아니야. 이성적인 사고의 흔적이 역력한 선의
어울림이잖는가 등등 인문의 머리 속은 그저 복잡하고 막연할 뿐이었다.
그림앞에 설 때까지 상상해 본 그 기타맨의 이미지는 어느 새 지워어지고.....
창동에서 그녀만이 진심으로 자기를 대한다고 여겨지는, 그래서 그녀의 말에
순종하는 한 홈리스 악사를 포현할 길이 달리 없어 그런 반추상을 남겼을까.
아니면? 그 순간에 포착된 것은 그 기태맨의 얼굴이 아니라, 그녀 자신의
얼굴이었을까, 어쩌면 우선은 손이 가는 대로 반쯤 그리다 만 미완성의
그림일 것이야. 어쨋던 그 파스첼화는 볼수록 그 색감이 따스하였다. 이마와 눈
자리에 그려진 가로의 두 직선에는 어쩐지 쓸쓸한 초연함이 서려있었다.
인문은 자리를 옮겨 윤화백이 붓필로 쓴 자신의 글< 문신미술관으로 가는 길>
앞에 서서 더 없는 고마움으로 읽어 보았다.그 글귀는 아래와 같다.
'아래'
<문신 미술관 가는 길>
부림동 정법사를 지나
철길 횡단 보도를 지나
왼편으로 휘어진 경사로를 따라
이 곳으로 오르는 길은,
흑갈색 돌담과 잎이 엉성한 가루수만 좀 있다면
에꼴드 파리 화가 유틀릴로가 그린
몸마르트르 언덕길 같을거야.
뮈르제, 아폴리네르, 모딜리아니 등 보헤미언 예술가들이 드나든
카레 라뺑 아질 앞의
그 언덕길 같을거야.
더 늙기전에
또 훌쩍 여행길에 나설 땐,
그리하여,
세고비아를 다시 찾을 땐,
문신의 보석조각상품을이라도 몇점
배낭에 넣고 나설 수 있다면.....,
아니야, 그 조각품의 사진 엽서가
여행자에겐 더 어울려.
젊은 시간이라면,
안달루시아에 다시 간다면,
조각품 보석 중에,
'내 이름은 미미',
혹은
'그대 잠들지 못하리'
이 두 조각품 정도는 혹시라도
품에 지닐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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